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2호]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지난달, 영화 장비 강의를 듣고 영화에 대한 어려움이 더 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와 이들 사이의 벽이 두꺼워지는 듯하다. 제대로 시작도 않고 푸념만 늘어놓던 때에 자무쉬는 아이폰으로 찍었다는 영화 〈탠저린〉을 보자고 제안했다. 다시금 열의를 불태워 보고자 이들의 영화 선생님 강민구 대표가 운영하는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감상하기로 했다. 탠저린 관람을 위해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하던 중 자무쉬가 “설마 오늘 영사기 고장 나서 영화 못 보는 거 아니야? 그럼 진짜 웃기겠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고, 자무쉬는 그렇게 돗자리를 깔게 되는데…).

자무쉬의 말처럼 대전아트시네마는 영사기 고장 문제로 탠저린 상영을 중단했다. 결국 예언자 자무쉬를 비롯한 모두는 각자 뿔뿔이 흩어져 영화를 본 후 다음 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다.






# 월요일 오후, 북카페 이데


늘 그렇듯 영화를 찍기로 결심한 자무쉬, 포포, 개주가 앉아 있다. 영화 제작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낙타는 역시 없다. 낙타를 대신해 키키와 파라, 얌얌, 피아가 이데 구석에 모여 앉았다.

자무쉬  일단 우리 영화 〈탠저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영화 어땠어?

키키  내 생각에는 우리가 영화를 찍고 만들려면 우리 일상을 주제로 풀어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우리가 잘 말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가장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갑자기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하면 뜬금없고 오글거릴 것 같아.

자무쉬  음… 맞아, 탠저린도 시나리오 중심이라기보다는 스토리의 큰 줄기만 잡고 즉흥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럼 우리 주연배우 얌얌은 이 영화 어땠어?

얌얌  솔직히 나는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좋았어. 처음에는 노래와 배우의 액션이 크고 강렬했지만 사실 지루했거든. 그런데 후반부에서 그들이 던지는 대사나 행동이 어느 순간 확 다가왔다고 해야 하나? 소수의 이야기였지만, 그들의 연기를 통해 다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자무쉬  맞아, 처음에는 잔뜩 늘어놔서 산만한 느낌이었는데, 어느 지점에 가서 라즈믹이라는 아저씨가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랑 트랜스젠더 두 명이 가발을 벗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정서적인 부분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 같았어. 탠저린에서의 접점은 바닥에서 안간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거지. 라즈믹이나, 트랜스젠더 모두.

얌얌  나도 자무쉬 말처럼 마지막 장면이 좋았어. 내가 라즈믹의 상황이었던 적은 없지만, 그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어.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데, 마음속에는 슬픔이 가득한 상태 같았어.

자무쉬  그럼 너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어?

얌얌  일단 나는 해피엔딩은 바라지 않아.

파라  (웃음) 그럼 옥상에서 누가 확 떨어져 죽어야 한다는 거야?

얌얌  아니 그런 건 아니더라도. 나는 이 세상에 해피엔딩은 없다고 생각해.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그저 순간이 즐겁고 행복할 뿐이잖아. 그래서 나는 정적이면서 특별할 것 없지만, ‘나도 저런 감정을 느껴 봤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자무쉬  오 〈탠저린〉 같은 영화를 만들자는 거지? 〈탠저린〉이 완전한 진실은 아니지만, 플롯 상 억지로 엮은 이야기는 없는 거잖아.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 가는 거지. LA 뒷골목에 있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 주잖아.
키키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이 영화를 왜 찍냐는 거야.

파라  맞아, 기획 의도가 중요해. 그리고 우리 이야기를 하는 건 좋은데, 사실 이게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야 아는 이야기라 재밌겠지만, 남들은 재미없을 것 같아. 상영회까지 하는데, 관객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키키  그러니까 우리 회사를 배경으로 하되,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지.

자무쉬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어야 해.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거고. 리얼 다큐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남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상황 설정을 재밌게 하는 거야. 어쨌든 우리 모두는 생각도 입장도 다르니까. 그런 다른 점이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영화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수없이 많이 오갔다. 이제 진짜 움직여야 할 차례다. 우선 영화 제작에 필요한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 중 졸업 작품으로 영화를 제작해 본 키키와 파라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나눴다. 아무래도 이들 중 가장 아는 게 많은 키키가 총괄 감독 역할에 적격이었지만, 열띤 대화 끝에 감독은 자무쉬가 맡기로 했다. 영상 편집에도 능한 키키는 파라와 함께 아무도 할 줄 모르는 영상 편집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영화를 제작해 본 키키와 파라는 이들에게 구세주가 되었다. 이 둘의 등장은 마치 암흑기에서 벗어나 광명을 찾은 듯 활기를 불어넣었다. 키키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마 키키와 파라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일을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역할은 정해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뭔가 나아갈 수록 불안한 건 왜일까? 일은 벌어졌고 판은 펼쳐졌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는 영화를 찍어야만 한다!



글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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