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1호] 지역사회 문제를 어떻게 발견할까?

지역사회 문제를 어떻게 발견할까?
대전시는 150만 도시다. 이 중 청년에 해당하는 20~39세 인구는 446,528명으로 전체 인구의 29%다. 20대만을 놓고 봤을 때 인구는 226,841명이며 전체의 15%다. (2017년 8월 31일자 통계청 갱신자료 기준) 대전시가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시정 주요통계에 다르면 대전에 소재한 대학은 총 열일곱 개로 재학 중인 학생 수만 109,279명에 달한다. 대전시 전체 인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청년들은 우리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역에서 청년이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에 접근한다

인구통계적으로 볼 때 대전에 거주하는 청년의 비율은 수도인 서울, 광역시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부산과 비슷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20,30대)은 전체 인구 9,470,339명 중 2,940,284명으로 그 비율이 31%를 차지한다. 부산은 전체 인구 3,394,316명 중 청년이 907,038명, 비율은 27%에 해당한다. 지난 2월 10일 적지 않은 청년이 거주하는 도시, 대전에서 청년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모였다. 지역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청년 열두 명이었다.
이날 청년들이 나눈 대화의 핵심은 ‘청년이 지역문제를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였다. 동아리를 결성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한 청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대부분이 학생이잖아.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 중 의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전에서 우리가 바꿔야 할 것들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사는 동네, 물리적인 범위로 지역사회를 한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를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많은 청년이 내 옆에 있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보다 포괄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 스스로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이어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학생이잖아. 이상적인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라보기보다는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끼니 해결이 어려운 학우에게 식권을 지급할 수 있는 봉사활동 시스템을 만드는 활동 같은 것 말이야.”

마을공동체 형성의 중요성에 주목하다

“너희는 어느 방송국의 뉴스를 봐? 나는 JTBC뉴스를 봐.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듣기가 어려워. 문제가 공론화되어야 시민이 함께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잖아. 우리가 어떻게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을까?”
청년들은 자신이 느낀 문제를 SNS를 통해 공론화한다고 답했다. 댓글을 통해 빠르게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파급효과도 그만큼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SNS의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고 흔히 젊은 세대만이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청년들이 모여서 지역문제를 논의해도 다른 주민들과의 결합점이 없으면 이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사실, 시청에서 정책설명회를 해도 그곳에서 가는 청년은 없지 않아?”
자리에 모인 청년들이 지역주민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월평동에 거주하는 한 청년은 도안동처럼 쓰레기를 버리는 기계 설치를 제안하고 싶지만 그 문제를 어디에 이야기하고, 누구와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맞아. 청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나는 작은 동네에서 자랐는데 우리는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옆집 아저씨한테 물어봐서 처리하곤 했어. 그런데 여기서는 옆집 문을 두드릴 수가 없잖아. 만일 여자 혼자 사는 집인데 내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면 얼마나 무섭겠어.”
자취생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은 마을공동체 형성에 주목했다. 대전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주민과 함께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청년은 곧 떠날 사람이 아니다

청년도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외부인으로 취급받는 학생이 마을활동가들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았다.
“청년이 지역문제에 참여하고 싶어도 사람들은 우리를 곧 떠날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관공서도 마찬가지고. 졸업하면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이니까 우리에게 집중하지 않는 거지. 그런데 나는 이 마을이 좋고 애정이 생기면 대전에서 계속 살 것 같아. 청년이 대전을 떠나는 게 일자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지금 사는 곳이 서울보다 좋은 게 많다고 생각하면 굳이 집값이 비싼 서울로 가지 않을 거야. 꼭 서울에 살 필요는 없잖아.”
다른 청년도 이 말에 동의했다. 한 학생은 방학이면 자신이 거주하는 궁동이 휑하게 빈다며 청년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이 청년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데 아직 대전은 청년이 자연스레 정착할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다.
청년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대전시에서 청년정책이 쏟아지지만 이를 제대로 주목하는 청년이 많지 않다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제기됐다. 청년들은 대전에 연고가 없어도 이런 정책을 통해 지역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청년이 정책을 확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종합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지금은 정보에 접근할 통로가 나뉘어 있어서 대전 출신 청년이 아니라면 소통의 창구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잖아.”
더 많은 청년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이 학생들 사이를 오갔다. 그렇게 늦은 밤 대전을 고민하는 청년들은 문제 제기와 해결점 도출, 자기반성을 반복하며 대전에 스며들고 있었다.​

글 오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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