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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9호]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영화 촬영 현장 관찰 편
이른 아침부터 북카페 이데는 여느 날과 다르게 북적이는 모습이다. 출근길 땅콩은 무슨 일인가 싶어 북적이는 북카페 이데로 들어간다. 이날 이데 오픈을 맡은 라임이가 “폴리텍대학교 학생들이 영화 촬영 왔어”라고 말해 준다. 얼마 전, 폴리텍대학교 영상디자인과 학생들은 영화 촬영을 위해 이데 일부 대관을 요청했다. 10월 11일 테스트 촬영을 시작으로 15일 본 촬영을 진행한다. 영화 촬영이라는 이야기에 땅콩은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북카페 이데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영화촬영은
초기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폴리텍대학교 영상디자인과 학생들은 2학기 프로젝트로 영화 촬영을 진행한다. 시나리오부터 연출, 촬영, 녹음, 편집, 보정까지. 단편 영화 촬영이지만, 실제 영화 촬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의 팀으로 함께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각자 역할에 집중한다. 학과의 특성상 촬영 과제가 많다. 학생들은 매번 과제 때마다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맡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
이날은 테스트 촬영이었지만,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이다. 본 촬영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 스태프를 맡은 학생들이 대사를 맞춰 보기도 하고, 조명 설계부터 카메라 구도, 카메라 동선까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번에 학생들이 촬영한 영화 <터닝>은 한 남녀의 이야기다. 자신의 엄마가 아빠를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 딸의 이야기. 이번 영화에서 시나리오를 맡은 김지현 학생은 시나리오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게 두 번째 시나리오예요. 첫 시나리오를 뒤집고 다시 썼거든요. 아무래도 촬영하는 데 무리가 있는 시나리오였던 거죠. 그래서 팀원들과 상의 끝에 시나리오를 다시 썼어요. 고민이 많았죠. <터닝>은 딸 주영이, 엄마를 만나기 이전에 아빠 성찬을 찾아가는 내용이에요. 딸 주영은 미혼모로 힘들게 살아온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아빠를 만나죠. 보통의 딸이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미래에서 온 딸과 딸에게 무책임했던 아빠가 만나는 그 순간이 세 사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제목을 <터닝>이라고 지었어요.”
테스트 촬영을 마친 학생들과 땅콩은 어느새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영화촬영에 궁금한 게 많았던 땅콩은 이것저것 묻기 바쁘다.
“영화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세요?”
“저희 영화 촬영은 보정 작업까지 세 달 정도 예상해요.”
“월간 토마토도 올해 프로젝트로 영화를 계획하고 있어요. 한 번 시나리오가 엎어지고 난 후에 아무런 진전이 없지만…. 하하.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예요?”
“아 정말요? 근데 시작이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저희도 시나리오를 한 번 엎었잖아요. 그래서 좀 힘들었죠. 전 시나리오는 새벽 촬영도 있고, 야외 촬영도 있었는데 <터닝>은 한 공간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돼요. 이전 시나리오보다 촬영 자체를 놓고 봤을 때는 훨씬 수월한 편이에요.”
“감독부터 촬영, 조명 등 역할 분담을 하잖아요. 역할은 어떤 기준으로 분담하신 거예요?”
“저희가 과 특성상 이런 촬영 과제가 많아요. 각자 자기가 해 보고 싶은 일을 일단 선택하죠. 스스로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친구는 촬영이 맞고, 어떤 친구는 시나리오 쪽에 재능을 보이기도 하죠.”
“배우들 섭외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배우 섭외도 직접 진행했어요. 모집 공고를 냈죠. 오디션을 직접 볼 시간은 없어서 대신에 포트폴리오랑 연기 영상을 받았어요. 팀원들이랑 회의를 진행해서 가장 평이 좋은 배우를 선택했죠.”
“장비는 다 어디서 대여하신 거예요?”
“다 학교 장비예요.”
“영화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음. 저는 초기 단계가 제일 중요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본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되거든요. 준비를 철저하게 해도 본 촬영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하죠. 팀원들 간의 소통도 당연히 중요하고요. 저희 같은 경우 몇몇 친구들은 이전에도 작업한 적이 있어서 소통에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Ready, Action!
드디어 본격적인 촬영 날이 다가왔다. 아침 일찍 시작되는 촬영 덕분에 땅콩 역시 출근 시간보다 일찍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이다.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은 카메라 세팅, 조명 세팅을 시작하고 음향을 체크한다. 총 세 대의 카메라는 각각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바스트샷을 촬영하고, 카메라 한 대는 두 사람의 대화하는 모습 전체를 담는다.
“카메라 온”
“레디-. 액션!”
감독을 맡은 윤채현 학생의 액션 소리에 맞춰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웃고 떠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모두 카메라 화면에 비추는 배우들의 얼굴에 집중한다. 땅콩은 학생들에게 미리 받은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들의 촬영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컷”
소리와 함께 배우들과 학생들은 촬영은 어땠는지, 소리는 잘 녹음이 되는지 확인한다. 같은 장면이라도 콘티에 따라 다른 구도로 촬영하기도 한다. 배우에게 원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 부분을 배우가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해 주고 감정을 끌어내 주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이 부분은 좀 더 가벼운 말투로 가도 괜찮아요.”
같은 컷을 여러 번 촬영하기도 하고, 하나의 컷도 상황에 따라 나눠서 촬영하기도 한다. 현재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맞춰 빠르게 판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이데에는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으로 북적인다. 대화하는 장면 촬영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소리가 들어가지 않는 사물컷 촬영을 진행했다.
이날 촬영의 최대 복병은 바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었다. 창가 쪽 테이블에서 진행한 촬영이다 보니 창 너머에선 고스란히 촬영을 구경할 수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에 지나는 사람 몇몇은 발걸음을 멈추고 빤히 그들의 촬영을 바라보기도 했다.
여섯 시간을 예상했던 촬영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야외 촬영과 나레이션 녹음을 마치고 나서야 촬영은 끝이 났다. 오후 5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남은 것은 이제 편집과 보정 작업.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폴리텍대학교 학생들의 준비 기간은 약 3개월, 월간 토마토 영화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온종일 학생들의 영화 촬영 현장을 지켜본 땅콩의 표정이 어둡다. 땅콩은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진 듯 보였다.
자무쉬는 사무실로 돌아온 땅콩에게 묻는다. “촬영 끝났어? 어때?” 땅콩은 대답한다. “재밌었어. 근데 우리 영화 찍을 수 있을까? 왜 벌써 10월이 다 끝난 걸까.”
월간 토마토 영화는 헤어나오기 어려운 미궁 속으로 빠진 것처럼 보인다.
글 사진 이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