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1호] 달의 도시 위양짠(비엔티안) 에서 만난 리얼 라오스

달의 도시 위양짠(비엔티안)에서 만난 리얼 라오스 
라오스어로 알파벳 ‘V는 ‘W’로 발음한다. 그래서 Vang Vieng은 왕위엥이고, Vientiane은 ‘비엔티안’이 아니라 위양짠이라고 읽는 것이 현지발음에 가깝다. 위양짠에서 내가 사랑하는 두 곳을 소개한다.
그녀의 작품,
HER WORKS

라오스의 소수민족 여성들을 지원하는 ‘HER WORKS.’ 이 가게에 들어서면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도 눈을 크게 뜨고 이번엔 어떤 물건을 사면 좋을지 새로운 물건이 들어온 것은 없는지 진열대를 살펴본다. 라오스 소수민족 여성들이 손으로 지은 옷, 가방, 신발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여유만 있다면 사 가고 싶은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가격은 야시장보다 웃돌지만 품질 대비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한다. 가성비를 따지느라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시대라지만 한 땀 한 땀 손수 지은 이 아름다운 작품들은 제값을 받아 마땅하다. 이건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다. 여행자들이 루앙프라방에서 못다 한(?) 쇼핑을 아쉬워하며 기념품을 살 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자랑스럽게 추천하는 곳이다. 몇 번의 방문 뒤, 라오스의 세 도시를 여행하는 여행기를 쓸 기회가 생겼고, 나는 위양짠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픈 곳으로 단번에 HER WORKS를 떠올렸다.

이 가게의 설립자(단순히 주인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이건 라오스 소수민족 여성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의 이름은 툭타(Tookta). 이 일은 툭타의 여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툭타는 야오, 몽, 레우, 아카, 크무, 카투 등 소수민족을 만나는 여행을 했다. 만나는 소수민족마다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맥이 거의 끊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 여성들은 여전히 뛰어난 수공예 능력과 복잡한 고유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내 툭타의 여행은 시골에 사는 소수민족들의 전통의복을, 라오스 여성들이 만들어 내는 독창적이고 완전히 새로운 패션과 수제 의류로 바꾸었다.

2016년 3월, 툭타는 ‘HER WOKRS 그녀의 작품’이라는 제목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HER’은 옷을 짓는 모든 생산과정에 종사하는 라오스 여성들의 노력과 기술을 나타낸다. 설립자가 수제품을 보는 안목만 뛰어난 줄 알았더니 가게 이름을 짓는 솜씨도 남다르다. 처음에는 작은 소매점으로 시작했다. 좋은 품질과 뛰어난 디자인은 여행자들에게 금새 입소문을 탔고 그녀의 사업은 빠르게 확장되었다. 지금이 2018년 2월이니 사업을 시작한 지 만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자 초보사업가이지만 작품만은 프로패셔널하다. 목도 좋다. 여행자들이 찾기 좋은 미싸이 사원 앞이다. 덕분에 나도 위양짠에 갈 때마다 들른다.

HER WORKS는 숙련된 재단사, 크래프터, 많은 소수민족의 현지 여성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일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모든 인종의 라오스 여성들의 존엄성과 능력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소수민족 여성들에게 각자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접근법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연대한다. 그리고 열정적인 그녀들의 작품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한다. 현재는 소수 민족의 고대 공예품 기술을 부활시키고 보존하기 위한 사내 여성 직업 훈련 센터를 만드는 것을 단기목표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HER WORKS로 인해 더 많은 소수민족 여성들이 일자리를 얻고 라오스 농촌의 경제성장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혹 비엔티안을 여행할 일이 생긴다면 꼭 HER WORKS를 들러보길 권한다.

II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전시하는 코너. 왼쪽부터 아카, 렌탄, 흐몽, 야오족 의상이다.

II HER WORKS 매장 전경. 마주치는 이가 당장 들어가고 싶게 생긴 외관이다.

