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5호] 토마토 스타일_우리가 만들었다

토마토 스타일_우리가 만들었다
노진호 문유림 성수진 송은이 오시내 유신곤 윤희원 이송은 이슬기 이연경 이주리 이진선 이형동 이혜정 정가영 조지영 조한나 조희영 최웅규 최효진
‘원래는 영화 칼럼을 쓰려고 했었다’

이경원 감독의 ‘원래는 영화 칼럼을 쓰려고 했었다’ 이번 호 쉬어 갑니다. 배우부터, 연출까지, 다양한 영화인들을 만나며 생생한 인터뷰 입담을 보여 주었던 꼭지인데요, 미모의 여 배우를 섭외해 달라는 이 모 대표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열심히 수소문을 하였으나, 아쉽게도 이경원 감독의 청렴함(?) 때문에 인터뷰가 불발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호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인생의 의미가 도대체 뭔가요?

계룡문고 책갤러리 오픈 기념전 ‘권정생을 기억하다’가 다채로운 행사들과 함께 지난 8월 26일 마무리되었습니다. 전시뿐만 아니라 북콘서트부터, ‘몽실언니’ 낭독회까지 다채로운 행사로 권정생 선생님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계룡문고는 대전 시민들의 바깥서재이자, 문화놀이터, 아이들의 독서교육의 장으로 늘 활발히 고객들과 소통하는 곳이죠.

매달 첫 번째 목요일 저녁 7시마다 김운하 작가와 함께하는 ‘진격의 독서단’도 깊이 있는 책 담화(?)를 나누기 좋은 자리입니다. 9월 7일(목)에는 《러셀 교수님, 인생의 의미가 도대체 뭔가요?》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철학책 토론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유머와 재치, 명료한 영국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가 말하는 인생의 의미가 궁금하신 분들은 계룡문고에 들러 보세요.

ADOY - Grace
Parson James - Sad Song

앨범커버가 예뻐서 들어 본 노래.
근데 노래도 좋다. [문유림]

Welcome to The DollHouse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취향이란 건 너무나 다양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소개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천할 때는 신나 설명하다가도
관심을 보이고 실행으로 옮기려 한다면
“아… 근데 좀 별로일 수도 있어… 난 좋았는데 ”
라며 발을 빼기…
이런 식으로 책임을 조금 덜어 내기 십상이다.
이 글 또한 그렇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1995년 만들어진 미국의 하이틴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돈 위너는 키가 작고 뚱뚱한 몸매에 두꺼운 안경을 낀 미국식 영화의 찌질한 학생의 표본으로 등장한다.

돈은 학교에서 또래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한다. 외모 비하부터 성적인 괴롭힘까지 학교에서의 시간은 돈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돈의 일그러짐은 계속된다. 모범생 오빠와 귀엽지만 얄미운 동생 사이에서 미운 오리새끼 신세이다.

툭하면 자신의 것을 빼앗고 부모님께 잘못을 이르는 동생,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공부 잘하는 오빠 사이에서 그녀는 뭐 하나 이쁜 구석 없는 딸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렇게 우울하기만 한 그녀의 일상에도 첫사랑이 찾아온다. 상대는 친오빠의 밴드의 새로운 보컬로 영입된 스티브.

잘생긴 외모와 긴 머리, 감미로운 목소리로 스티브는 돈의 마음을 빼앗고 만다. 갑자기 찾아온 사랑과 계속되는 따돌림의 생활에서 마음속 작은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돈. 하지만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진 그녀의 일상에서 새로운 변화는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은 쪽지시험 도중 자신의 답안지를 베끼려 하는 불량배 브랜든을 고자질하게 되고 둘은 근신을 당하게 된다. 화가 난 브랜든은 돈에게 찾아가 성적협박을 하며 그녀를 공터로 끌고 간다. 하지만 공터로 간 그들의 대화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브랜든은 가난한 집과 문제아 취급만 받는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에서 돈과 동질감을 느끼며 그들은 친구 이상의 관계로 발전한다.

며칠 후 돈의 부모님은 결혼 20주년 파티를 열게 되고 친오빠의 밴드에게 공연을 맡긴다. 공연 후 밴드의 보컬이자 자신의 첫사랑인 스티브를 찾아가지만 그는 함께 있던 여자 앞에서 돈을 저능아라고 말한다. 첫사랑에 상처받은 돈은 그 후로 패닉에 빠져 버린다.

이 상황을 알지 못하는 동생은 돈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진 그녀는 유괴계획을 세운다.

동생에게 시간 약속을 다르게 알려 주어 유괴를 당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이었고, 늘 틀어지기만 했던 돈의 계획은 너무나도 잘 실행된다.

