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0호] 고요한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일렁인다

고요한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일렁인다

 

대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전역 뒤편에 자리한 대동은 대전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대전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에 의해 생긴 마을이다.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은 산을 헐고 집을 지어 판자촌을 이루었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마을은 멈춘 듯 고요하고 큰 변화가 없다.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 온 사람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골목마다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시간 멈춰 있던 마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재개발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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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달동네인 대동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8년 도시재생사업인 ‘무지개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부터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주변 환경이 낙후한 지역주민들을 위해 주거환경·교육·복지·문화·취업 등 종합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동네 재생 프로젝트다. 
대동은 2008년에 선정되었고, 대동의 상징이자 자랑인 하늘공원 역시 무지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9년에 조성했다. 골목 곳곳에 생긴 벽화 역시 무지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벽화는 2009년, 2014년 벽화대회, 2018년 마을축제까지 총 세 번에 걸쳐 그렸다. 골목골목마다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과 대전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하늘공원 조성으로 많은 사람이 대동을 찾았다. 하지만, 시설이나 벽화의 노후화는 막을 길이 없었다. 
무지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대동에는 주민협의체인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위원회(이하 아마위)’가 생겼다. 마을의 통장을 중심으로 만든 주민협의체 구성원은 열 명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마을 관련 회의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무지개 프로젝트를 이어 가는 차원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신청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시작했다. 
아마위의 회원이자 대동 현장지원센터의 배정화 현장활동가는 “저 같은 경우 통장님 권유로 아마위에 들어왔어요. 통장님께서 마을에 관한 애정이나 열정이 남다르세요. 같은 맥락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야기도 나온 거고요. 지금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은 주민 의견을 반영한 거예요”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8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8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을 위한 도시재생특별위원회의에서 동구 대동 1-74번지 일원을 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이다. 사업유형 면적 규모에 따라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정비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대동하늘마을은 우리동네살리기 유형으로 2021년까지 총 1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여한다. 우리동네마을살리기는 면적 5만 ㎡ 미만 소규모 저층 주거밀집지역과 거주민 1,000가구 이하의 마을에서 추진한다.
해당 구역은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95.3%를 차지하고 있는 마을이다. 총 거주민은 1,300여 명으로 300가구가 채 되지 않는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사업 구역 주변인 대동2, 3, 7구역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개발지역에서 제외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주민들에게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은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왼쪽부터 김수현 인턴, 배정화 현장활동가, 이정윤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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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동 현장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장지원센터는 현재 코디네이터와 마을활동가가 상주해 도시재생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및 컨설팅, 지역공동체 역량강화, 주민공모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대동 현장지원센터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실행계획을 작성해 제출했으며, 국토교통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면, 거점개발 핵심 콘텐츠와 기반시설 핵심 콘텐츠에 필요한 터 매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동 우리동네마을살리기 도시재생사업은 ‘하늘을 담은 행복한 우리마을-골목이 주는 위로’ 프로젝트예요. 거점개발 핵심 콘텐츠는 ‘달빛아트센터’ 건립입니다. 지역 내에 거점을 조성해서 주민의 문화공간을 확보하고, 마을소득을 창출할 계획이에요. 달빛아트센터는 현재 지상 3층 건물로 계획하고 있어요. 어린이도서관부터 커뮤니티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고요.”
대동 현장지원센터의 이정윤 코디네이터를 만났다. 이정윤 코디네이터는 현재 대동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주민을 만나고, 마을을 조사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달빛아트센터 건립 이외에도 공용 주차장 조성사업, 골목길 정비사업, 집수리 지원사업 및 공·폐가 정리, 주민역량강화사업 등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포함했다. 
“달빛아트센터 건립 이외에도 문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대동의 좁은 골목길을 활용하는 거죠. 마을주민이 가진 노하우를 활용해 전통장공방, 식물공방, 철공방 등 다양한 공방을 운영할 계획이에요. 마을기술학교를 운영해 마을주민에게 맞춤 교육도 진행할 생각이고요. 공방 운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주는 거죠. 마을주민이 쉽게 알 수 있게 소식지도 만드는 등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마을공방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할 예정이에요. 공방이나 게스트하우스는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운영할 생각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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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뉴딜사업의 관건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현장지원센터가 빠져나간 이후에도 주민이 주체적으로 마을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주민참여가 가장 중요한데, 인원이 많지 않을뿐더러 주민 연령대가 높아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에요. 앞으로 남은 기간 안에 의지가 있는 주민을 발굴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진정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이정윤 코디네이터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주민을 만나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힘쓸 생각이다. 배정화 현장활동가 역시 마찬가지다.
“다행인 건, 통장님들과 협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마을에 애정이 있고, 변화에 의지가 있어요. 함께 모이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잘 이뤄져서 젊은 사람도 많이 들어오면 좋겠어요.” 
최근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대동이 나오면서 마을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사람들은 낮은 골목마다 그려진 그림을 찾아 대동 골목을 누빈다. 여름 무더위가 가신 탓에 늦은 시간까지 하늘공원에 머무는 사람도 많다. 상업공간이 아니라 거주지이다 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벽화를 그린 이후에 벽화를 막아 놓거나 다시 페인트를 칠한 주민도 있었다. 누군가는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골목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과 눈이 마주치면 괜스레 눈인사를 나눈다. 할머니는 마치 알던 사람인 듯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 준다. 평일 오전에도 대동 하늘공원을 찾는 사람이 꽤 보인다. 한 커플은 숨을 고르며 하늘공원에 올라 대전의 풍경을 바라본다. 오밀조밀하게 밀집한 건물과 그 너머 산자락이 도시를 감쌌다. 우러러보던 높은 빌딩을 하늘공원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면 전혀 다른 도시에 온 기분이 들었다. 위상을 뽐내듯 곳곳에 서 있는 네모난 건물이 왜인지 불편스럽다. 
대동 곳곳에선 이미 공사가 한창이다. 하루아침에 건물이 무너지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준비를 마쳤다. 재개발과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혼재한 대동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 몰아치는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길 바란다.

 


글 사진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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