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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6호] 과거,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기록
과거,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기록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기획전
<대전여지도-Mapping Daejeon>
은행동과 대흥동을 잇는 으능정이 네거리 대흥동성당 맞은편,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건물을 활용한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이곳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대전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가 꾸준히 이루어진다. 대전의 역사와 함께해 온 근대건축물 안에서 벌어지는 왕성한 대전 이야기는 많은 이에게 크게 주목받지 않아도 그만의 울림을 지닌다.
지난 4월 30일부터 시작한 전시, <대전여지도-Mapping Daejeon> 역시 대전을 다양한 방식으로 아카이빙해 전시한다. 박능생, 박영선, 박성순, 송진세, 신건이, 윤후근, 이민혁, 임양수, 정명희. 총 아홉 명의 작가와 지역문화예술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10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를 기획한 대전시립미술관 김민기 학예 2팀장은 “대전문화의 다양한 분야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을 통해 퍼즐을 맞추듯 우리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재정립하는 소중한 기회다.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들을 예술을 통해 바라보고, 복기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말했다.
1층 입구에는 대전 이야기가 담긴 역사 자료를 전시했고, 그 맞은편에는 대전시 지도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지도 안에는 대전 명소를 표시했고, 그 외에 담기지 않은 곳은 시민이 직접 채워 나간다. 문화예술의거리인 대흥동 일대에 많은 핀이 꽂혔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계단을 올라 2층 전시실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면 2층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가까워진다. 안다성의 <못 잊을 대전의 밤>이라는 노래다. 노랫소리에 홀린 듯 소리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박능생 작가의 작품에 시선을 빼앗긴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두를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작품에는 대전의 모습이 빼곡히 담겼다.
전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대전을 이야기한다. 대전이라는 대전제 안에서 ‘대전, 사람들’, ‘철도, 대전출발’, ‘대전, 화려강산’으로 갈래를 나눠 회화 작품부터 사진, 미디어, 역사 자료,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전시장 안에 녹였다. 지금은 사라진 대전 지역 갤러리도 기록했다. 한때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대전미술의 성장과 함께한 갤러리를 하나하나 기록했다.
작품을 둘러보며 대전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본다. 임양수 작가의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옛 목척교의 겨울 풍경을 살펴볼 수 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거리는 한없이 소박하다. 사람으로 복작거리는 지금의 목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껴보지 못한 풍경이다. 송진세 작가의 <서정>은 대전극장통이라 불리던 곳을 그린 작품이다. 허름한 주점에서 옹기종기 모여 식사에 술 한잔 걸치는 모습을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 터치로 담아냈다. 당시 고된 서민의 저녁 풍경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이다. 윤후근 작가의 작품 <퇴미고개>는 화풍 탓인지 유럽의 어느 시골마을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신건이 작가의 사진도 눈에 들어온다. ‘대전·충남 사진작가 1호’라 불리며 대전 사진계의 선구자로 칭해지는 신건이 작가는 8·15 해방 혼란기부터 꾸준히 대전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가 담아낸 역사적 사건들의 기록과 과거 대전의 소소한 풍경들이 생소하다.
<대전여지도-Mapping Daejeon>은 ‘대전’이라는 지역으로 걸음을 함께하는 전시다. 우리가 있기 이전에 살아온 이들은 과거의 대전을, 그리고 지금 우리는 현재의 대전을 기록한다. 역사 기록을 넘어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이기에 뜻깊다.
전시는 오는 8월 25일까지다.
글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