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5호] 평범하고도 특별한 어느 날, 봄을 알리다

평범하고도 특별한 어느 날,

봄을 알리다

 

테미예술창작센터 <2019 프리뷰> 전시 개막식

 


 

 

여느 때보다 조금 이르게 핀 벚꽃에 사람들은 한껏 들뜬 마음으로 테미공원을 거닌다. 평일 한낮임에도 테미공원을 찾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테미공원에 자리한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이하 창작센터)는 매년 벚꽃 눈이 내릴 때면 봄의 문을 열 듯 <프리뷰> 전시를 진행한다. <프리뷰> 전시는 창작센터에서 진행하는 한 해 첫 프로그램으로, 개관 이래부터 계속해서 입주예술가를 선정해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창작센터 레지던시 지원 프로그램은 해마다 지원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해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인다. 지난 3월 29일에는 파비앙 페논(Fabien PENONE) 주한 프랑스대사와 장-크리스토프 클러리(Jean-Christophe RLEURY) 주한 프랑스 문화원장이 창작센터를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선정된 입주예술가는 총 12명이며, 현재 입주한 강상우, 듀킴, 안가영, 이혁종, 임선이, Wenbo Gong, 김명주, 최현석 작가 총 8인이 이번 <2019 프리뷰> 전시에 참여했다. 

 

 
1층 아트라운지에는 강상우, 웬보 공, 최현석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강상우 작가는 기억 속 특정한 환상적 이미지나 경험을 현재와 엮어 재해석하고 그것들의 관계와 변형 모습을 관찰하도록 한다. 웬보 공 작가는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 속에서 쉽게 마주하는 구성 요소를 예술로 표현하고, 최현석 작가는 ‘기록’이 주는 무게감에 초점을 두고 불편하고 찝찝한 것들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듀킴 작가는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각 매체가 가지는 특성을 연결해 하나의 작업으로 보여 준다. 세미나실에 설치한 영상물은 작가 본인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해 퀴어적 서사를 시각화한다. 
지하 전시실에는 김명주, 임선이, 안가영, 이혁종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김명주 작가는 특정한 주제나 사회적 환경과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작업하기보다는 작가 본인의 감정에 집중해 작업한다. 작업을 통해 작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구축해 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인왕산을 모티브로 작업한 임선이 작가는 인왕산의 수치지형도를 오려 내고 쌓아 작품으로 만든 뒤 촬영해 사진으로 전시했다. 일일이 오려 층층이 쌓은 지층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역사를 이야기하기도, 작가의 노동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뉴미디어와 게임아트를 매체로 작업하는 안가영 작가는 공존, 감성 등 다양한 요소를 기반으로 현실 물질이나 이론을 넘나드는 ‘SF 월딩’이라는 개념의 게임아트 작업을 보여 준다. 계단 곳곳에 놓인 이혁종 작가의 작품은 가속화된 자본주의의 현란한 개발 환경이나 기술적 격차 사회에서 과거 흔적을 물적·심리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창작센터에서는 1년에 두 번 진행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오픈스튜디오로, 입주예술가의 작업실을 둘러보며 창작 과정을 면면히 확인하고 작가의 생각을 내밀하게 곱씹어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에서 사진으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임선이 작가의 실제 작품 또한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오픈스튜디오 외에도 테미 벚꽃콘서트, 테미 보물찾기, 아트리포트, 아트 메이커 등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개막식이 이뤄진 창작센터 옥상에는 많은 사람이 자리해 봄날을 만끽했다. 눈앞에 펼쳐진 새하얀 벚꽃과 울려 퍼지는 밴드의 노랫소리는 매년 돌아오는 익숙한 봄을 충분히 특별하게 만든다. 사람들의 웃음 어린 얼굴을 천천히 뜯어본다. 훈훈한 봄기운에 몸이 나른하다. 테미의 봄은 창작센터로부터 시작한다.

 


글 사진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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