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6호] EDM은 그냥 민간 영역에서 맡는 걸로

EDM은

그냥 민간 영역에서

맡는 걸로

 

토요일 토요일을 즐겨라 페스티벌

 

 

토요일 저녁 은행동, 주말 나들이를 나선 사람으로 북적인다. 밤하늘 아래 스카이로드는 거리를 환히 비춘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걸음을 옮기다가도 스카이로드 영상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으로 시선을 보낸다. 은행동 스카이로드 중앙에는 무대를 설치하고, 높은 무대에 DJ부스를 만들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사회자가 무대에 오른다.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시에서 진행하는 ‘토요일 토요일을 즐겨라(이하 토토즐) 페스티벌’의 첫 무대가 지난 5월 4일 열렸다. 
토토즐 페스티벌은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시에서 신규로 기획한 야간 페스티벌이다. 5월 4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주 토요일, 스카이로드와 중앙시장 일원에서 진행한다. DJ댄스파티부터 0시포차까지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은행동 스카이로드 거리, 무대 주변 상가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와 무대의 음악 소리가 뒤엉켜 거리에 울린다. 무대가 있는 옆 골목에서는 프리마켓을 진행하고, 중앙시장 일원에서는 0시포차를 운영했다.
사회자가 무대에 오르고 본격적인 DJ댄스파티를 시작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무대를 바라본다. 일찍부터 무대 앞쪽에 자리를 잡은 사람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손을 번쩍 들고 함께 몸을 흔든다. 엄마를 따라 주말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은 화려한 조명에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한다.
이날 DJ댄스파티 메인DJ는 바로 개그맨 박명수였다. 연예인이 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박명수가 등장하자 어느덧 은행동 스카이로드 아래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가득 찼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려웠다. 박명수의 공연은 화려했다. 백댄서들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흥을 돋우기 충분했다.
공연의 흥이 더할수록 무대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마다 손을 높게 들고 사진 찍기 바쁜 모습이다. 주변 상가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모인 탓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사람들과 제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무대 주변 경호원과 스태프 이외에 안전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무대 앞쪽 말고는 이동 통로를 따로 마련하지 않은 탓에 거리는 순식간에 혼잡해졌다. 움직이려는 사람들 사이로 비명과 함께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아무리 밀고 나가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빠져나가려 할수록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에 치이고,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치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흥겨운 노래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무대 바로 근처 상가는 문밖으로 내놓은 상품을 진즉에 안으로 들여놨다. 가게 유리벽 앞에 선 손님들 때문에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비켜서라고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한 가게는 문 앞에 사람들이 계속 서 있는 탓에 자동문이 닫히지 않았다.
“행사를 진행한다는 건 아침에 상가번영회에서 보낸 문자를 받아서 알았는데 무대를 여기에 설치하는 줄은 몰랐어요. 사전에 따로 협조 요청을 받거나 하지도 않았고요. 큰 음악 소리 때문에 인테리어로 놓은 컵이 흔들리다 떨어져 깨졌어요. 지금도 사람들은 구경하겠다고 문 앞에 다 서 있는데, 주말에 이러면 영업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민원 넣을 거예요.”
무대 근처 상가들 대부분 사전에 협조 요청이나 행사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가게 주인은 “여기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좀 전에 싸움 날 뻔해서 그거 말리고, 애 하나가 부딪칠 뻔한 거 내가 잡아줬어요. 지금 여기 안전요원 하나 없어요. 나랑 여기 사장님이랑 같이 조심하라고 얘기해 주고 난리도 아니에요. 여기 지금 월세가 얼만데, 주말만 바라보고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이러면 어떻게 해요.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진다고 여기서 이러는지…”라고 이야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DJ박명수 공연이 끝나자 거리를 채운 사람 대부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지막 공연이 남아 있었지만 사람들은 분주하게 다시 발걸음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무대 위에 오른 DJ와 댄스팀은 음악에 맞춰 무대를 이어나갔다. 
한참동안 무대를 바라보던 한 시민은 “그냥 지나가다가 공연을 해서 보고 있었어요. 이런 걸 하는 줄도 잘 몰랐는데, 재밌는 행사가 대전에 많아지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했다.
토토즐 페스티벌 홍보물을 보고 찾아왔다는 한 부부는 “재미있어요. 엄청 좋은데요?”라고 이야기하며 DJ댄스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무대 근처에서는 나이를 잊은 듯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어린 여학생들은 무대 앞 펜스에 서서 환호하며 뛰어 놀았다. 
시민 대부분 페스티벌을 일부러 찾은 것이 아니라 은행동에 잠시 나왔다가 구경하는 사람들이었다. 토토즐 페스티벌이 대전방문의 해 행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관심 없다는 듯 지나가거나 잠시 무대를 바라보다 지나가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전에 볼 수 없던 형식의 파티에 즐거워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5월 25일 토토즐 페스티벌을 다시 찾았다. DJ댄스파티 무대 위치는 조금 더 위쪽으로 옮긴 모습이었다.  무대 중앙 부근에 일렬로 작은 펜스도 둘러쳤다. 일부 사람들은 펜스 너머 가게 앞에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통로를 확보해 보행자 이동에 큰 불편은 없었다. 첫 행사 이후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민원을 반영한 듯 했다.  
이날은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하지 않았다. 지켜보는 사람이 개막식 때와 비교하면 많지 않았다. 유명인이 오지 않은 무대는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DJ와 함께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댄서들 공연은 여전했다. 무대 조명과 스카이로드 조명은 여전히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토토즐 페스티벌 부대행사로 진행하는 0시포차에는 많은 시민이 모였다. 중앙시장 일원에는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분위기를 더했다. 사람들은 음식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대전천 위에는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혔다. 사람들은 반짝이는 불빛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대전천 옆에서 버스킹 공연도 진행했다. 아이들은 앞으로 나와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토토즐 페스티벌 중 중심 행사라 할 수 있는 DJ댄스파티는 오후 8시, 9시, 10시 총 3회 진행한다. 대전시는 토토즐 페스티벌을 대전의 대표 여행 콘텐츠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3년으로 연장한 대전방문의 해를 준비하며 기획한 콘텐츠다.
‘EDM’이라는 장르와 유명 연예인을 결합한 콘텐츠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대전에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산업군 중 점점 그 비중이 높아지는 관광 산업 활성화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토토즐 페스티벌이 대전시 관광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개편하거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아쇠 구실을 하기 보다는 특별한 계기를 맞아 벌이는 한바탕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이벤트에 공적자금을 투여한다는 점이다. 로마시대 검투사를 동원해 다양한 모순 속에서 고통 받는 
시민의 스트레스와 저항의지를 막아두거나 권위주의 정부 시절 3S 정책으로 정치 무관심을 고조하기 위한 ‘자극’과 다르지 않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토토즐 페스티벌은 성공적인 축제다. 많은 시민이 찾아왔고, 이름처럼 즐거운 토요일 저녁을 보냈다. 비슷한 일상에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상을 보며 우리 도시 대전에 일상적으로 쉽게 경험할 문화예술 콘텐츠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으능정이 거리와 중앙시장, 대전천 등 공간이 지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에 걸맞는 콘텐츠가 안정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DJ댄스파티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공공기관에서 펼쳐야 할 영역은 아니다. 그건 그냥 클럽 등 민간 영역에 맡기면 된다.

 


글 이지선 사진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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