부모님은 동생의 유괴로 패닉에 빠지고 자신의 잘못에 불안해하던 돈은 동생을 찾아와 가족들의 사랑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꾸린다.

동생을 찾아 뉴욕으로 떠난 돈, 하지만 돈이 떠난 사이 동생을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들 중 그 누구도 돈이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돈을 기다리는 유일한 소식은 브랜든이 학교를 잘리고 청소년 보호시설로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돈은 바로 브랜든에게 찾아가고 브랜든은 자신을 찾아온 돈에게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함께 도망갈 것을 제안하지만 돈은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된다. 결국 브랜든은 혼자 길을 떠나게 되고 둘은 그렇게 이별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가 신청한 여름캠프 버스에서 노래를 부르는 다른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못하고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영화는 못생긴 여주인공의 극적인 변화, 백마탄 왕자님 따위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미운 오리새끼의 반전 또한 없다.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잔인하기도 한 영화이다. 별거 있는 메시지를 별거 없는 스토리 속에 담은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의 스포를 넘어 스토리를 다 말한 이유는… 이제 와서 다시 보고 싶어 찾으려야 도통 찾을 수가 없었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 영화를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상황이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찾아서 보게 된다면 그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근데 그 영화 좀 별로일 수도 있어… 난 좋았는데ㅎㅎ. [이슬기]

혁명의 밤, 만유인력 발생하다.

제 친구가 책방을 냈습니다. 마포구 손기정로 52, 1층에 자리한 ‘만유인력’이라는 책방입니다. 주요 판매 물품은 음반과 책.

갑자기 연락이 와서 찾아간 가게에서 오픈을 기념한 몇 가지 행사가 있었습니다. 낭독회와 친구 남편인 한받 씨(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 그리고 제 친구인 연희언니가 만든 영화 상영. 멋쩍게도 제가 가장 먼저 제 소설을 읽었네요. 한 2년 전에 써 둔 소설이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소설도 썼었구나.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그날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혁명의 밤을, 여기 모여서 이룩해 보자-
혁명의 밤을, 청년들이여, 백성들이여, 주부들이여, 학생이들이여-
혁명의 밤을, 여기 모여서 이룩해 보자-

그날 서점에서(어쩌면 서점이라는 건 하나의 알리바이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동네 할머니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돈만 아는 저질’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뽀글 파마를 한 할머니 세 분은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다소 저질스러운 춤사위에 자지러지며 좋아하셨습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골목으로 뛰쳐나가 퍼포먼스를 이어 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돈만 아는 저질’이라 외쳤지만 그렇게 삿대질당하면서도 옳다구나, 나는 돈만 아는 저질이야,라고 호응하듯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리고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공연을 하기 전에 무대연출 일을 하신다는 한 여자분은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낭독하다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의 행복을 위해, 그 여자의 남편을 대신해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 홀로 산책하며 생각에 잠기는 대목이라 하였습니다. 낭독하시는 여자분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책을 낭독하는 사이, 그분의 어린 아기는 엄마의 옷자락을 붙들고 과자를 달라고 보챘습니다.ㅎㅎ

그날 그렇게 그런 일이 있었네요. 거기에 책도 있고 음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든 저쩌든,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예정인거 같습니다. 우리도 하루하루, 혁명을 이루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9월이 시작된다는 게, 9월호가 발간된다는 게 혁명이겠죠. 그리고 토마토 스타일도 혁명입니다!! 디자이너님 이렇게 써도 되나요? 혁명적인 스톼일로 디자인 부탁해요. [이혜정]

당신에게 말을 거는 서점을 만나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요즘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래요. 휴가 마지막 날 이 책을 읽게 된 건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들이 잔뜩 쌓여 있는 가운데, 그나마 끌리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날개에는 이런 아버지와 아들의 편지가 있어요.

“아버지. 서점을 새로 가꾼 후에 당신과 함께 일하며 때로는 깨끗하고 반짝이는 서점 안에 서 있는 당신을 보며 어색해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럴 때마다 저는 당신과 우리 서점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간극이 있는 것만 같다고 느꼈습니다.”
“아들아. 그동안 여러 가지 부족했거나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 늦은 이제부터라도 잘해보고 싶고, 무엇보다도 네게 도움이 되고 싶구나.”

속초 동아서점을 함께 꾸려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로 떠났던 아들은 9년 만에 돌아와 아버지의 서점을 이어받아 서점인이 됩니다. 어쩌면 당연한 ‘서점’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희귀하고, 그 서점을 젊은 사람들이 한다면 더 진귀하게 바라보는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이토록 주목받고 이야깃거리가 되니까요. 이 책은 그런 당연하고 담담한 이야기를 주인공의 담박한 성품이 묻어나는 글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부담없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죠.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며 지지를 보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서점과 책을 그리 가까이하고 있지는 못하니까요. 이런저런 핑계로, 정작 책을 만든다는 사람이 그 누구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있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니까요.

