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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9호] 나의 외국인 사람 친구 소니(Souny)를 소개합니다
라오스 시골은 저녁 7시만 되어도 거리가 깜깜하다. 대부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조금 시끄러운 옆집을 기웃거려 보면 동네 사람끼리 거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다. 반면 방비엥 여행자 거리는 여느 라오스 시골과는 다른 모습이다. 밤늦게까지 간판 불을 켜고 여행자를 기다리는 투어여행사가 줄 지어 있어 밤에도 환하다. 여행사마다 거의 똑같은(사실 아예 똑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투어상품을 판매한다. 카야킹, 튜빙, 동굴탐험, 지프라인, 블루라군, 버기카… 방비엥의 풍경을 즐기면서 액티브하게 놀 수 있는 레포츠다. 여행자들이 방비엥에 오는 주목적도 이것이다.
동네 주민은 밀려나고 여행자들이 제자리 마냥 차지하고 있는 동네. 여기야말로 지역민에게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해야 하는 곳이다. 인구 3만 명이 사는 작은 마을 방비엥에 연간 15만 명의 여행자가 방문한다. 보수적인 라오스 시골 마을에 자유분방한 젊은 배낭여행자가 몰려들면서 마약과 술 문제(대부분이 마약이나 술에 취해 남송 강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나는 인명사고다)와 사건사고가 연일 터졌던 5년 전, 라오스 정부는 강변 술집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에 이른다. 그 후로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가 최근 한중 단체관광객으로 다시 동네는 시끄러워졌다.
II 방비엥 여행자거리의 낮 풍경. 단체관광객을 위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라오스답지 않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건물들. 오전 일정을 마친 트럭들이 관광객을 태우고 여행자거리로 들어오고 있다.
여기서 어떻게 지역과 여행자가 상생하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복잡한 마음과 고민을 안고 방비엥에서 여행자들과 레저투어를 할 만한 여행사를 찾던 중 드디어 만났다.
N.Y 어드벤처 투어. N.Y는 소니의 닉네임이다. 선한 눈매 속에 강단이 보이는 까만 눈동자와 미소를 지을 때 살짝 보이는 수줍은 덧니를 가진 청년 사장님 소니. 방비엥 출신으로 고향에서 투어여행사를 운영하는 청년이다. 남동생이 일손을 거들고 바쁠 땐 아버지도 나와서 카운터를 봐주신다.
프로그램은 다른 투어여행사와 매한가지이지만 이 여행사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최소한의 일회용품만 사용한다’는 것. 동굴투어, 카야킹을 진행하는 투어여행사에 웬 일회용품이냐만은 모르는 소리. 대부분 레저투어에는 점심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물과 꼬치구이, 볶음밥과 약간의 과일.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용기는 플라스틱, 스티로폼이다. 15만 명이 방문한다고 했으니 단순계산으로도 15만 개의 도시락 용기가 버려진다. 빠르게 외로움의 숲에서 벗어난 강철규 작가는 다음 시리즈로 ‘생존자들’을 그렸다. 극에 달한 외로움이 자신을 죽일 거라 생각해 살아남고자 시작한 시리즈다.
II NY advanture tour의 사장 Souny(가운데)와 직원들. Souny 오른편이 그의 동생 Souna다. 형제의 똑닮은 웃음이 기분 좋게 한다.
소니는 이런 동네에서 나름의 소신으로 “내가 준비하는 도시락 용기는 모두 자연에서 온 것들로 만들어. 바나나잎, 나무 꼬치, 음식은 먹을 만큼만 신선한 걸로 준비해”라고 말했다. 옅은 자부심을 띈 미소로 블루라군에서 여행자들 점심을 준비하는 그가 반갑고 고맙기까지 했다.
몇 번의 여행을 통해 친구가 된 우리는 이제 SNS로 평소에도 서로의 안녕을 묻는 사이다. 내가 방비엥에 머물며 여행자들의 간식거리를 사러 시장에 갈 때면 소니가 오토바이 키를 건넨다. “과일가게는 걸어가긴 멀잖아, 내 바이크 타고 다녀와.” 가끔 인근 상점에서 마주치면 흥정도 해 준다. 함께 카야킹을 나가고 블루라군에서 점심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듬직한지. 여행자들도 소니의 믿음직스러움을 한눈에 알아보고 칭찬한다.
이런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알아 가는 것이 라오스 여행을 즐겁게 인솔할 수 있는 힘이다. 대단히 큰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거창한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자기만의 방법으로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 오늘은 소니였지만 다음엔 아버지와 함께 유기농식당과 요리수업을 운영하는 ‘하이옌’, 그다음엔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 세라오 프로젝트 무료영어교육 수혜자이자 봉사자인 ‘이’까지,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누군가는 방비엥은 공정여행으로써 큰 매력이 없다고, 꼭 거기여야만 하냐고 묻지만, 나에게 방비엥은 이미 특별해진 곳이다. 사랑하는 방비엥, 1월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