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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9호] 학생의 말할 권리를 되찾는 과정 학교가 행복해지는 방법
학교가 행복해지는 방법
제3회 대전 위탁형 대안학교 연합축제 <우리의 31.1>
해마다 약 1%의 학생이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떠난다. 그리고 이보다 많은 학생이 학교 교육에서 배제되고 소외된다. 9시 등교를 원해도, 지금보다 자유로운 복장으로 등교를 하고 싶어도, 생각하고 대화하는 수업을 듣고 싶어도 기존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 이런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대개 문제아, 부적응아라는 이름표를 단다. 이 이름표는 낙인이 되어 아이들이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서 있기 어렵게 만든다. 학교는 단순히 입시 위주의 시험 준비 교육이 아닌 생각하는 시민, 민주 의식을 가진 시민을 형성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를 바꾸기 힘들다.
지난 11월 30일 신나는 배움터 두런두런에서 열린 ‘제 3회 대전 위탁형 대안학교 연합축제’는 학생이 배제된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이를 통해 헌법 31조 1항에 명시된 인간의 보편적 교육권을 찾고, 위탁형 대안학교 학생의 권리를 학교와 사회에 당당히 요구하고자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위탁형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이날 회의를 기획한 경청과 환대 학교 윤대진 팀장이 학생 앞에 섰다.
“우리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 원하는 것을 말한 경험이 없습니다. 말하면 무시하거나 부모님을 소환합니다. 하지만 학생은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헌법 31조 1항이 여러분의 말한 권리의 근거가 됩니다. 이 자리는 여러분의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입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권리를 마음껏 말해 주길 바랍니다.”
원탁회의로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한 조를 이루어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학교, 학교생활의 불편한 점, 행복한 학교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원탁회의 규칙은 단 한 가지였다. ‘모든 의견은 동등하게 귀중하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학교와 개선점 등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행복한 학교에 대한 의견으로 학생이 주체가 되는 자유로운 학교,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학교, 학생과 선생님 모두 서로를 존중하는 학교, 자유와 여유가 있는 학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학교 등이 나왔다. 이어 원탁에 모인 사람들은 일반학교와 대안학교, 가정에서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존재들에 대해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 방법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의 생각과 자유 존중받기, 틀에 박힌 학교 교칙 바꾸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학생 인권 존중하기, 위탁형 대안학교가 더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입시제도 개선, 주입식이 아닌 수업 진행 등 각 조에서 비슷한 의견이 도출됐다.
“우리의 바람은 학교가 좋아지는 것입니다. 교육 방식의 개선과 자율화를 통해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규칙을 개정해 서로 존중하는 학교, 위탁형 학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 대안학교를 졸업해도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 우리도 변화를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뽑은 국회의원은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 살아갈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말할 수 있도록 학생에게도 선거권이 필요합니다.”
1조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학생이 뚜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곳곳에서 환호와 탄성이 들려왔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의 말할 권리를 되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