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7호]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꾀하다

새로운 시도로

변화를 꾀하다

세종시 특화거리 세종신작로


 


세종시에는 신작로가 있다. 차량이나 우마차가 적정한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는 널따란 길. 신작로는 많은 가능성을 품은 근대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4월 8일 세종시에서는 세종시민개발(주)와 신작로사업추진위원회가 개최한 ‘2017 신작로 페스티벌’이 열렸다. 많은 인파가 모인 이 축제에서는 청년창업 콘테스트부터 요리 대회 시식, 연예인 팬 사인회 및 축하 공연 등을 진행했다. 세종시 특화거리 세종신작로는 세종정부청사 앞, LH세종특별본부 남측 길 200m 구간이다. 세종신작로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민간에서 기획하고 시도한 사례다.



상권 활성화와 상생을 위한 투자
지난해 2월 눈길을 끄는 콘테스트 공고문이 올라왔다. 세종5-1생활권에 위치한 세종비즈니스센터 안 스물네 개 점포 중 1층에 있는 열 개 점포를 두고 펼친 창업 콘테스트 공모였다. 이 콘테스트가 젊은 요식업 창업주에게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열 개 팀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해 2년 동안 임대료를 지원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최초 계약 2년 이후 심사를 통해 열 개 중 한 개 점포에는 1년 임대료를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인테리어 비용 점포당 2천 500만 원 등 임대료 지원까지 포함해 8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여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나만의 독특한 요리법이 있지만, 금전적인 부담으로 창업이 어려웠던 20대~40대 청년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청년 창업을 위한 여러 지원이 있지만,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이고 임대료까지 지원해 주는 경우는 드물다.
누구든 한 번쯤 생각하고 제안해 볼 만한 사업이지만, 추진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비용을 비롯해 성공을 예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명목하에 하나의 특화거리를 조성하고 기획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그간 보기 드물었던 사업이었기 때문에 시작할 때부터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과 문의가 이어졌다.
세종시민개발(주) 프렌차이즈사업팀 주창혁 과장은 프로젝트 기획부터 현재까지 세종신작로를 담당했다. 콘테스트 홍보를 위해 외식조리학과가 있는 대전 지역 대학을 다니고, 주변 상권 조사에도 힘을 썼다. 
“세종시민개발(주)는 청년 창업을 비롯해 세종시에 특색 있는 거리를 개발하고 상업시설 활성화하고자 세종시 특화거리 세종신작로를 기획했습니다.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거리, 다시 찾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입주 업체 선정에도 고심이 많았죠.”  
신작로 초기 테마는 매운 음식이었다. 그래서 신작로라는 이름은 새 신(新)이 아닌, 매울 신(辛)자를 사용했다. ‘열정의 RED, 뜨거운 FIRE, 매운 HOT, 밝은 LIGHT, 온화한 MILD’라는 다섯 가지 세부 콘셉트가 녹아난 불 요리를 점포의 콘셉트로 잡았다.   
창업을 꿈꾸는 130여 개의 팀이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으며, 1차 서류심사와 2차 요리경연, 3차 면접심사를 거친 후 열 개 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열 개 팀은 지난해 6월 22일 개업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열 가지 맛을 가진 거리
신작로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빠스타스 비스트로, 한식전문점 젊은식당, 육개장 전문점 육탕반, 한식 브런치 펍 차미, 태국요리 전문점 타이스토리, 탄탄멘 전문점 멘야카라이, 시푸드/커리 전문점 셀피쉬, 일본가정식 자유의언덕, 멕시칸요리 전문점 아즈테킬라, 매운철판쭈꾸미 김민재쭈꾸미가 있다. 깔끔한 거리에는 열 개 점포가 나란히 들어섰다. 야외 가로등에 걸린 현수막과 가게 앞에 놓인 입간판이 음식특화거리 세종신작로임을 알린다.
세종신작로는 다양한 메뉴를 가진 가게가 하나의 상권 안에 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메뉴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판매하는 음식과 상호에 맞춰 꾸며진 가게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다. 이제 갓 1년이 넘은 거리는 깔끔하게 조성했다는 느낌을 준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세종신작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르는 뜨거운 날씨지만, 점심시간을 맞이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핀다.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밝은 인사소리가 들리고, 코를 찌르는 음식 냄새는 허기진 배를 자극한다.  
한 차례 정신없이 지나간 점심시간 이후 한식 브런치 펍 차미에서 차미의 한규리 사장과 아즈데킬라 신지영 사장, 김민재쭈꾸미의 김효주 사장을 만났다. 세 사람은 인터넷과 학교를 통해 신작로 콘테스트를 처음 접했다.
“인터넷에서 공고를 봤을 때 정말 이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사실 이렇게 몸만 들어와서 장사할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입주 선정이 됐을 때 정말 기분 좋았어요. 꿈이 이뤄진 기분이었죠.”
3차 면접 이후 인테리어를 상의하고 공간을 만들면서 잘해 보자는 의지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20대부터 40대 사이의 젊은 사장님들이 모였기 때문에 서로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초반에는 신작로를 기획한 분들과 모여서 회의도 하고 의욕적으로 나섰죠. 버스킹도 하고 여러 시도가 있었어요. 비슷한 또래 사람이 모여 있어서 화합이 잘 이루어졌죠. 그런데 나중에는 서로 견해 차이도 생기고, 비용적인 부분도 부담이 되니까 홍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어요. 그 부분은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절반의 성공, 앞으로는
세종신작로는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많이 찾는 거리다. 본래 사람이 오가는 거리가 아니었기에, 저녁 손님이 드물다. 주변에 놀거리가 없다는 것이 저녁장사의 가장 큰 방해 요인이다. 근처에 세종호수공원이 있지만, 세종호수공원에서 신작로로 유입되는 손님은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심 장사 이후 갖는 휴식 시간도 길어졌다. 현재까지 이 부분에 대한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세종비즈니스센터 맞은편이 상가가 아니라는 언덕이라는 점이 이곳의 최대 약점이다. 하지만 이 점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은 없었을까. 오히려 맞은편이 상가가 아니기 때문에 세종신작로만의 분위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세종시민개발(주) 관계자는 신작로 특화거리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거리를 조성했고, 전국에서 유례없는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세종신작로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생겼다. 더불어 사람이 발길이 전혀 닿지 않던 골목에 음식 특화거리가 들어서면서 오가는 사람이 생겼고, 점포주 역시 계약 기간 동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주최 측에서는 점주들이 활발하게 나서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거리 활성화에 힘써 주길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여러 개인 사정이 있었고, 주도적으로 점주들을 이끌 사람이 없었다. 상인회도 만들었지만, 거리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생각하며 이끌어 줄 ‘리더의 부재’가 신작로 최대 아쉬움이다. 주최 측과 점주를 연결하고 상인회를 이끌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주는 기획자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인위적으로 공간을 만드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 공간이 이야기를 담으며 생명력을 갖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지자체가 시행한 재래시장 등 낙후한 공간에 청년 창업을 유도하고 지원했다가 실패하거나 성과가 지지부진한 사례와 많이 닮았다.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라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민간 영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민간이 의지를 가지고 펼치는 시도에 관이 직접 지원이 아닌 간접적으로 소프트웨어 영역을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세종신작로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고 신선한 기획이었다. 사례 자체를 잘 연구하고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공간을 생성하는 일과 그 공간이 생명력을 갖도록 하는 것, 신작로가 던진 질문이다. 신작로 무상임대 계약은 내년 6월이면 끝이 난다. 세종시 변화에 발맞춰 신작로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를 잘 지켜보아야 할 이유다.


 




글 이지선  사진 이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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