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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6호] 실패를 전시하다
실패를
전시하다
대전 실패박람회
날이 좋았다. 맑은 하늘 아래, 둔산대교 건너 엑스포 다리가 시원하게 보였다. 화창한 5월의 하루, 조금은 낯설고 특별한 박람회장을 찾았다. 행사 기획자에게는 까다로울 수도 있는 주제인 실패. 실패박람회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실패’를 다루며, 그 주제에 대해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자 한다.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실패박람회가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1층 전시장에서 열렸다. ‘2019 실패박람회’는 다양한 실패를 국민들과 함께 나누는 장을 마련하여 실패에 공감하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현대사회는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져 간다. 이런 사회에서 실패하지 않는 것보단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실패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박람회는 의미 있었다.
대전 실패박람회가 실패에 접근하는 방법은 인상적이다. 박람회는 주제의 전문성보단 대중성을 중점에 두고 기획했다.
박람회는 ‘실패를 감각하다’라는 슬로건에 맞게 실패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실패 쌍안경’ 부스에선 실패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적어 볼 수 있었다. 실패의 표면만 보고 좌절하기보단 같은 실패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한다. 부스에 들어서면 긴 삼각 원통 두 개를 받게 되는데 각 면마다 실패에 대한 원인을 나, 주변, 세상이라는 세 가지 각도에서 기록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의지, 방법, 필요성의 측면에서 어떻게 해결할지도 직접 적는다. 실패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여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스를 마련했다. ‘구석 전시’는 졸업 작품전 이후 창고 속에 사라지는 예술대학교 작품들을 다시 무대 위로 끌어냈다. ‘꿈꾸는 사진관’은 내가 생각하는 실패는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모니터에 띄워 남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실패박람회는 대전뿐만 아니라 강원, 전주, 대구 총 네 지역에서 진행된다. 실패박람회는 이후 실패에 관련된 의제를 발굴 및 연구하여 최종적으론 9월에 광화문에서 대표 실패 의제들을 모아 종합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 실패박람회의 장점은 타 시도와는 다르게 청소년을 위한 부스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큰 청소년들에게 직접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했고 청소년들을 위한 가벼운 심리상담 부스도 준비했다. 청소년 부스를 운영하는 어라운드의 우수정 팀장은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직접 행사를 준비하면서 본인이 먼저 실패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행사의 일정표를 찾아볼 수 없었고 행사의 정보를 담은 포스터도 찾기 어려웠다. 한편으로 박람회를 살펴보며, 실패 그다음의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의 극복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실패박람회는 몇 년에 걸쳐 진행이 예정된 프로젝트다. 이번 기회가 단순히 실패를 위로하는 행사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원인과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대안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사진 황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