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9호] 책방, 바람과 파도, 햇살을 탐하다

책방,

바람과

파도,

햇살을

탐하다

공간은 글자로 가득 찼다.
글자로 가득 찬 공간은 편안함을 준다. 생활인이 오랜 시간 거주했을, 낡은 가옥을 손봐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능수능란한 전문가의 손길보다 애정을 가진 이가 남긴 거친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햇빛과 약간의 오후를 즐기고 나를 선택하세요.”
천에 적어 둔 글자가 은은한 조명에 빛을 발한다. 공간 안에는 선택 받아 떠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책으로 가득하다. 평범한 서점, 가장 눈에 잘 띄는 매대에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지만, 창작자의 애정과 노고, 무엇보다 강렬한 고집을 느낄 수 있는 책이 공간을 채웠다. 실용 서적과 그림책, 소설부터 나무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까지 다양하다. 사이사이 눈길을 잡아 끄는 독창적이고 창의성 넘치는 소소한 물건도 인상적이다. 구석구석 살필수록 더 재미있다. 오래된 다락방을 뒤지는 기분이다. 다락방을 뒤지는 행위는 우연히 발견하는 물건과 함께 물건이 놓인 공간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 바다를 향해 난 창,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책 위에 앉은 햇살, 벽을 털어 확장한 손바닥만 한 공간에 들인 ‘공간 출렁출렁’, 낮은 테이블에 손바닥만 한 의자까지.


“저기, 따뜻한 물이라도 한 잔 드릴까요.”
카운터 뒤, 맨드라미최 씨가 말을 건넨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계속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환절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비염 때문이다. 가을인지, 겨울이 들어오고 있는지 헷갈리지만 분명 환절기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음을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한다.
따뜻한 물 한 잔과 커피 한 잔을 부탁했다. 순간적인 압력을 가해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기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냉장고에 병 음료 몇 병과 맨드라미최 씨가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가 있을 뿐이다. 
제주 옆섬 우도에서 만난 책방 <밤수지맨드라미>다. 이밤수지 씨와 맨드라미최 씨가 함께 운영하는, 작은 섬 책방이다.


글 사진 이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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