속초에는 동아서점이 있고 대전에는 계룡문고가 있습니다. 계룡문고 만세! [이혜정]

이데 나온 고양이의 서울구경 모짜렐라와 동거인 이야기

이데에서 만났던 그 여자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먼 서울까지 집을 옮기면서도 나와 지난 6월에 가족이 된 짜짜까지 모두 데리고 왔다. 사실 이사하는 날 나랑 짜짜는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서 겁을 먹었었다. 분주히 짐을 나르는 아저씨들과 우리를 가둬 놓은 채 바쁘게 움직이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버려지는 것인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울어 봐도 여자는 도무지 케이지에서 꺼내 줄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대로 차에 태워 어딘가로 향했다.

여자는 몇 시간 만에 그랬다. 63빌딩이 보인다고. 여자는 63빌딩을 봐야 서울에 온 것 같다고 했다. 63빌딩을 본 적은 없지만, 서울인가 보다 했다.

새집에서 자는 첫날이었던가, 새벽에 일찌감치 일어나서 시간을 보내는 나와 짜짜는 그날 역시 새벽 일찍 일어나서 똥도 싸고, 밥도 먹고 침대 위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여러 고양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싸우기 시작했다. 영역 다툼인 듯했다. 짜짜는 겁을 먹고 침대 밑으로 들어가 숨었고, 나는 상황 파악을 위해 창밖을 내다보았다. 고양이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참을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서울 고양이들은 성질머리가 장난 아닌 듯했다. 왕년에 주름잡았던 대흥동 거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요즘 서울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집에는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창이 하나 있다. 비좁지만 창가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바라보는 작은 창밖 풍경이 내가 마주하게 된 첫 서울이다. 창밖으로는 좁고 긴 골목이 보인다. 다양한 모양의 집과 건물이 늘어서 있고, 저녁이면 집으로 들어오는 여자도 볼 수 있다.

그 골목이 어디까지 나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내가 창밖의 길로 나가고 싶은 것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길을 바라볼 수 있는 좁은 창이 참 마음에 들고, 들어오는 길에 나를 알아봐 주고 아는 척을 해 주는 여자도 좋다.

그렇게 아는 척을 하고 나면 조금 있다가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나고 나와 짜짜는 오늘의 서울 구경을 마치고 들어오는 여자에게 달려간다. [조지영]

토마토 서울지사의 진짜 사무실
서울로 간 모짜의 동거인은 어디서 일하고 있을까?

01 미래청 안의 건물 곳곳

말 그대로 혁.신.파크입니다. 눈에 다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구나를 저는 벽에서 포스터로 확인합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재밌는 포스터들을 건물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02 코워킹스페이스

서울지사의 진짜 사무실입니다.
이곳에서 저희는 회의를 하고, 업무를 봅니다.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만! 살금살금 코워킹공간만의 특징이라면, 서로 모르는 직원들이 모여서 각자 일을 하다 보니 어색함 속의 고요함…
한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이 따로 흐르는 그런… 뭐…

03 별별모임방 - 미래청 2층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 ‘별의별 꿈들’을 키우는 곳. 미래청 2층의 오픈스페이스입니다. 식사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회의를 하기도 하는데
대학도서관 ㅎㅎ 같은 느낌이 나서 자주 이용하게 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윤희원]

‘ 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작은 기쁨이 아니다.’ - 미셸 드 몽테뉴

호일을 자주 갈면 호일에 배어 있는 맛이 사라지므로, 웬만하면 갈지 않고 첫 번째 호일로 끝까지 먹는다

▲ 스위트피의 생초콜릿 얼그레이 티 / 7,000원

나나 식도락(食道樂) -청주편-

2017년 8월 15일, 맛있는 음식을 두둑이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침 일찍 청주로 향했다. 점심은 ‘카레자유’의 카레로, 간식은 ‘카페 스위트피’에서 해치웠다. 정말이지 먹다가 죽을 것처럼 먹었지만, 다시 배고파지는 건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식당으로 이동하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 상마다 가스를 켜고 양념된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았다. 물론 닭고기는 큰 철판에 양념 닭갈비로 많이 먹지만, 돼지고기의 경우, 이미 주방에서 다 조리가 되어 나오는 ‘제육볶음’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다.

