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0호] 목재체험으로 함께 만나는 보문산

목재체험으로

함께 만나는 보문산

 

대전목재문화체험장

    

 

보문산에 시민을 위한 체험 공간이 생겼다. 맑은 날, 보문산의 단풍을 즐기겠다는 사심 조금과 호기심을 안고 대전목재문화체험장으로 향했다. 택시 운전사와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으며 보문산에 올랐다. 
“아, 여기 놀이동산이 있던 자리예요. 바이킹도 있었고, 케이블카도 들어왔었어요. 저기 보이는 저곳 있죠? 저기에 귀신의 집이 있었어요.” 
택시 기사가 가리킨 곳은 건물이 있기 시작한 즈음의 왼편, 다소 구석진 자리였다. 그는 시간을 거슬러 그 장소를 보고 있는 듯했다. 보문산 대사동 옛 그린랜드가 있던 자리에 목재문화체험장이 들어섰다.

 


 

체험장은 다양한 목재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2003년 3월부터 휴업하여 2009년 1월 최종 폐업 신고한 그린랜드는 매출 저조로 자진폐업하고 일부 시설물과 골조 등을 철거했다. 이후 지지부진한 절차로 구조물 및 수영장 건물 등이 그대로 방치되어 보문산 경관을 망치는 등 골머리를 앓았다. 수영장 건물의 터에는 주차장이 들어왔다. 매출은 저조했으나, 많은 이들의 추억으로 남았을 놀이동산이 사라지고 꽤 시간이 흘러서야 문화체험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주차장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문사와 숲치유센터가 자리한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면 목재문화체험장이 있다. 현장은 아직 주변을 정리하지 못해 여기저기 진행되는 공사로 어수선하다. 건물 내부는 어떨지 궁금해 서둘러 들어갔다. 건물은 말끔했고 넓었다. 아직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상태 그대로 많은 이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목재에 관심을 갖고, 휴식과 친환경을 찾는다. 이 공간은 그에 초점을 맞춰 구석구석 현대인들이 원하는 요소를 모았다. 아이와 함께 학습하고 놀이할 장소와 힐링할 수 있는 장소들로 꾸며져 사람들을 기다린다. 1층 전시·영상체험실에서는 영상체험시스템을 통해 나무 그림에 색칠할 수도 있고, 자기 얼굴을 찍은 동화를 만들 수도 있다. 월별로 해당하는 나무 설명을 곁들여 이런저런 체험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놨다. 건물이 꽤 넓다. 전국 최대 규모로 만들어졌다는 체험장은 2층 건물로 되어 있다. 
마침 세종에서 방문한 주부들의 ‘나무 도마 만들기’ 중급반과 유치원생들의 ‘나무(동물)팬던트 만들기’가 진행 중이었다. 도심과 가까이에 있어 많은 사람이 찾고 있었다. 아직 시스템 사용에는 어려움이 있어 사전 전화 예약으로 방문한 이들이다. 아이들은 체험선생님의 지도하에 팬던트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주부들은 저마다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제대로 된 도마를 만들어 갖고자 하는 열정이 하늘을 찌른다. 체험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높다. 체험하는 모습을 살펴보다 나무상상놀이터로 이동했다. 또 다른 유치원생들이 뛰논다. 새 건물 곳곳에 사람이 들어 숨을 불어넣는다. 아이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공간을 살폈다. 

 

체험장에서는 주부들의 ‘나무 도마 만들기’ 중급반과 유치원생들의 ‘나무(동물)팬던트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는 체험장이 운영되면서 예약 시스템, 맨발 이용의 불편함 등 문제점을 발견했고, 대안들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시범 운영 기간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문제점이 나오는 건 계속 개선해 나가고, 방문하신 분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볼 것”이라 밝혔다.
대전목재문화체험장을 틀에 박힌 시설이 한 곳 더 늘었다기보다는 발전가능성이 있는 ‘문화체험공간’의 증가로 본다. 많은 이의 노력 끝에 대도시권에서 두 번째로 목재체험장 유치에 성공했다. 기대 어린 시선과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는 이유는 매해 쏟아지는 정책에 따라 색깔 없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의미 없는 공간이 많은 까닭이다. 무용하진 않지만 형식으로 똘똘 뭉친 그런 공간들에 이골이 난 이들이 적지 않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간을 찾고 만들고 유지하기는 꽤 힘이 드는 일이다. 이 공간이 어떻게 운영이 되고 어떤 역사를 닦아 가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해 추억을 쌓을 테다. 나무의 향, 숲 향기로 받을 위로를 원해 이곳에 들릴 것이다. 보문산에 들어와 목재체험을 하려는 이들은 직접 만들면서 만나는 나무에게서, 체험을 통한 순수한 노동에서 삶을 이겨 낼 에너지를 기대한다. 
보문산과 목재체험장이 시너지를 내기를. 인근 시민들이 지친 날 생각나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진정성 있는, 보다 양질의 문화체험공간이 되기를. 그렇게 속삭이며 공간을 벗어났다. 한창이 조금 지난 가을 낙엽이 새삼스럽게 목재체험장과 어우러진다. 목재체험장이 겨울을 나고 보문산과 함께 싹이 움틀 때 다시 한번 발걸음을 해 볼까 한다.

대전목재문화체험장  042-254-4565, 4566

 


글 사진 김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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