HER WORKS
전화번호| 020 54 241 855
주소| Rue Nokeokoummane、Vientiane
가는 방법| 메콩강변 야시장에서 걸어갈 수 있다.
미싸이 사원, 르베네통 식당과 같은 거리에 있다.
불발탄 피해자를 위한 전방위적 지원군,
COPE 방문자 센터

내가 일하는 곳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꾸길 꿈꾸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이곳을 통해 여행을 가는 공정여행자라면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광, 저렴한 물가, 휴식만을 위해 여행을 가지 않는다.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기본으로 현지인의 삶을 만나고자 한다. 이런 여행에 공감하는 공정여행자들은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우리들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공정여행 활동가이다. 비엔티안에서 공정여행자들이 꼭 들렀으면 좋을 만한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던 중 만난 COPE(The Cooperative Orthotic and Prosthetic Enterprise) 방문자 센터를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라오스에는 베트남 군수물자를 나르는 호치민 트레일이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에서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라오스에 58만 번이나 폭탄을 투여했다. 이것은 미군사령부의 지휘가 아니라 FBI에서 비공식적으로 실행한 작전이었기 때문에 Secret War 비밀전쟁이라고 부른다. 한반도의 DMZ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묻힌 곳이라고 하는데 라오스는 전 세계에서 면적당 가장 많은 폭탄을 맞은 나라다. 그때 뿌린 폭탄 중 미처 터지지 않은 폭발물을 UXO(Unexploded ordinance)라고 한다. UXO는 아직도 라오스 곳곳에서 전쟁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전쟁피해자는 발생하는 이곳, 이곳은 라오스다.
UXO 피해자들은 농사를 짓다가 밭에 묻힌 UXO가 터져서 다리를 잃었다. 폭탄 위에 집을 지어 부엌에서 밥을 짓다가 폭탄이 터져 눈을 잃었다. (라오스 전통가옥 1층은 기둥만 있다. 사방이 트여 있고 이곳을 부엌으로 사용하며 2층을 침실로 사용한다.) 어린이들은 폭탄을 폭탄인 줄 모르고 공처럼 가지고 놀다가 두 다리를 잃었다. 이런 전쟁피해자는 의족과 의수가 필요하다. 사람은 하나도 같은 체형이 없다. 어린이들은 빨리 성장한다.
이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라오스의 실상을 무겁지만은 않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후원도 받는 곳이 COPE 방문자 센터다.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실제 투하된 폭탄으로 만든 조형물,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 낡은 의족 의수로 만든 탑 등을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전시관 옆에는 기념품 판매도 함께하고 있다. 후원하고 싶다면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직접 후원하면 된다.
이 센터를 방문하고 난 후 라오스 내 여러 갈등에 대해서도 한층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청소년 공정여행자들이 라오스를 여행하면 꼭 데려간다. 라오스의 느림,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뿐 아니라 이런 쓰린 역사도 함께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레 라오스 청소년 공정여행자들과 방문할 텐데 착실히 준비해서 오해 없이 라오스를 만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언어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라오스의 숨겨진 아픔을 만나게 하리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랬길. 내가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직접 이센터를 방문해서 들어도 좋다.

II못 쓰게 된 의족 의수로 작품을 만든 COPE 방문자 센터 내부

II COPE 방문자 센터 초입이다. 정면에서 나무에 가려진 곳은 장애인 전용 체육관이다. 이 체육관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방문자 센터가 바로 보인다.

COPE 방문자 센터
운영시간| 연중무휴, 오전 9시 ~ 오후 6시
주소| Boulevard Khouvieng, Vientiane (딸랏사오 쇼핑몰에서 1km 거리)
가는 방법| 비엔티안 시내에서 툭툭 타고 COPE(코페) 센터에 간다고 말하거나
Green Park Hotel에 간다고 말하면 된다. Green Park Hotel 맞은편에 있다.

*이 여행은 공감만세에서 진행하는 ‘세계 속의 어울림 We are the LAOS, 라오스 청소년 여행학교’ 입니다.
여행문의|(주)공감만세 042)335-3600

글 사진 조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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