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28호]공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말하다
북카페 이데
토마토 이용원 편집장은 2007년 가을, 대흥동 이공갤러리를 취재하러 갔다가 북카페 이데를 발견하고 취재에 나섰다. 김운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합이 잘 맞았다. 당시, 북카페 이데 건물 2층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08년 2월, 2층으로 이사를 추진했다. 그해 겨울 김운하 작가에게 이데 인수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1년간의 위탁 운영을 거쳐 북카페 이데는 월간 토마토가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까지 공연, 전시, 강좌, 포럼 그리고 ‘38광땡장’이라는 플리마켓까지, 많은 대전 시민에게 예술적 경험을 선사했다.
그러던 북카페 이데가 지난해 9년간의 역사를 뒤로한 채 다시 돌아오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 11월 1일,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위치와 공간은 달라졌지만,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는 삶을 선사하자는 북카페 이데의 모토는 변하지 않았다. 대전 중구 대종로 451, 1층에서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새로 문을 연 북카페 이데는 예전과 같은 테라스는 없지만 넓게 트인 창이 반겨 준다. 따뜻한 불빛이 가득한 공간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가로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혀 다른 새로운 공간에 자리 잡았지만, 이전 북카페 이데를 이곳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반겨 주는 오래된 타자기부터 북카페 이데 곳곳에 숨어 있던 작은 소품들, 낡은 오르간까지. 새로워 보이지만 누군가는 그리워하는 북카페 이데가 새로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테이블과 의자 역시 북카페 이데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다. 세월이 쌓인 오래된 가구와 소품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과거 북카페 이데는 꾸미지 않은 모습 그 자체가 자연스럽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아무리 깨끗하게 치워도 깨끗해 보이지 않는 허술함이 북카페 이데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에 비해 지금 북카페 이데는 넓고 쾌적하다. 과거보다 분명 환경은 좋아졌지만, 그때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온전히 자아내기는 어렵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이곳에서 북카페 이데의 새로운 이야기를 쓸 때다. 새로운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데를 운영하는 이유는 공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공정여행이나 문화예술 활동이 사실 추상적이잖아요. 이데는 우리의 추상적인 활동을 구체화시키는 공간이에요. 이데와 함께해 주고 기다려 준 분들에게 일상적인 예술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에요.”
‘공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이용원 편집장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북카페 이데를 운영하는 이유다. 북카페 이데는 다가오는 12월 공연은 물론이고 각종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공간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보완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하나씩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지는 공간을 지켜보는 것도 북카페 이데를 찾는 손님들에겐 또 다른 재미다.
오래된 의자에 앉아 북카페 이데가 지나온 시간을 생각했다. 아침 문을 열고 조용한 테라스에 비추는 따스한 햇살, 공연 있는 날에 들려오던 음악과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손님과 주고받던 소소한 대화. 하나같이 기분 좋았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