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0호] 엄마들이 만드는 따뜻한 세상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이르는 말이다. 기업, 단체의 마케팅업무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주)도담도담 맘스클럽은 이름 그대로 ‘엄마들’이 모여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전역 앞 노숙자의 어린 자녀를 돕기 위해 모인 엄마들은 끊임없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지역사회에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사회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도담도담 맘스클럽을 만들었다.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의 황정현 센터장은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출산, 육아, 사회기부 등에 관심 있던 주부들이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마케팅 분야로의 사업을 확장한 케이스”라며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강점을 활용한 사업 분야 선정과 함께 경력단절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으로 다른 지역의 유사한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곳”이라고 이곳을 소개했다.
                              
‘도담도담’의 탄생

2006년, 이서진 대표는 육아 정보 등을 얻으려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서 ‘집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50대 부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아이 아빠가 대전역에 머물며 화장실에서 아이를 씻기고 역 주변에서 분유를 먹이며 아이 엄마를 기다린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하느냐며 안됐다고 댓글만 남겼다가 다시 한 번 기사가 올라왔을 때는 직접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삭인 몸을 이끌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둔 친구 두 명과 함께 이유식, 헌 옷, 장난감, 분유를 모아 대전역으로 향했다. 도와주러 왔다고 말하는 것이 아이 아빠에게 상처를 줄까 봐 주변을 빙빙 돌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사는 집까지 함께 가게 됐다. 아는 사람이 무상으로 빌려준 방인데 턱을 올라야 방이 있는 구조였다. 자칫하다 아이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모금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당시 활동하던 인터넷 카페에서 진행할 수는 없어 모금을 위한 인터넷 카페 ‘도담도담’을 만들었다. 임산부, 아이 엄마 백 명 정도가 마음을 모아 주었다. 지금은 8만 명의 회원이 있는 ‘도담도담’의 시작이다. 운영비로 필요한 소품을 구입해 정회원 이상이 무료로 돌려 사용하는 등 ‘공유’라는 개념이 없던 당시에 활발한 소통을 하며 함께 사는 법을 알아 나갔다. 


2010년에 도담도담은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했다. 그리고 2011년, 구성원들은 우연히 마을기업에 대해 알게 됐다. 마을기업이 되면 장소와 활동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이것에 끌렸다. 아이를 데리고 엄마들과 식당과 카페를 오가는 생활을 끝내고 싶었다. 돌상, 돌복, 장난감 대여, 장소 대여 등을 수익 모델로 하는 마을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2012년, 마을기업 재지정을 받으며 법인격을 갖춰야 했고 도담도담은 비영리 민간단체로 두고 도담도담 맘스클럽을 분리했다. 비영리 민간단체 도담도담에서는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도담도담 맘스클럽에서는 영리 사업, 사회 공헌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2014년,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사회적 기업이 되었다. 인터넷 카페 도담도담, 비영리 민간 단체 도담도담 그리고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각자 ‘도담도담’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를 지향하며 구성원이 겹치기도 한다. 현재 세 단체의 대표도 이서진 대표로 같다. 

            

              

엄마들이 만든 엄마들의 일자리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온라인 마케팅 및 캐릭터, 홍보물을 제작하는 토탈 마케팅 대행사다. 이뿐만 아니라 돌상, 돌복, 장난감 대여와 대관 사업도 한다. 이서진 대표는 도담도담 맘스클럽이 진행하는 일은 높은 수준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한다. 약간의 훈련을 거친 가정주부가 재택근무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요즘 시대에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워요. 그런데 엄마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애들 때문에 걸리는 면이 많거든요. 애들이 아파도 병원 데려가기가 어렵고 애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기도 어려워요. 일반 직장에 다니기 어려운 거죠. ‘아줌마들이 다 저렇지 뭐.’ 이런 시선을 받게 되니까요. 그런데 엄마들끼리는 그 고충을 알거든요. 그런 눈치에서 해방되는 일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미혼모를 비롯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경력단절 주부 들에게 열려 있다. 직원을 새로 채용할 일이 생겼을 때 같은 조건이라면 아이 엄마를 채용한다. 근무 형태도 여러 가지다. 출근 시간은 9시, 9시 30분, 10시, 퇴근 시간은 6시, 5시, 4시 30분으로 나뉘어 있다. 아이를 키우며 오랜 시간 일하기 어려운 여성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는 구조다. 계속 일하며 아이들에게 엄마 손이 덜 필요해지는 때에 다시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엄마가 챙겨 주는 것만 받으며 살다가 결혼하고 나면, 내 몸 건사도 힘든데 아이 챙기고 직장에 나갔다가 6시 퇴근하면 시장 볼 시간도 없어요. 아이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 바쁘죠. 아이 잠들고 나면 그제서야 밥 먹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집 치우는 거예요. 남편 퇴근하면 뒤치다꺼리도 하고요. 다음날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예요.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우리는 지금 우리가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거예요.”

               

                    

이웃의 마음을 살피는 행복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지향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기혼 여성, 경력단절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으며 수익의 일부는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보육원 등을 돕는 데 쓴다. 개인 가정을 돕기도 한다. 반찬 배달과 육아용품 후원, 현금 후원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이 필요한 곳을 찾는다. 새터민이나 이주여성들에게는 돌복, 돌상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물질적으로 곳간을 채워 주고 싶은 게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만져 주고 싶어요. 우리가 돕는 아이들은 꼭 봉사활동을 보내요. 사춘기가 되면 누구한테 도움을 받는다는 게 창피할 수도 있잖아요. 자신들도 봉사하며 보람을 느끼면서 더 반듯해져요. 반찬 봉사도 ‘반찬이 없는 사람들에게 반찬을 주는’ 개념이 아니라 직접 가서 할머니 얼굴도 보고 상태도 확인하고 있어요. 함께 병원에 가기도 하고요.”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주위를 둘러보며 개인을 둘러싼 고단한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려고 노력한다. 내 아이가 잘 자라길 바란다면, 이웃 아이도 잘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내 이웃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주변 사람들은 도담도담 맘스클럽을 ‘에너지가 맑고 밝은 곳’으로 바라본다. 함께 사는 이웃을 바라보고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후원하는 가정의 아이가 상을 타 오거나, 무뚝뚝하기만 했던 아이의 아버지가 마음을 열어 올 때, 후원하던 미혼모 센터의 엄마가 아이를 입양 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할 때, 자격증을 땄다고 알려 올 때, 구성원들은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더 많은 이와 함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 도담도담 맘스클럽의 목표다. 앞으로 수익 모델을 늘리고 안정화해 일자리가 필요한 엄마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엄마로서 다른 엄마들을 만나고 이해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일터를 만들어 가는 일, 내 손길이 필요한 곳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는 일. 도담도담 맘스클럽 구성원들에게 ‘일’은 단순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하며 행복한 삶, 도담도담 맘스클럽은 ‘엄마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법을 보여 준다. 


성수진 사진 (주)도담도담 맘스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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