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5호] "좋아하는 걸 꼭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

"좋아하는 걸

꼭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

 

충남대학교 A.W.흑인 음악 동아리 성규식

 

 

충남대학교엔 흑인 음악 동아리가 있다. 흑인 음악이라. 이 동아리에 대해 검색해 보면 2년 전에 찍은 동아리 홍보 영상이 나온다. 영상에는 도로를 누비는 멋진 스포츠카도 나온다. 학생이? 스포츠카를? 이곳은 대체 뭘 하는 곳일까. 그리고 과연 흑인 음악 동아리엔 정말 흑인 유학생이 있을까?

 


 

 

흑인 음악이 뭐길래
“아쉽게도 아직 동아리에 흑인 유학생 친구는 없어요. 그래도 예전 인도에서 유학 온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아마 지금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그래도 그 영상의 스포츠카는 진짜예요. 예전 선배 중에 스포츠카가 있던 형이 있거든요.”
동아리방에서 흑인 음악 동아리인 ‘A.W.’ 대표 성규식 씨를 만났다. 신입생 때부터 계속, 이 동아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규식 씨는 비니를 쓴 자유로운 옷차림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저도 동아리에 처음 들어갈 때, 조금은 망설였어요. 동아리 이미지가 좀 세잖아요. 생각해 보면 그때 있던 선배들은 좀 무섭게 생기기도 했고요.”
흑인 음악 동아리는 흑인 음악을 베이스로 길거리 문화를 즐기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다. 동아리 이름만 들었을 땐 랩만 할 것 같지만 이외에도 음악 믹싱, 디제잉, 보컬과 심지어 음악을 직접 녹음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냥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곳은 서브컬처, 마니아적인 것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죠.”
규식 씨는 동아리 정의를 간단히 내려 주었다.
흑인 음악이라 하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쉽게 표현하면 힙합이다. 정확히는 힙합이 흑인 음악의 한 부분이다. 규식 씨는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 동아리가 사라질 뻔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동아리 명칭을 계속 흑인 음악 동아리라고 고집하는 이유는 그 이름이 가지는 저항과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규식 씨는 흑인 음악의 자유로운 느낌이 좋다고 한다.
“솔직히 좋아하는 것에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있으면 더 편안해지고 즐겁고 때로는 설레는 것이 좋아하는 거죠. 이 동아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선배가 들려준 노래가 있어요. NAS의 인데 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면 그때처럼 설레요.”
듣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면서 옆에 있던 동아리 부원이 컴퓨터에서 바로 음악을 틀어 주었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대로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진 않아요. 음악으로 먹고살긴 어려울 거 같거든요. 그래도 취미로 지켜 갈 순 있겠죠.”
음악은 좋아하는 것으로 지키고 싶다는 규식 씨의 말엔 젊음이 느껴졌다. 그것은 해야 할 것을 하면서도 충분히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잖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흑인 음악은 자유예요. 저는 뭔가를 하고 싶으면 일단 다 해 보는 사람이거든요. 좋아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싶어요.”
재밌어 보이는 것은 우선 해 본다는 규식 씨는 요즘 사진 촬영에 관심이 있다. 사진 촬영과 흑인 음악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가사를 쓰거나 랩을 할 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려고 해요. 흑인 음악이라는 장르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진도 그래요. 내가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을 한 장으로 담아내는 표현방식이니까요.”
인터뷰 동안 동아리방 컴퓨터에선 계속 신나는 음악이 나왔다. 그중 몇 곡은 직접 동아리에서 만들었다는데 듣기 좋았다. 오랜만에 동아리방에 있어 좋았고 좋은 노래를 끊임없이 들을 수 있는 이곳, A.W.가 좋았다.

 


글 사진 황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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