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6호] 학교밖청소년, 공정여행의 대사가 되다

나는 Youth Travel Ambassador!

학교밖청소년,

공정여행의 대사가 되다

 

사단법인 모먼트와 함께하는 공정여행

 


 

 

2019년 4월 16일, 
공정여행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참가신청서를 작성한 열세 명의 학교밖청소년 친구들이 모여 공정여행과 필리핀에 대해 공부하는 사전모임을 시작했다.

 

학교밖청소년이란?
학교밖청소년이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이 문제 있는 친구들이 학교를 자퇴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그렇지만은 않다. 학교밖청소년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만 9세부터 만 24세까지의 청소년을 말하며,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선택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공정여행은?
공정여행. 단어는 많이 들어봤으나 정확히 어떤 건지 자세히 몰랐던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공정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동안 내가 해 온 여행에 조금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공정여행이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곳만 가고, 좋은 음식만 먹고 오는. 단순히 소비만 하고 오는 여행이 아니다. 체인점과 호텔보다는 홈스테이에서 숙박하며 현지 마을을 살리고,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비영리단체에 소비한다. 또 마을의 경제성장을 위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실천하며 여행지의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우리의 물질과 시간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여행이다.
한 번도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했던 친구들을 우선 대상으로 한 이번 공정여행에 아이들은 긴장감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3회기의 사전모임을 시작으로 필리핀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바공실랑안의 주민센터

 

공정여행의 시작, 필리핀
여행의 첫 날, 공항에서 내리고 우리는 가장 먼저 바공실랑안 마을에 도착했다. 이미 우리가 오는걸 알고 있었던 청년들에게 필리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바공실랑안 마을, Youth Council, YES-BS에 대해 설명을 듣고 팀별로 마을 곳곳에 어떤 건물들이 있는지 마을을 둘러봤다. 다음 공정여행을 올 친구들을 위해 마을 지도를 그려 보는 시간도 가졌다.
바공실랑안은 필리핀 내에서도 빈민가에 속하는 마을이었기에 ‘첫 해외여행’으로 설렜었던 아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뒤엎은 곳이었다. 
건물 화장실에는 변기 뚜껑이 없고, 거리에는 벌레들이 있었으며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더우면 언제든 틀 수 있는 선풍기와 에어컨이 아주 귀한 곳이었다.
그렇게 마을을 둘러보고 온 아이들이 처음 했던 말은 ‘한국 가고 싶어요. 선생님’이었다.
심지어는 SNS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작성하는 등 도움 요청이 난무하기도 했다.
첫날부터 한국에 가고 싶다니, 남은 5일 무사히 지나가기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다.
저녁을 먹고 바공실랑안 청년들의 집에서 홈스테이 하며 첫째 날을 보냈다. 

 

학교밖청소년, 일일 선생님이 되다
둘째 날은 사전 모임 때 계획했던 시티오바깔 어린이집에서 일일 선생님이 되어 보는 활동으로 시작했다. 시티오바깔 또한 모먼트의 지역 청년단체 YES-BS에서 운영하고 모먼트에서 지원하는 곳으로, 바공실랑안에서도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한다. 
미리 준비해 간 티셔츠에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지며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도 하고, 팽이를 만들어 대결하는 것도 알려 주고, 종이비행기를 접고 간식을 나눠 주는 활동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시티오바깔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고, 놀아 주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육 봉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 본다는 친구도 있었고(게다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예뻐서 돌아가기 아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시티오바깔 아이들도 우리가 준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바공실랑안의 사회적기업인 케이터링을 통해 시티오바깔 아이들과 점심식사까지 마치고 팀별로 YES-BS와 함께하는 역사투어를 시작했다.
필리핀 역사투어에서 바공실랑안 청년들과 팀을 이루어 여러 유적지를 둘러본 후, 바공실랑안의 한 학교에 들어가 케이터링에서 준비한 저녁식사를 했고, 우리를 위해 기타연주와 노래를 준비해 준 필리핀 친구들의 짧은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그렇게 둘째 날도 홈스테이 숙소에서 보내게 되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홈스테이에 익숙해진 친구들은 첫날처럼 당장 한국으로 가고 싶어 하지는 않았고, 바공실랑안 청년들이 보여주는 친절과 다정함에 금세 친해진 친구들도 여럿이 있었기에 다음 날의 헤어짐에 아쉬운 마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KOICA 필리핀사무소에 방문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대했던 활동 중 하나였다.
우리 친구들이 KOICA를 가 보다니!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에 방문하여 부소장님의 설명과, 영인터내셔널의 설명을 들으며 코이카가 하는 일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에서는 개발도상국 간의 협력관계와 상호교류를 증진하고 국가의 경제사회발전지원을 위한 무상 협력사업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들도 결국은 코이카가 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필리핀은 자연재해나 재난이 발생하면 마을 전체가 쓸려 나가기 때문에 학교밖청소년이 많으며 또한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어 검정고시 지원과 자립 지원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미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GK Enchanted Farm 마을을 둘러보는 중

 

GK Enchanted Farm, 필리핀 사회혁신의 현장을 보다
마닐라에서 2~3시간 동안 차를 타고 우리는 GK Enchanted Farm으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농장을 간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농촌활동을 생각했다.
농촌 경험도 하고 일도 하겠구나 덥고 힘들겠구나….
그러나, 역시 도착하자마자 그런 생각은 모두 깨져 버렸다.
이곳은 농장인가 마을인가. 마을 안에 농장이 있는 듯했고, 농장 안에 마을이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작은 농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마을을 이루는 농장이 된 Enchanted Farm은 필리핀의 자원을 이용해 가난을 극복하려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을 배출하는 허브기능을 담당하여 많은 유기농 식품을 개발하고 유통하고 있다. 
우리는 농장에서 직접 개발한 화이트치즈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치즈개발자 또한 정규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유기농치즈를 개발했다고 하며 우리도 원하고 바라는 일에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 주었다. 
우리가 만났던 필리핀 사람들 대부분이 밝았는데, GK Farm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더 인상적으로 남았다.
이들의 목표는 2024년에 5백만 명의 가난을 끝내고, 필리핀 20여 개 지역에 GK Enchanted Farm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목표달성을 기원했다.

 

여행을 마치며 
필리핀을 경험하기 전까지 친구들은 대부분 필리핀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다. ‘필리핀은 덥고 가난한 나라,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곳은 잘 살고, 못사는 곳은 많이 못사는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필리핀 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꿈’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으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2019년 5월 7일부터 12일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과 필리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애쓴 사단법인 모먼트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글 사진 사회복지사 곽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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