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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9호]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
영화를 찍기로 했지만, 사실 영화를 볼 줄만 알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낙타는 자신의 친분을 이용해 대전아트시네마의 강민구 대표를 섭외하겠다고 했다. 낙타의 넓은 인맥에 모두 환호를 보냈다.
영화 제작 시 필요한 인력은 내부 직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 자리에 있던 네 사람 이외에 어떤 직원도 이 내용에 관해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힌다. 심지어 아직 이 프로젝트를 정확하게 아는 직원도 거의 없다.
포포는 “영화를 찍어 보고 싶은 사람은 많다. 우리 이야기가 그들의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좋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모두 동의하며 영화가 완성되고 나면 북카페 이데에서 상영회를 진행하자는 계획까지 세웠다. 비관적인 낙타는 “나중에 완성하지 못하면, 그냥 ‘영화 찍기 엄청 힘들다. 그래서 포기했다’라고 하지 뭐”라고 이야기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II 대전아트시네마 대표 강민구
강민구 대표를 만나기 위해 4인조는 대전아트시네마로 향했다. 그들은 강 대표에게 계획을 전달했고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낙타는 ‘영화를 찍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천적이고 생생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프로젝트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강 대표는 그들의 무모한 도전에 그저 웃음이 나는 듯했다. 평소 낙타와 친분이 두터운 강 대표는 영화 산업 전반의 흐름과 상황부터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 장비, 시나리오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강민구 일반적으로 영화를 찍을 때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 먼저 설명해 줄게요. 영화 기획 단계는 총 세 가지로 나뉩니다.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이라고 해요. 프리프로덕션은 영화 촬영 전 모든 준비를 하는 단계를 말해요. 제작비 마련, 감독 결정 등 영화 만들 때 중요한 요소가 결정되죠. 이 기간이 몇 년씩 걸리기도 해요.
낙타 보통 제작비는 얼마나 들어가요?
강민구 장편독립영화는 2천만 원 이상 들어가요. 단편은 700만 원 정도? 요즘 독립영화 제작비는 소셜펀딩을 많이 이용하죠. 펀딩을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펀딩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이런 현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배우나 실질적인 촬영 스태프로 지인들이 참여해요. 장편독립영화 <대전로코>도 대전 사람이 모여서 촬영하고 펀딩도 진행했잖아요. 본격적으로 준비를 마치고 촬영에 들어가는 시점부터가 프로덕션이에요. 흔히 하루 촬영을 1회 차라고 해요. 상업영화는 30회 차 이상 촬영하죠. 독립영화는 보통 5회에서 6회 차 정도 촬영해요.
포포 장비는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대여할 수 있죠?
낙타 아니면 아트시네마 장비라도 어떻게…
강민구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대여할 수 있죠. 촬영이랑 조명이 문젠데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낙타 내부 직원들이랑 함께 할 생각이에요.
강민구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을 평가할 땐 미장센을 어떻게 배치했는지, 전제적인 쇼트를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봐요. 평면적인 화면이 나오지 않으려면 조명이 꼭 필요하죠. 영화 촬영이 끝나면 음악과 사운드 작업을 진행해요. 이게 마지막 포스트프로덕션이죠. 영화는 생소리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요. 사운드 믹싱 작업을 통해서 사운드를 만들죠. 아주 조용하게 나는 소리조차 맞추는 거예요.
포포 영화 배경음악 저작권은 어떻게 돼요?
강민구 예를 들어서 심수봉 노래 백만 송이 장미는 러시아 민요예요. 그래서 저작권이 심수봉 씨에게 없죠. 이런 음악을 이용하거나 인디음악을 하는 친구들에게 부탁하죠. 이데에서 공연하는 친구들 많잖아요. 정 안 되면 무료 음원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뭐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예요.
낙타 시나리오를 짜고 콘티를 짜야 하는 거죠?
강민구 그렇죠. 시나리오가 좋으면 기본적으로 영화는 간다고 보면 돼요.
자무쉬 좋은 시나리오는 뭘까요?
강민구 팁을 주자면, 좋은 시나리오는 캐릭터가 살아 있는 시나리오죠. 자기 주변 사람을 잘 관찰하고 성격을 잘 살펴봤다가 그 인물을 특정 상황에 집어 넣어 버리는 거죠. 기승전결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사무실이든 북카페 이데든 하나의 공간에 캐릭터를 던져 놓고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나 사건을 생각하는 거죠. 그럼 훨씬 수월할 거예요. 영화는 쇼트(shot)가 모여서 신(scene)을 이루고 신이 모여서 하나의 시퀀스(sequence)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 중심에 시나리오가 있어요.
강민구 대표는 “아, 이거 아무나 들을 수 없는 강의인데, 돈 받아야 하는 거 아냐?”라며 진심이 묻어나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4인조는 생각보다 일이 커지고 있음을 직감한 듯 보였다. 당장 시나리오는 누가 쓰는지부터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고 낙타는 낙관한다. 대화 중간엔 “떳떳하게 우리 능력으로 열심히 해 보겠다!”는 울분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 망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비관의 목소리도 들린다.
낙타, 자무쉬, 포포, 개주는 조만간 다시 대전아트시네마를 찾아 장비 등에 관한 교육을 받기로 약속하고 자리를 떠났다.'
*‘2018 토마토 영화 찍기로 결심하다’는 1년 장기프로젝트입니다. 매달 월간 토마토를 통해 영화제작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편영화 완성과 상영회입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이전에 어떠한 사유로든 중단할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