봉용불고기는 1인분이 아닌, 200g 기준으로 판매하고 있다. 2인이 방문한다면 고기 400g과 공기밥 한 개만 시키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반찬은 간단했다. 고기와 파무침, 배추김치, 생마늘, 간장소스, 상추, 고추, 고추장이다. 고기는 냉동이라 아쉬웠지만, 미국 소시지처럼 동그랗고 귀여운 모양으로 썰어져 나온다. 그리고 볶음밥은 각자 취향에 맞게 해 먹는다. 1,000원 공기밥에 김가루, 참기름이 포함되어 나오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서 난다는 ‘초정약수’로 만든 ‘초정탄산수’가 들어간 천연사이다. 청주가 아니면 쉽게 찾을 수 없는 음료

<봉용불고기 200% 즐기는 법>

1) 판 위에 호일을 깔아 주시면, 가장 센 불로 판을 달군 뒤, 적당량의 고기와 생마늘을 올리고 간장소스를 충분히 부은 뒤 가볍게 볶는다. 기름이 빠지는 쪽 호일을 젓가락으로 살짝 뚫어 간장소스와 기름이 빠질 수 있게 한다.

2) 고기가 노릇노릇해지기 시작하면 불을 1단으로 줄인 뒤, 파무침을 먹기 좋게 잘라서 넣고 타지 않을 정도로만 더 볶는다.

3) 이때 바로 먹으면 돼지고기의 가장 깊은 곳이 익으면서 배어 나오는 특유의 맛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불을 끈 상태로 1~2분 방치한 후 볶음밥을 해 먹을 만큼만 남기고 맛있게 먹는다.

*청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천연사이다(유리병)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으므로 꼭 곁들여 먹는다.

4) 밥을 판 위에 올리고 배추김치와 상추도 작게 잘라 넣는다. 마지막으로 참기름과 김가루를 넣어서 맛있게 볶아 먹는다.[조한나]

서천 신성리 갈대밭_여름과 겨울

어제 뜨거운 바람이 불었는지 모른다. 내일은 비가 내리고, 서리에 발이 담길 수도 있다.
바람이 불고, 발등이 얼고, 주름이 늘어 가도 또 그 계절이다. [유신곤]

조약돌 화분

이 사진은 2011년 가을 아니면 2012년 가을에 대구에서 찍었다(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어디에서 찍은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누군가가 여행하는 걸 촬영하는 일정 중 어느 곳으로 걸어서 이동하며 발견했을 것이다. 동그랗게 모여 있는 조약돌들이 눈에 띄었고 잠깐 일행에게서 뒤떨어져 들여다봤더니 그 안에 싹이 돋아나 있었다. 조약돌은 씨앗을 심은 누군가가 만들어 둔 화분이었다.

그날 하루 부산하게 돌아다닌 것 같은데 기억나는 건 조약돌 화분뿐이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도록, 이 사진을 보면 옅게나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의 기억을 하나씩 소중히 모으고 싶다. 조약돌 화분처럼 동그랗게 모아 두고 그 안에 무엇이 자랄지 기다려 보고 싶다. [성수진

공항으로 가는 길,

30일 동안 한국과 부탄을 세 차례 오갔다.
총 74명의 여행자를 만났고, 약 스무 명의 현지인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2017년 8월 6일 일요일, 예정된 마지막 부탄 여행을 하러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조금은 지친 상태로 창밖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여행자 한 분이 메시지를 보냈다.
‘…즐길 수 없을 때 일은 품삯이 되고, 즐길 수 있을 때 일을 놀이가 된다니 일 속에서 싱싱함을 찾아내시길…’

공정여행 인솔을 한 지 2년 5개월이 흘렀다. 9개국을 여러차례 여행했고, 500명이 넘는 여행자를 만났다.
많은 여행자가 말했다. 여러 사람 상대하느라 정말 힘들겠다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힘들다고 한다.
상대한다는 것은 일방적이다. 마주하는 대상만 있을 뿐 그 안에서 관계는 없다. 그동안 난 여행자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본다.
돌이켜 보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었던 것은 모두 여행자였다.
그 속에서 즐거움, 아쉬움, 고됨, 연대, 배움 등 많은 감정이 있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하는 일의 싱싱함이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노진호]

“빠졌습니다.
아주 푸욱 빠졌지요.

그 순간, 모든 것이 그의 흔적으로 다 덮어져
원래의 나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부탄에서 풀숲을 거닐다,
진흙탕에 푸욱 빠져 버렸습니다.

다행히 조금 걷다 보니 개울가가 나와,
신발을 씻고 있는데,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남겨 주었습니다.
아주 멋진 풍경과 함께요

그날의 추억을 기억하며. [이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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