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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2호] 한 걸음 더 가까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대전시립극단 창단
대전 연극계의 숙원이었던 시립극단이 오는 2020년을 목표로 창단 준비에 들어갔다.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시립극단이 없는 곳은 대전과 제주뿐이다. 수년 동안 시립극단 창단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해 10월 31일 대전역 동광장 옛 보급창고에서 개최한 민선 7기 문화·관광·체육 정책 방향 설명회를 통해 시립극단 창단과 공공 공연장 확충 등을 발표하며 선거 공약을 구체화한 정책을 제시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문화예술 관련 투자를 전체예산의 2.1%에서 5%까지 끌어올리는 등 대전을 문화융성 도시로 키워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직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9월 대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분야 신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밝혔다. 문화 분야에는 대전시립극단 창단을 포함했다. 시립극단 창단은 불안정한 수익으로 생계가 불안정했던 연극인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립극단을 창단하는 만큼 이에 관한 관심이 높다.
대전에서 2014년부터 활동한 김도윤 배우는 “시립극단이 생긴다는 사실이 굉장히 반가웠다. 대전 연극인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하며, 시립극단 창단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현재는 시립극단 창단에 앞서 시립극단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하는 단계다. 대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는 기본적으로 다른 시도 현황을 조사한 상태이다. 자료를 토대로 예산규모와 운영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다. 토론회와 조례 제정을 거친 후 내년도 설립을 목표로 하며, 연극협회나 관계자들의 다른 의견이 있어 협의가 길어지면 2021년에 창단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시립극단 창단이 논의되면서 예산 규모와 운영 방식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예산이 세워진 상태는 아니며, 조례를 통과하면 우선 내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 시도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10억 원 안팎의 예산이 사용되었기에 그 정도 예산을 잡아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시립극단 단원은 상임과 비상임을 혼합하는 형태인 작품중심제를 채택했다. 작품중심제는 작품이 있을 때마다 오디션을 열어 배우, 연출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단원을 상임으로 두는 단원중심제 대신에 작품중심제를 선택한 이유는 작품의 질과 유연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작품중심제에 대한 연극인들의 반응도 대부분 호의적이다.
김도윤 배우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배우 역시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라며 “작품중심제는 대전지역에 있는 배우들의 역량과 재량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대전연극협회 복영한 협회장은 “단원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비상임제도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작품중심제로 운영하면서, 공연마다 연출과 배우를 오디션으로 선발하는 것은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연출 역시 자극을 받고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던 분들도 있었지만, 취지를 설명하면 다들 찬성하는 분위기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연극협회가 시립극단이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하도록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복영한 회장의 의지다. 복영한 회장은 시립극단 창단과 관련해 “연극협회는 시립극단이 모범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립극단이 첫발을 내디뎠다.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시립극단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연극인뿐 아니라, 예술인과 시민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시립극단 창단까지 여러 가지 숙제가 남았다. 우선 시립예술단에 시립극단이 포함되도록 조례제정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예산확보와 시립극단 사무국 및 연습실 위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거론되는 장소는 대전예술의전당과 원도심이다. 시립극단 창단까지 관계자들의 원활한 합의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복영한 회장은 “원도심은 연극인들의 집이다. 예술의전당에 올릴 수 있는 연극 공연은 한정적이다. 시립극단이 원도심에서 작은 규모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원도심 활성화와 연극 발전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 예술의전당에 올릴 수 있는 큰 작품은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립 극단을 어디에 둘지는 구체화된 것이 아직 없다”라고 전하며, “3월쯤 열릴 토론회를 통해 장소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립극단 창단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시립극단이 나아갈 방향과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복영한 회장은 “시립극단은 시민들에게 좋은 공연을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다. 대외적으로는 대전 연극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도윤 배우는 “시립극단을 통해서 다양한 기회가 제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극 이외에 다양한 예술인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 청년 배우들에게도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대전시는 최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시립극단을 구상하고 있으며, 3월 중에 열릴 토론회를 통해 여러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토론회에는 연극인들을 비롯한 관련 학과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립극단의 설립목적은 시민에게 수준 높은 연극 감상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오랜 염원 끝에 시립극단 창단이 결정된 만큼, 시민의 기대와 지역 예술발전에 이바지하는 시립극단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글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