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2호] 자전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다

자전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다

 

네이키드 덴마크 김희욱 대표 강연-덴마크의 라이프 스타일

 


 

왼쪽 김희욱 대표, 오른쪽 카페 벨로코펜하겐 이원희 대표

 

유등천이 흐르는 수침교 부근에 위치한 자전거 카페 ‘벨로코펜하겐’에서 이색 강연이 열렸다.
지난 1월 4일 하루해가 저문 시간, 카페 벨로코펜하겐에는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자전거 애호가와 덴마크 문화에 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리를 채웠다. 
이날 강연자로 덴마크에서 자전거 호떡 노점을 통해 ‘호떡 청년’이라 불리는 김희욱 대표가 나섰다. 김희욱 대표는 코판 라이스(KOPAN Rice)라는 한국 음식 전문 매장과 덴마크 전문 미디어 네이키드 덴마크(Naked Denmark)를 운영한다. 
덴마크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김희욱 대표는 이날 강연을 통해 덴마크의 자전거 문화를 시작으로 덴마크 복지, 정책, 교육 등을 이야기했다. 김희욱 대표는 덴마크의 교통 시스템이 자전거 이용자를 기준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덴마크가 목표하는 ‘자동차 수요를 줄여 자전거 세상 만들기’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실제로 덴마크는 사람보다 자전거 수가 많은 나라로, 특히 코펜하겐의 경우 자전거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출퇴근 시간, 자전거 이용자가 50%에 달할 정도로 덴마크 사람들은 자전거를 일상적 교통수단으로 활용한다. 덴마크는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정책과 교통 시스템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그 결과 덴마크는 100년 전에 세계 최초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고, 수많은 덴마크인이 자전거를 이용하며 덴마크가 자전거의 천국이라 불릴 수 있었다. 
덴마크 도로에는 자전거 이용자가 주행 중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도로 중간마다 자전거 타이어 펌프와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구비해 두었다.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만큼, 나아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우선되는 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쉬클슬랑에’라는 자전거 전용 도로다. 운하로 분리된 두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로,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태를 띤다. 그래서 다리의 이름 역시 덴마크어로 자전거라는 뜻의 단어 ‘쉬클’과 뱀이라는 뜻의 ‘슬랑에’를 결합해 지었다. 김희욱 대표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다리는 좀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죠. 하지만 이렇게 구불구불한 길은 조금 더 천천히,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고 주변 풍경을 통해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느리지만,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김희욱 대표는 자전거가 단순히 이동수단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자전거는 미디어, 즉 소통수단이 된다. 그는 청강자들에게 사진 몇 장을 보여 줬다. 사진 속에는 자전거를 타는 덴마크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덴마크만의 특이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아이를 태우고 달리는 이들은 바구니를 앞에 달고 있다. 아이들은 앞에 달린 바구니에 앉아 간다. 이 차이점은 김희욱 대표가 말한 ‘자전거는 소통의 수단’이라는 이야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덴마크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탈 때, 아이를 앞에 앉혀요. 자전거를 타며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만약 차를 타고 갔다면 어땠을까요? 자동차는 아이를 뒤에 태우기 때문에 눈을 마주치는 것도, 대화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아요. 자전거는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소통수단인 거죠.”
이날 강연의 시작은 분명 자전거라는 주제로부터 출발했다. 정확히는 덴마크의 자전거 문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제는 ‘소통’, 그리고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전거를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소통수단 중 하나로 생각한다. 이들에게 자전거가 소통수단인 만큼 덴마크인에게 대화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 역시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다 이야기하지만, 덴마크의 경우 어떠한 상황, 나아가 교육과 일상생활에서도 대화는 가장 중요하다.
김희욱 대표는 덴마크인이 가진 대화 방식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한 가정을 방문했을 때 김희욱 대표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아이에게 헬멧을 선물했다. 아이 아버지는 아이가 헬멧을 쓸 줄 모르자, 도와주었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아이 아버지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행동을 보여 준다. 아무 말 없이 직접 헬멧을 씌워 주는 것이 아닌,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헬멧 쓰는 방법을 알려 준 것이다. 덴마크인들이 가진 대화 방식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후, 행동하는 것이다. 아이가 헬멧을 쓸 줄 모른다고 해서 무작정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시간을 준다.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덴마크인들에게 그만큼 대화는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공유한다. 대화, 그것은 그들이 행복하고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글 사진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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