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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7호] 갑천이 날 따르는지, 내가 갑천을 따르는지
갑천이 날 따르는지,
내가 갑천을 따르는지
노루벌 트래킹
하릴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사진 한 장에 마음이 탁, 하고 걸렸다. 서구 흑석동에 위치한 노루벌은 갑천이 마을 주변을 휘감고 흘러 마치 섬처럼 보인다. 섬은 아니지만, 섬 같아 보이는 마을. 서구라고 하면 대전의 완전한 도심지역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곳이 있다니 호기심이 솟았다. 장태산과 구봉산자락에 있어 온전히 살아 있는 자연경관이 마음을 빼앗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차를 타고 여유롭게 노루벌로 향했다. 가로수를 심은 반듯한 도로를 지나 어느새 숲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왔다. 자동차로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노루벌로 향하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마을 초입에 주차를 하고 내리자, 넓게 흐르는 갑천이 눈에 들어온다. 주말동안 비가 내려서인지 바닥에 깔린 흙이 뒤섞여 황토색 물이 흐른다. 푸른 물빛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청량함 뿜어내는 자연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천천히 마을 풍경을 눈으로 훑었다. 한 아주머니는 바지를 걷어붙이고 다슬기를 잡고, 한 아저씨는 자신이 설치해 둔 어망을 들춰 본다. 물고기가 잡히느냐 묻자, “물고기는 잡히는데, 사람들이 자꾸 들춰 보고 가져가요”라고 대답한 뒤 다시 길을 나선다.
유유히 사라지는 아저씨를 뒤로하고 나 역시 길을 나섰다. 갑천을 왼편에 두고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한 시간 반 정도면 마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자갈밭을 걷다가 흙길을 걷기도, 애써 다리를 건너 숲길로 들어서 보기도 한다.
옆에서 쉬지 않고 흐르는 갑천은 나를 따라 함께 걷는 것처럼 보인다. 항상 도로 옆에서 흐르던 물줄기를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마주하니 기분이 묘하다. 천변에 설치한 나무 데크에 올라 천천히 흐르는 갑천을 바라봤다. 구봉산과 그 앞에 일렁이는 갑천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잠이 쏟아진다. 평온하고 나른한 풍경 앞에 살짝 눈이 감긴다.
길을 걷다가 막다른 길을 마주한다. 이렇다 할 표지판이 없어 헤매던 차에 하우스에서 일하던 마을 주민에게 길을 물었다. 아저씨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웃으며 트래킹 하러 왔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하니, 반대편으로 돌아 나가 쭉 직진하란다. 아저씨가 알려준 방향으로 다시 걷는다. 햇볕이 따가워 버티기 힘들 즈음이면 간간히 구름이 햇볕을 막아 주고, 조금 덥다 싶으면 시원한 바람이 몸을 훑고 갔다.
pm 1:54
노루벌 도착. 주말동안 내린 비로 하천 바닥에 있던 흙이 위로 올라와 물빛이 황토색이다
pm 2:09
내가 만난 첫 번째 텐트. 사람은 없었다
pm 2:19
갑자기 아마존의 밀림을 만났다. 하천이 불어나 물이 넘쳤다
그냥 걸을까 했는데 신발이 다 잠길 정도여서 옆 들판을 몰래 뛰어갔다
pm 3:28
혼자서 기념사진을 찍어 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pm 3:45
반딧불이 생태체험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멍멍이들. 개조심이라 붙어 있는데,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pm 4:32
몇 분을 채 달리지 않았는데 금새 우뚝 솟은 아파트가 보였다
벌써 조금 전이 그립다
글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