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은동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유성 야외 방탈출 게임 <안녕마을 실종사건

어은동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유성 야외 방탈출 게임

<안녕마을 실종사건>


방 안 곳곳에 숨겨둔 문제와 힌트들.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문제의 답을 찾아내야만 방을 탈출할 수 있다. 방탈출 게임은 다양한 콘셉트와 현실감 있는 스토리 속으로 직접 들어가 추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뛰어나 오랜 기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에 수많은 방탈출 카페가 생겼고 방탈출 게임을 콘텐츠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은 많은 사랑에 힘입어 시즌4까지 방영했다.
어느 날, 들려온 동물의 목소리. 그리고 우편함에는 의문의 쪽지가 도착했다. ‘령이’를 찾아주세요.’ 

유성을 배경으로 야외 방탈출 게임 <안녕마을 실종사건>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주식회사 팬블러는 유성구 어은동에 안녕마을과 유림공원을 추리게임의 필드로 설정하여 야외 방탈출 게임 <안녕마을 실종사건>을 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팬블러의 배현혜 대표가 낯선 외국 도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3학년 선배들이 만든 게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배 대표는 문제를 풀며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스케빈저 헌트(Scavenger hunt) 게임을 통해 생소하던 도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게임을 통해서 도시와 친해지면서 그곳을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대전도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소개할 수 있도록 <안녕마을 실종사건>을 기획해보기로 했습니다.” 
<안녕마을 실종사건> 기획은 유성구에 위치한 방탈출 카페 브레인게임존의 이용원 대표와 협업했다. 배 대표는 시나리오 구상에 있어 많은 부분에 이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한다. 기획부터 게임을 판매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기까지는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기획은 배 대표와 서찰스 씨가 했으며 이후 디자이너와 웹 개발자를 섭외해 기술적인 작업을 맡겼다. 팬블러의 전체적인 경영을 맡은 배 대표는 든든한 업무 파트너인 서찰스 씨를 만능이라고 소개했다. 서찰스 씨는 미국 LA에서 살다가 배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며 대전과 인연을 맺었으며 팬블러에서 CCO로서 영업부터 고객 관리, 번역 등의 일을 맡고 있다. 
배현혜 대표와 서찰스 씨

팬블러(Fanveler)


배 대표는 팬블러를 2020년 11월에 설립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팬(Fan)과 여행자(Traveler)를 합한 이름은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더욱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팬블러의 사업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눠 운영 중이다. 온/오프라인 미션형 게임을 제작하는 ‘히든 플레이스’와 K-POP 등 한류 문화 콘텐츠에 집중하는 ‘팬블러’다. 배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지나가면 외국인에게 한국의 곳곳을 알리는 역할을 하여 한류 아이돌 열풍만큼이나 한류 여행이 활성화되기를 원한다. 그 발판으로 팬블러는 현재, SNS를 통해 외국인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K-POP을 소개하고, 앨범 등 한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공식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안녕마을에서 ‘령이’를 찾아주세요!

배 대표와 서찰스 씨는 야외 방탈출 게임의 배경이 될 동네를 정하기 위해 유성구와 서구를 위주로 적당한 동네를 탐색했다. 둘에게 좀 더 익숙한 유성구로 최종 결정했다. 게다가 어은동의 분위기도 조용하고 편안하게 느껴졌고, 안녕마을의 안녕센터는 눈에 띄는 외부게시판이 있어 게임의 출발점으로 적합해보였다.
배 대표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어은동의 유래를 활용하면 게임하면서 동네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은동 설화를 통해 대표 캐릭터 ‘령이’가 탄생했다. 마을의 수호자였던 령이가 사라지고 령이를 찾기 위한 힌트는 동네 곳곳에 숨어 있다.
게임을 구매한 사람은 히든플레이스 에코백과 게임에 이용하는 미션 수행 지도, 코드가 적힌 의문의 쪽지가 포함된 퀘스트팩을 수령하고 안녕센터 입구에 있는 외부게시판의 QR코드로 모바일웹에 접속하여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안녕마을 안에 숨어 있는 동물들을 만나 문제를 풀며 게임을 진행한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재미있게 동네를 탐험할 수 있어 가족 단위로도 즐기기 좋다. 다만, 배 대표는 게임을 실행하는 동안 골목에서 통행하는 차를 조심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일반적인 방탈출 카페에서의 게임은 진행 도중에 즉시 관리자와 소통이 가능한 반면, 오프라인에서 시간 제약 없이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안녕마을 실종사건>의 경우, 빠른 소통이 어려울 수 있어 힌트와 정답을 미리 제공한다. 하지만, 의도한 동네 탐방과 유저들의 재미를 위해 힌트를 몇 개 사용했는지 기록이 남게 함으로써 최대한 힌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미션을 완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어은동에 거주하고 계신 분인데 살면서도 알지 못했던 공간을 많이 만났다는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다음 게임 시리즈도 기대가 된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한 번은 미션 중에 안녕마을 내 건물 외관을 활용해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있었는데, 건물 공사를 하면서 외관이 바뀐 적이 있었어요. 저희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기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날 바로 게임을 수정했어요. 이렇게 게임을 실행하셨던 분들의 피드백이 정말 필요해요. 좋은 리뷰든, 비판이든 감사하죠.” 
<안녕마을 실종사건>은 지난 3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163명의 후원을 받으며 목표 금액의 501%를 달성했다. 300% 달성률을 넘기며 팬블러는 후원자들에게 추가 리워드로써 안녕마을 쿠폰을 제공했다. 안녕마을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과 안녕마을 상인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안녕마을 상권 안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제작한 선물이다. 

대전을 알리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되기까지


서찰스 씨는 대전의 분위기, 대전의 느린 속도가 자신과 잘 맞았다고 한다. 대전에서 특히 좋아하는 동네나 공간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밭대학교와 가까운 수통골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배 대표는 대전의 속도가 느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전만의 여유로운 템포는 존재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배 대표는 갑천과 한밭수목원이 매력적이어서 틈만 나면 방문하는 장소라고 했다. 이들은 어느덧 15년 넘게 대전에 살고 있는 대전러로서 대전의 가치를 게임이라는 수단을 통해 어떠한 방법보다도 재미있게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
팬블러는 현재 새로운 버전의 게임을 준비 중이다. <안녕마을 실종사건>의 온라인 전용 버전인 추리 퀘스트 게임과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대전 문화콘텐츠 창업 기업 사업화’ 사업에 선정되어 만년동을 배경으로 한 게임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어은동의 ‘령이’를 시작으로 하여 대전 그리고 전국으로 팬블러의 세계관을 넓혀가고 싶은 바람을 내비쳤다.
“이후에는 오프라인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 제작을 진행해보려고 해요. 메타버스 공간을 디자인하는 기업 ‘디몽’과 협업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대전의 곳곳을 메타버스화해서 게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팬블러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어은동 곳곳을 탐험하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안녕마을 실종사건> 게임은 유성구에 국화가 만발하는 10월 말까지 실행 가능하다.


글 사진 양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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