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2호] 프랑스 차원에서도 대전은 중요한 동북아 협력지입니다

프랑스 차원에서도

대전은 중요한

동북아 협력지입니다

 

주한프랑스대사관 파비앙 페논(Fabien PENONE) 대사

     

     

대전 중구 석교동은 보문산 자락에 기대어 들어선 마을이다. 마을 앞으로는 대전천이 흐른다. 이 작은 마을에 대전프랑스문화원이 들어섰다. ‘앙트르뽀’라는 복합문화공간을 함께 운영한다. 옛 창고, 공장 건물을 감각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지난 1월 18일 주한프랑스대사관 파비앙 페논(Fabien PENONE) 대사와 일행이 이곳을 찾았다.
대전프랑스문화원 전창곤 원장과 대전 중구 박용갑 구청장, 대전문화재단 박만우 대표, 대전마케팅공사 최철규 사장, CNCITY 황인규 대표이사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프랑스 차원에서도 대전은 중요한 동북아 협력지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은 방문할 계획입니다. 다른 동료들, 프랑스어권 국가 대사에게도 평소 대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앞으로 대전 방문 때 동행할 생각입니다. 3월 30일로 계획한 대전 프랑크포니 행사에도 참석할 계획입니다.”
모두 발언에서 페논 대사가 꺼낸 이야기다. 2015년 한국에 부임한 그가 대전을 찾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6년에 두 차례, 2018년 11월 16일 앙트르뽀 개관식에 참석한 후 이번에 다시 대전을 찾았다.
그에 관한 기사를 살펴보면, 활동 반경이 넓다. 분야와 지역을 막론하고 그가 찾는 현장은 다양하다. ‘주한프랑스대사’로서 한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설정한 듯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꺼낸 이야기는 기초자치단체와 분권이 지닌 중요한 가치였다.
“프랑스 대사관이 있는 서대문구에서 매년 음악 축제를 엽니다. 얼마 전에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주민을 초청해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다시 한 번 구 차원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에는 지방협력과 분권을 담당하는 참사관이 따로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과 만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들도 만났고요.”
자리에 동석한 박용갑 중구청장을 의식한 발언이었지만 대전이라는 도시에 4번씩이나 방문하고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고민하는 모습에서 ‘분권과 지역 균형 발전’에 관한 페논 대사의 진정성이 엿보였다.
“대전과는 과학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항공우주연구원도 방문하고 카이스트도 벌써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교육, 과학, 연구 분야 생태계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특히, 과학과 문화의 연결 고리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올해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문화재단이 준비하고 있다는 축제도 그런 측면으로 이해합니다.”

페논 대사가 대전과 인연을 맺는데 대전프랑스문화원 전창곤 원장을 빼놓을 수 없다. 페논 대사는 “부임하고 얼마 안 되어 전창곤 원장이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라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 무척 기쁘다”라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페논 대사는 서울과 경기도 중심으로 다진 한국 내에서의 프랑스 입지를 전국 지역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운이 좋게도 우리에게는 알리앙스 프랑세즈가 전국 일곱 곳에 있습니다. 어학원을 뛰어넘어 문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화 행사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도 따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대전은 앞서가고 있습니다. 대전프랑스문화원이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이런 대전의 모델을 전국에 추천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제주에서 원희룡 지사를 만났을 때도 대전문화원을 소개했습니다.”
페논 대사가 대전프랑스문화원에 거는 기대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작은 복합문화공간 한 곳에 한 나라의 대사가 이 정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다. 서울도 아닌 지역 도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페논 대사의 대전 방문에 대전프랑스문화원은 중심 줄기다. 곁가지가 아니다. ‘자국 문화’를 전파하는 중요한 구실을 해 줄 작은 공간 하나가 지닌 거대한 의미를 인식하고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페논 대사가 우리 지역 다양한 기업인을 만나고 싶고 이를 위한 행보를 계속 이어 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에도 대전프랑스문화원에 대한 지원을 이끌어 내겠다는 속내가 담겼다.
“3월에 대전을 방문할 때는 한불상공회의소 회장님과 함께 올 생각입니다. 그때 많은 대전 기업인을 만나고 싶습니다. 프랑스와 통상 관계뿐만 아니라 대전프랑스문화원 후원과 관련해 의논드리고 싶습니다.”
얘기 끝에 그는 대전과 프랑스의 현재적 인연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예술가로서 이응로 작가를 언급했고 그를 기리는 미술관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엥도 말했다. 이런 인연으로 대전에 프랑스 건축가를 초청해 도시 설계 강연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도시에 관한 건축가의 의견을 자주 듣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말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의욕적으로 표출하는 페논 대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프랑스 협력 공간이 서울과 수도권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서울과 경기도를 기반에 둔 협력 구조를 전 지역으로 가져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 협력 분야에는 경제, 대학, 과학기술, 학생 교류, 문화 협력과 전반적인 행정적 협력을 포함합니다. 이런 협력 진작을 위해 지역 조직을 바탕으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를 주축으로 대전처럼 문화원을 통해 협력을 진작시킬 것입니다. 각 지역 프랑스 교민 사회와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왔거나 근무를 했거나, 그냥 호감을 갖고 있는 한국분들에게도 기대를 많이 합니다. 저희 대사관에서는 지역에 자주 내려와 빈번한 만남을 갖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지역 협력 방식에 대전을 모델로 삼고 싶습니다.”
대전프랑스문화원이 중구 석교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개원할 때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프랑스 관련 서적 1만 권과 CD 3천 장을 기증했다. 자리를 마무리하며 페논 대사는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밝혔다.
두 시간 남짓, 그와 함께한 자리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지역 도시에 자국 문화를 알리며 다양한 교류를 꾀하려는 그의 진지한 태도와 열정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올해가 ‘대전방문의해’라는 사실을 인식해선지 서울 거주 프랑스 교민이 기회만 된다면 한 시간 거리인 대전에 많이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도 이런 측면에서 무게감 있었다. 페논 대사 옆에는 대사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책임자 여럿이 동행했다. 페논 대사가 초청받은 주요 기관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대전 각 기관 실무자가 함께해 프랑스대사관 실무 책임자들과  다양한 실무 논의를 진행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페논 대사가 내민 손에 우리는 어떤 손을 내밀지, 아니 손을 내밀려 하는지 궁금한 하루다.

 


글 이용원 사진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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