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2호] 기억을 더듬어 오스트리아를 다시 경험하다

기억을 더듬어 오스트리아를 다시 경험하다

동유럽 여행 인솔을 다녀온 지 두 달이 지났다. 아직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함께 여행하는 아이들의 뒤를 쫓느라 감상의 시간이 적었다’라며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래도 쉽사리 위안을 삼진 못한다. 필름 카메라로 담아 둔 사진을 보며, 희미해진 오스트리아의 기억을 더듬는다.


나에게 오스트리아는 나름 특별한 곳이다. 가장 좋아하는 화가, 에곤 쉴레의 나라다. 3년 전, 언니와 떠난 유럽 여행에서 제일 기대감에 부풀었던 도시였다. 에곤 쉴레의 작품과 일생을 전시하고, 에곤 쉴레의 대표작 〈발리의 초상〉이 있는 레오팔드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산책에 흥미가 없는 언니와 타협한 끝에 반나절을 미술관에서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엔 레오팔드 미술관 방문은 없었다. 아쉽긴 했지만 에곤 쉴레에만 집중해 뒷전이었던 다른 관광지를 방문했다. 나는 오스트리아를 몰랐다.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만나 볼 기회였다.



할슈타트(Hallstatt)

할슈타트는 풍경 사진이 실린 달력에서 매년 1월을 차지하는 마을이라고 한다. 눈이 하얗게 내린 작은 마을은 동화 속 작은 난쟁이 마을 같았다. 아기자기한 동네와 달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호수는 장대했다. 커다란 몸으로 마을을 품고 있었다. 눈 쌓인 산과 그 너머 산에 걸린 햇빛, 차게 뜬 낮달, 물에 비쳐 위아래로 놓인 똑같은 풍경.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



호엔짤츠부르크 성(Hohensalzburg Castle)

호엔짤츠부르크 성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봤다. 지붕 대부분은 검정색이었다. 체코는 주황색 지붕, 오스트리아는 검정색 지붕. 우리나라는 푹 꺼진 회색 아파트 옥상 지붕.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우박이 쏟아지던 독일에서 벗어나니 오스트리아는 화창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쨍하고 따뜻한 햇살이었다. 마을 너머로 알프스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성 안 벤치에 한참을 앉아, 햇볕을 쬐며 성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다.


짤츠부르크 대성당(Salzburg Cathedral)

유럽의 성당은 어느 곳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아름답다. 빛이 스미는 곳곳을 눈으로 담고, 혹시라도 기억하지 못할까 카메라에 담는다. 공간이 어두워 늘 사진은 흔들린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못해 성당 의자에 팔꿈치를 받치고 숨을 참으며 셔터를 누른다. 제발 조금이라도 잘 나와라 주문을 왼다.



축배의 노래(Waltz)

아이들은 체코로 떠나기 전에 왈츠 수업을 받았다. 쾌활한 성격을 가진 선생님 두 분이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아이들은 어색해하면서도 열심히 뒤뚱대며 엉성한 왈츠를 췄다. 노란 조명과 기품 있는 공간, 성격 좋은 선생님, 두 분이 왈츠를 추는 모습, 그때 흘러나온 축배의 노래,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장 기억 남는 공간이자 순간이다.


글 사진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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