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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5호] 두려움이 키운 용기,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다
두려움이 키운 용기,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다
벨로코펜하겐 박주희 여행가 강연 <바이크투어링 인 더 월드>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한계를 깨뜨려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4월 13일 자전거 카페 벨로코펜하겐에서 진행한 박주희 여행가의 소개 영상에서 언급된 문장이다. 박주희 여행가는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여행했다. 낯선 길에 선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앞서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낯선 나라를 무려 777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여행했다. 박주희 여행가에게 있어 자전거 여행은 한계에 도전하는 일, 두려움에 맞서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이 벨로코펜하겐을 찾았다. 모두 그녀의 여행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박주희 여행가의 강연은 ‘꿈을 이루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그녀는 한국에서 출발해 중국,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 아프리카까지, 총 30개국을 여행했다. 박주희 여행가가 자전거 세계 여행을 도전한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이 변화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케냐에서 1년 동안 태권도를 가르치며 자원봉사를 했었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주변 사람들이 제가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후로 세계 여행에 대한 용기가 생겼어요.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큰 용기를 내 떠난 세계 여행 첫날, 중국으로 향하던 배 안에서 그녀는 정말 많이 울었다고 한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익숙하고 아늑한 모든 것이 배 안에서 사라져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영상 속 문장처럼 자신의 두려움과 한계를 깨뜨려 보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그래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여정 중에 어려움은 당연히 있었지만, 그때마다 좋은 사람들이 나타났고 도움을 얻었다. 첫 여행지인 중국에서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절망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중국인 아저씨와 그의 가족 덕분에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박주희 여행가는 이를 ‘초행자의 행운’이라 말했다. 무엇인가 처음 할 때 뜻하지 않은 운을 얻게 되는 것. 그 뜻하지 않은 운을 얻은 박주희 여행가는 그다음 여행을 위한 힘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바로 ‘소문’이었다. 낯선 나라에 대한 적은 정보와 주변 지인으로부터 들은 흉흉한 사건 사고는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리 생각했다.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정한 이유가 두려움 때문이라면 더욱 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 잡았다.
박주희 여행가는 여행에서 오는 모든 두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매일매일이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계속해서 부딪혔다. 그녀는 매일 닥치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물음에 ‘극복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두려움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잘 관리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제가 말한 ‘두려움이 키운 용기’라는 말에서 ‘용기’는 그릇을 의미하기도 해요. 그릇의 크기에 따라 수용할 수 있는 양이 다르잖아요. 저는 그 그릇 안에 두려움을 담았어요. 그리고 그 두려움을 담는 그릇을 키워 나갔고요.”
두려움을 담는 그릇이 커지다 보면 결국 두려움의 존재는 옅어진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두려움이 많았다던 박주희 여행가는 강연 내내 당당했고 빛이 났다. 마치 두려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처럼.
글 사진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