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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1호] 청년구단, 공간으로 이야기하다
중앙시장 청년몰 청년구단
취업의 관문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면서 취업 대신 창업의 길로 들어선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본디 창업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자본금은 물론이고 홍보, 재무 등과 같은 업무와 컨설팅이 필요하다. 많은 청년이 취업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으로도 모자라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창업이라는 길에서 또 다른 좌절을 맛보기 부지기수다.
지역 곳곳에서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청년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청년몰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 여수, 서울, 군산 등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뭉친 청년몰을 만날 수 있다. 대전에서도 지난해 6월 청년몰이 문을 열었다. 청년구단이 대전에서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첫 시도는 아니다. 대전 중구 태평동 청년맛잇길, 유천동 청춘삼거리 등이 있었지만 큰 빛을 보진 못했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 만큼 기대에 따른 실망감도 컸다.
청년구단은 잇따른 실패의 전철를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청년구단이라는 이름은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한 이름이다. 청년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구를 테마로 한 스포츠 펍이다. 이 공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선보이는 자리이자, 꿈을 펼치는 공간이다.
한화이글스팀 색깔인 주황색 문을 통과해 청년구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청춘 피할 수 없으면 즐겨’,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힘써라’, ‘나의 젊은 날을 사랑하자’와 같은 그들만의 애환이 담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청년구단에 들어가면 작은 카페와 공방, 대전이 연고지인 한화이글스 홍보관까지 작고 아기자기한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흐른다. 매장별로 각자 메뉴에 특색이 담긴 간판과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재기발랄한 상호는 덤이다. 휴무일인 월요일에 방문했지만, 청년구단의 젊은 사장님들은 가게의 불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중앙에 위치한 넓은 홀에는 의자와 테이블 주변으로 각양각색의 음식점이 반겨 준다. 여행을 떠나는 길에 잠시 휴게소를 들른 기분이다. 넓은 홀 한쪽 벽면에는 무대가 있고 이 무대에서는 각종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야구 시즌 개막 때면 스크린을 통해 야구를 중계한다. 야구장에 가지 못해 아쉬운 야구팬의 마음을 달래 주기에 충분하다.
청년구단에 입점해 있는 다양한 먹거리 중 콩 부각을 판매하는 ‘콩드슈’와 스테이크 및 연어 덮밥을 판매하는 ‘머스마빱’은 지난해 이마트가 주최한 ‘전통시장 스타상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해 최종 선정, 이마트 스타 상품으로 진출했다. 특히 머스마빱은 이마트 부천점에 입점해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대전 청년구단은 전국의 청년몰 중 처음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청년구단 협동조합은 함께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청년구단을 활성화하고자 시작했다. 각각 매장의 메뉴 이외에도 협동조합 치킨, 튀김닭발 튀발, 불족 등 메뉴도 개발해 판매한다. 맛은 물론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청년구단 협동조합은 매주 화요일마다 정기회의를 진행한다. 청년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이다. 안건이 생기면 임시총회를 통해 함께 의견을 모아 결정한다. 이를 통해 서로의 결속력과 청년구단이라는 공간에 관한 책임감을 다진다.
청년구단과 청년구단 협동조합 대표를 맡고 있는 박유덕 씨의 각오는 남다르다. 발효주에 관심이 많았던 박유덕 대표는 청년구단에서 수제막걸리 펍 ‘주로(Juro)’를 운영하고 있다. 수제막걸리와 안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손님의 반응 역시 좋다. 자신이 개발한 발효주를 납품도 하고 있으며 수익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2019년도까지의 계획은 100회 문화행사와 이벤트, 그리고 신규고객 유치입니다. 그 시작으로 올해는 40회의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내부 스크린을 이용한 작은 영화관부터 옥상 바비큐 파티, 야시장 등을 선보일 예정이죠. 이제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성공을 위해 달려가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함께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계획입니다.”
청년구단은 지난해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프리마켓부터 할로윈 파티까지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고 이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홍보를 잘 진행한 덕분에 행사가 있는 날이면 청년구단의 넓은 홀이 가득 찬다. 하지만 특별한 행사
가 없는 날엔 손님이 많지 않아 고민이다. 이제 첫발을 디딘 만큼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앞으로 청년구단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이들의 숙제로 남았다.
“청년구단이 문을 연 지 1년도 넘지 않았어요. 아직 성공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죠.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애써 주셨기 때문에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나 펍이 아니
라 다양한 행사와 교류가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이 저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청년구단이 대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