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지나치며 궁금했던 공간 콜라텍과 카바레

한번쯤 지나치며 궁금했던 공간 

콜라텍과 카바레

콜라텍과 카바레

클럽은 가 본 적 없다. 그저 가끔 인터넷에 핫한 클럽 춤이 나오면 그 어두운 공간에서 단체로 저런 춤을 추며 들썩이고 있겠구나 싶었다. 클럽은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콜라텍과 카바레는 궁금했다. 콜라텍과 카바레는 묘하게 가던 발길을 붙잡았다. 붉은네온 사인으로 ‘카바레’가 반짝이고 특유의 뽕짝 같은 음악이 문 밖을 비집고 나온다. 하지만 클럽과 대조적으로 들어가는 문 앞은 조용하다. 주변에 지나는 사람도 없다. 뽕짝 특유의 들썩이는 소리와 한적한 골목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대부분 콜라텍과 카바레는 중앙시장 골목에 위치한다. 클럽이 도시 번화가에 있는 것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단어의 탄생

콜라텍과 카바레 차이는 뭘까. 자료를 찾아보면 콜라텍은 1990년대 정부 주도하에 미성년자 문화공간을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한다. 당시엔 ‘교복을 입고도 갈 수 있는 클럽’이란 말처럼 청소년을 위한 클럽이였고 술 대신 콜라를 팔았다고 한다. 콜라텍은 콜라와 디스코텍의 합성어다. 디스코텍은 디스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즐기는 클럽이라 하니 단어 탄생부터가 학생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굳이 ‘콜라’라는 단어를 넣은 부분이 말이다. 콜라텍과 다르게 카바레 유래는 찾기가 어려웠다. 프랑스어로 ‘포도주 창고’, ‘선술집’을 뜻한다고 한다. 콜라텍과 다르게 단어 자체에 ‘술'이 포함되어 있다. 단어 탄생지는 19세기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이다. 처음엔 예술가, 시인, 화가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물랭 루즈’도 파리의 역사적인 카바레 중 하나다. 이런 문화가 있었기 때문인지 표준국어대사전에 카바레는 “무대, 무도장 따위의 설비를 갖춘 서양식의 고급 술집”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 취재 결과 카바레와 콜라텍 의미를 크게 나누지 않고 사용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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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에 자리 잡은 오래된 클럽
중앙시장을 걷다 보면 묘한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지하 1층은 콜라텍, 지상 2층도 콜라텍 그리고 3층은 카바레가 자리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한 건물 안에 동종 업종 시설이 3개나 있다. 먼저 콜라텍을 가보기로 했다. 처음 발길을 옮기는 만큼 문은 어떻게 열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문은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안은 조용했다. 도착한 콜라텍엔 이미 조명이 꺼지고 무대 정리를 하고 있었다.
“영업 끝났어요. 보통 12시에서 3시까지 해요. 콜라텍과 카바레요? 그냥 비슷한 거죠. 뭐.”
콜라텍 도착 시간은 오후 4시. 취재하기 이른 시간이라 생각했던 건 클럽과 비슷한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취재하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사장님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는 듯 다시 뒷정리를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로 장사는 잘 안된다고 했다. 하루에 20~30명 정도 온다고 했다. 무대는 낮았다. 무대 맞은편으론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지가 일자로 놓여 있었다. 신기한 건 가게 간판이다. 분명 콜라텍이 2층에 있다고 했는데 카운터엔 카바레라 써 있다. 정말 사장님 말처럼 카바레와 콜라텍은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눈에 띄는 건 한땐 잔뜩 댄스복을 걸었던 것으로 보이는 보관실과 식당이다. 보관실엔 짐칸 숫자가 900번까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이 식당이다. 식당 안은 50팀은 받을 정도로 넓다. 식당을 지나면 카운터가 나오고 보관실을 지나면 춤출 수 있는 무대가 나온다. 
“지금도 노랫소리 들리죠? 지하 1층은 아직 영업할 거예요. 거기 한번 가봐요.”
빠른 비트의 쿵짝쿵짝 소리의 근원은 지하 1층이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막혀 있었다. 마땅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다 근처에서 떡볶이 장사하는 상인에게 중앙시장에서 제일 오래 영업한 카바레가 어딘지 물었다. 길을 찾지 못할 바에 가장 오래된 곳을 찾아 중앙시장에 콜라텍과 카바레가 생긴 이유를 들어 볼 생각이었다.
상인 분이 알려준 곳은 제일 카바레였다. 다행히 아직 영업 중인듯 했다.
“여긴 학생들이 오는 곳이 아니야. 지금은 영업을 쉬고 있어요. 여기 역사는 나도 잘 몰라요. 10년 전쯤에 가게를 인수했거든. 오래된 곳이라곤 들었죠.”
붉은 불빛이 가득한 공간 로비 중앙엔 풍경화 그림과 함께 ‘제일’이라는 글씨를 적었다. 손님이 많이 없어 최근엔 7080 카페를 열어 저녁에도 장사를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고 한다. 로비 중앙 하단엔 입장료가 써 있었다. 평일 500원, 주말/공휴일 1,000원. 이렇게 낯은 가격으로 운영이 될까 싶은 마음으로 우선 계단을 내려왔다. 
또 다른 콜라텍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무대는 다 정리하고 식당 주방만 마지막 뒷정리 중이었다.
“여기가 제일 오래됐지. 1921년부터 있었어. 어르신들 춤추고 여기 와서 점심 드시고 가는 거야. 옛날에 카바레는 오후 늦게 하는 거고, 콜라텍은 연세 드신 분들 운동 삼아 오는 곳이죠. 옛날 카바레 개념으로 하는 곳은 없어요. 예전만큼 놀이 문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돈도 안 돼요.”
옛날 카바레 개념이 무엇인지 더 알고 싶었지만 주방 정리에 바쁜 사장님은 그저 잘 모르겠다고 했다. 1921년부터 했다는 말은 반신반의했다. 생각지도 못한 연도라 당황스러웠다. 그저 오래전부터 일했다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며 건물을 나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어르신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까?

