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6호] 음악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다

한국을 여행하며 관객과 나눈 대화 - 음악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다

The Bump City Band

“안녕하세요~ 우리는 외국인밴드입니다.” 보컬이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넨다. 지난 9월 10일 The Bump City Band(범프시티밴드)가 대전엑스포 광장에서 열린 세계 푸드&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미국과 한국, 멤버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모였지만 유명해지기보다는 즐기면서 살고 싶어 밴드 활동을 이어 가는 것만큼은 같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친구를 만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컬 놀란과 드러머 주드, 기타리스트 제라드, 베이시스 정새미까지 오랜 시간 무대에서 쌓은 노련한 매너가 네 사람에게서 느껴진다. 곡 중간에 관객과 나누는 대화도 마치 어제 본 친구에게 말을 거는 듯 자연스럽다.

4년 전 원년 멤버였던 벤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다. 당시 멤버로 참여한 필이 미국에서 밴드 활동을 했었던 주드를 영입했고, 주드는 놀란을 영입했다. 이렇게 결성된 네 사람은 이 음악 프로젝트에 The Bump City Band(범프시티밴드)라는 이름을 붙였고, 지금보다 더 펑키한 곡들을 노래했다. 2년 반 후, 돌연 벤과 필이 미국으로 돌아갔다.

주드와 놀란이 다시 밴드 멤버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재즈 기타를 전공한 기타리스트 제라드와 베이스를 연주할 정새미가 새로운 멤버가 됐다.

“저랑 놀란은 서울에 있는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놀란이 같이 밴드 활동을 해 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범프시티밴드 멤버가 됐고, 인연이 이어져 지금은 부부가 됐습니다. 영화 같죠?”

정새미의 말처럼 우연한 인연이 닿아 네 사람이 같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삶은 때때로 이들을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데려갔지만, 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만났고 삶의 에너지인 음악 활동을 이어나갔다.

놀란은 11년째, 주드는 6년째, 제라드는 2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정새미를 포함한 네 사람 모두 평일에는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일하고, 주말이면 곡 작업을 하며 다양한 무대에 오른다.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있어 운이 좋다. 공연에서는 주로 한국 사람도 많이 아는 팝송을 노래하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때때로 한국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요즘은 한국어로 곡을 작업하는 데 빠져 있다.

놀란

주드

멈추고 싶지 않은 여행을 노래한다

한국에 머물며 밴드 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묻자. 드러머 주드가 “도널드 트럼프”라고 재빨리 대답한다. 카리스마 넘치게 드럼을 연주하던 무대 위의 모습과 달리, 대화할 때는 소년 같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처음 밴드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이 많지 않았어요. 지역을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 다른 밴드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죠.”

놀란은 음악 활동을 하며 한국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위해 한국을 찾은 사람이라면 쉽게 방문할 수 없었던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관객과 소통하는 게 즐겁다.

정새미

제라드

“주말마다 무료로 여행을 하는 거죠. 밴드 활동을 하면서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셈이에요. 무엇보다 재밌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요.”

대전과 서울, 부산, 수원, 예산, 진도 등 지역 페스티벌에서 꾸준히 섭외 요청이 들어오는 덕에 범프시티밴드는 꾸준히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범프시티밴드가 가장 좋아하는 무대는 역시 지역 페스티벌이다. 바에서 공연할 때도 있지만, 더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그들이 만드는 축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 다른 밴드와 소통하고 음악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것도 페스티벌의 매력이다.

기타리스트 제라드는 “다양한 음악 경험을 하고 싶어 한국에서 밴드 활동을 한다”라고 말한다. 뮤지션으로서 음악을 가르치는 또 다른 꿈도 이어 가고싶다.

정새미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다. 대전에 지금처럼 즐겁게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는 것. 곡을 작업하고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범프시티밴드는 여행을 멈추고 싶지 않다.

글 오시내 사진 오시내, 범프시티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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