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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8호]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2018 필리핀 청소년여행학교, 그 뒷이야기
방문객 - 정해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지난 8월 3일부터 11일까지, 공감만세 청소년여행학교를 통해 열한 명의 한국 청소년이 필리핀을 방문해 메트로 마닐라에 자리한 바공실랑안과 이푸가오주에 자리한 키앙안을 여행했습니다. 아이들은 바공실랑안의 사회적기업인 YES-BS에서 활동하는 아홉 명의 친구와 함께 필리핀을 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을 맞이한 필리핀 친구들은 모두 태어나 처음으로 마을 밖으로 여행을 떠난 아이들이었습니다.
처음 3일 동안, 한국 아이들은 필리핀 친구들의 집에서 홈스테이하며 화려한 마닐라 도심과는 다른 필리핀을 경험했습니다. 함께 먹고 잠들던 아이들은 금세 좋은 친구가 되어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 다섯째 날, 한국과 필리핀 아이들은 야간버스를 타고 여덟 시간을 달려 키앙안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지역 단체 SITMO 회원의 집에서 머물며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전원생활을 즐겼습니다. 키앙안에 머문 3일 동안 하이킹, 문화교류 활동, 계단식 논 복원 활동 등에 참여하며 아이들은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는 필리핀 국립 박물관에서 졸업식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정해종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만남은 한 사람의 일생을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이 아닌 그 사람 뒤에 숨겨진 모든 이야기와 미래의 모습을 만나는 일 말입니다. 또한 우리는 한 사람을 통해 그의 문화와 가족과 친구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개인에게 영향을 준 감정과 추억들도 함께 만납니다. 시에 등장하는 방문자처럼 우리가 마주한 사람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닌 영원히 기억될 친구로 남습니다.
한국과 필리핀에서 모인 친구들이 나눈 이번 공정여행은 만남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를 보여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여행 후, 필리핀 아이들에게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다른 문화를 가진 친구들과 기대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어 행복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곳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국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허나니(Hernani)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났어요.” 웰마(Welma)&파울로(Paulo)&레오(Leo)
낯선 한국 친구들을 통해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요? 아이들은 인종과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어울리며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한국 친구들이 친절하고, 배울 점이 많고, 사교성이 좋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두 나라의 아이들은 간단한 필리핀어와 한국어를 서로 가르쳐 주며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친구들이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알려 줬어요. 정확한 한국어 발음까지도 배울 수 있었죠. 한국 친구들은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매우 자랑스러웠어요.” 킴(Kim)
필리핀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과 함께 떠난 여행을 통해서 목표에 더욱 집중하고, 강한 태도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자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에 감사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후대에까지 물려주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함께 여행한 한국 친구들은 물론, 다른 문화를 가진 많은 사람도 우리의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죠.” 복(BoK)
여기에 필리핀 아이들이 한국 친구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한국 친구들도 같은 마음으로 필리핀 아이들을 기억하길 바라면서요.
“우리를 잊지 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잊히지 않도록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자.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히 잘 지내.” 허나니(Hernani)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을 거야. 우리가 간직해야 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즐거웠어. 필리핀에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는 언제나 너희를 환영해!” 킴(Kim)
아이들이 전한 말처럼,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한국 친구들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감만세 필리핀 지부에서 보내온 글을 번역한 기사입니다.
글 Nick
사진 오시내
번역 오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