며칠 후 다시 찾은 카바레, 콜라텍 건물. 이번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열린 문을 찾았다. 노랫소리가 들리는 문을 열었는데 안경에 김이 뽀얗게 서렸다. 안경을 비비고 보니 식당이다. 손님도 꽤 많다. 무슨 일인가 싶어 멍하니 있는데 식당 손님 한 분이 먼저 말을 건넨다.
“여긴 어떻게 왔어? 여긴 어르신들 춤추는 곳이지. 콜라텍은 저기 문으로 나가면 있어.”
콜라텍과 카바레를 다니며 처음 만나는 환대다. 먼저 누군지 묻고 갈 길을 알려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알려준 문으로 나가니 빛나는 조명 아래 빈 무대가 보였다. 사장님을 만나 물으니 어르신들 춤추는 시간은 끝났다고 한다. 콜라텍 사장님은 무대를 지나 작은 카페 공간으로 안내했다.
“입장료는 500원. 이게 무슨 돈이 되겠어요. 그냥 좋은 일 하는 거죠. 여기가 오는 나이대가 가장 다양해요. 97세도 오신다고요. 노인정에 있는 것보다 낫죠. 여기 오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신다고.”
카페 메뉴도 싸다. 커피 500원. 믹스커피다. 그래도 서비스 하나는 정성을 다한다. 어르신들은 소문이 빨라 조금만 야박하게 해도 다신 안 찾는단다. 또 계단이 있으면 힘들어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콜라텍이 2층에도 있지만 지하로 오는 이유다. 그리고 드디어 콜라텍과 카바레의 구체적 차이점도 들을 수 있었다.
“콜라텍은 무대와 식당 공간을 분리해야 해요. 법적으로 그래요. 카바레는 무대랑 식당 공간이 하나로 되어 있고요. 영업 허가도 달라요. 카바레는 유흥주점으로 신고 될 거예요.”
사장님이 말한 콜라텍과 카바레의 차이점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됐다. 이 둘은 현재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하지만 그 시작이 다르니 공간의 형태가 다르다. 카바레는 원래가 술을 마시며 공연을 즐기는 곳이니 식당과 무대가 하나로 될 수 있으나 콜라텍은 건전한 클럽을 추구한 만큼 주류를 팔 수 없게 식당 공간과 무대 공간이 분리되었을 것이다. 
“여기 문을 닫으면 어르신들이 어디 가겠어요. 좋은 문화 공간이죠. 입장료도 싸지, 음료도 싸지, 친구 만나서 놀 수 있지. 운동도 하고요. 또 식당 음식도 싸거든요.”
예전엔 춤 강습도 했다는데 지금은 배우러 오는 이들은 적다고 한다. 나중에 또 궁금하면 방문하라는 사장님 인사에 화답하며 길을 나섰다. 처음에 못 찾았던 입구는 건물 뒤편에 있었다. 카운터엔 입장료 1,000원, 보관료 500원이라 썼다. 1,000원만 내면 얼마든지 신나는 노래 들으며 친구들과 놀다 갈 수 있는 곳이 콜라텍이었다.

콜라텍과 카바레 뒷이야기

콜라텍과 카바레에 대한 궁금함이 조금 해결되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저번에 찾은 2층 공간은 과거 카바레였다가 콜라텍으로 공간 정의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건물 입구에 있는 간판을 자세히 보면 ‘콜라텍’ 스티커를 덧댄 흔적이 보인다. 식당이 넓게 한 공간에 있던 이유도 이해가 됐다. 중앙시장을 넘어와 인쇄 골목을 걸으면 댄스 교실, 댄스복을 파는 가게가 몇 개 보인다. 콜라텍 사장님이 춤 강습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한때 많은 이가 댄스 교실에서 춤을 배우고 콜라텍, 카바레에서 댄스복을 입고 춤췄을 것이다. 또 인쇄골목엔 크게 황제 카바레가 있다. 지금은 손님이 많이 없다는 황제 카바레는 제일 콜라텍과 비슷하게 한 50년 영업했다고 한다. 시장 상인들도 중앙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제일 콜라텍이라 하니 1921년에 생겼다는 콜라텍은 잘못된 정보일 것이다. 콜라텍을 다니며 그 문화를 기록한 책도 찾을 수 있었다. 콜라텍의 다양한 문화를 쓴 책 <콜라텍을 다녀보니>(정하임, 노드미디어)를 보면 콜라텍엔 추는 춤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콜라텍에 가기 위해 댄스학원을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눈길을 주지 않던 공간에서 노인들만의 문화가 있었다. 콜라텍을 보며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누구나 놀고 싶고, 사람을 만날 무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무대만 있으면 그 안에서 어떻게 놀지는 각자가 정할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디스코 음악이 나왔던 콜라텍에서 이젠 어르신이 좋아하는 쿵짝 음악이 나오는 것 처럼 말이다.

글 사진 황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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