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1호]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 장비편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장비편
월간 토마토의 시계는 언제나 빠르게 흘러간다. 잠시 영화프로젝트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 가는 듯했다. 낙타는 어느 날 영화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는 선언을 하며 객기를 부렸다. 불행히도 포포, 개주, 자무쉬, 땅콩은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들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는 자신감으로 뭉쳐 다 함께 대전 아트시네마로 향했다. 다시 또 강민구 대표를 만났다. 영화를 위해 잠시 염치는 내려놓은 듯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민구 대표는 먼저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영화에 ‘영’자도 모르는 네 사람은 침묵 속에 있었다. 무엇이 궁금한지도 잘 모르는 듯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이 영화를 찍겠다고 나섰을 때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는지 잠시 의문이 든다. 민망함을 애써 감추기 위한 웃음소리만이 아트시네마 강의장을 채웠다. 그리고 돈을 주고 들어야 할 것 같은 강민구 대표의 강의가 이어졌다.

강민구 촬영에 필요한 장비는 크게 세 가지예요. 카메라, 마이크, 조명. 카메라 촬영할 때 캠코더로 찍는다면 굳이 독립적인 렌즈는 필요하지 않아요. 영화에서 원근감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구도예요. 영화를 보는 스크린은 2차원이잖아요. 스크린에 드러나는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원근법적 구도를 이용하죠. 여기에 현실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시간을 넣어 줘요.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는 것, 그게 영화가 가진 매력이죠. 영화는 현실을 담으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허구예요. 이를 잘 이용해서 시나리오 작가는 다양하게 접근하죠. 우리가 보는 네모난 이미지 속에 어떠한 판타지를 불어넣어 줄 것인지가 중요해요.“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한 원근법부터 카메라 렌즈의 화각과 초점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수강생을 위한 친절한 수업이 이어졌다.

강민구 카메라 센서 본 적 있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미러리스 카메라 같은 경우는 바로 센서가 보여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모든 렌즈는 풀 프레임 기준으로 화각과 초점 길이를 이야기합니다. 흔히 다들 풀프레임 센서라고 하는데 크기는 회사마다 달라요. 모든 렌즈는 풀 프레임을 기준으로 하죠. 센서가 바뀌어도 아날로그 렌즈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풀 프레임(35mm 필름의 표준 크기)으로 두고 있죠.​

다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애꿎은 고개만 끄덕였다. 강민구 대표 역시 그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인지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강의는 이어졌다.​

포포 그럼 촬영할 때 실내촬영은 어떤 카메라 렌즈를 써야 해요?
강민구 실내는 어둡기 때문에 단렌즈나 광각계열 렌즈를 사용하는 게 좋아요.
개주 단렌즈로 다 촬영이 가능해요?
강민구 가능하죠. 24mm이하 렌즈는 왜곡이 심해요. 35mm가 왜곡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광각이죠. 인물과 풍경을 찍을 때 35mm 렌즈가 괜찮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잠시 강민구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무쉬 아,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데? 우리 스태프부터 먼저 구하고 궁금한 걸 찾아서 물어보자.
포포 스태프는 전 직원을 동원해야겠어. 우리가 다 해내긴 아무래도 무리야.
땅콩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니까 큰일이야. 어렵다. 장비를 먼저 빌려야 할까?
포포 아냐. 시나리오를 일단 먼저 쓰자. 전 직원을 배우로 동원해야 하니까 회사사람을 캐릭터로 시나리오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자무쉬 그래. 그럼 일단 시나리오를 먼저 쓰자.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 지나가고 강민구 대표는 카메라 장비를 보여 줬다. 처음 보는 촬영용 카메라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메라와 함께 특정 방향에서 들려오는 좁은 각도의 소리만 선택적으로 녹취할 수 있도록 만든 지향성 마이크와 굵은 낚싯대 모양의 붐에 매단 이동형 붐 마이크까지 다양한 장비를 신기한 듯 이리저리 만져 봤다. 동물원에 처음 와 본 어린아이처럼 해맑다.

자무쉬 근데 야외촬영을 할 때 촬영하기 좋은 황금시간대가 있어요?
강민구 야외 촬영을 할 때 가장 좋은 시간은 일출, 일몰시간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일몰시간을 알려 주는 어플도 많이 이용하죠.
자무쉬 음 그럼 야외촬영을 하는 게 좋을까요?
강민구 아무래도 야외촬영보다는 실내 촬영이 쉽죠. 소음이 많을수록 영화는 찍기 어려워요. 하나의 장면에서 소리를 일정하게 연결해 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사운드가 정말 중요해요. 야외 촬영은 외부 소리를 통제하기 어렵잖아요. 아무래도 실내촬영이 좋죠.
개주 아, 우리 옥상에서 촬영하기로 했었는데…
자무쉬 아 그럼 그냥 무성영화나 찍을까?
강민구 실내촬영은 우선 조명이 중요해요. 조명은 직광, 측광, 빛을 부드럽게 하는 확산판이 있어요. 야외촬영은 스태프가 더 많이 필요해요. 만약 야외촬영을 한다면 해지는 시간대에 하는 것이 좋고 피사체에 마이크를 최대한 가까이해서 외부 소음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죠.
개주 와. 영화 찍는 사람들은 다 똑똑하네요. 그걸 다 계산하는 거잖아요. 아주 대단한 작업이었어.

회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게 보였다. 개주는 “너무 어려워. 진짜 큰일인데?”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래도 그들은 참 긍정적이다. “아냐. 우리는 할 수 있어!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고 포포가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의 긍정의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지만 며칠 후 이경원 감독을 만나고 온 자무쉬는 좌절하는 목소리로 “우리 영화 못 찍을 것 같아 어떡해!”라는 비극적인 말을 전한다.

글 사진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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