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5호] 우메보시

잠시 배가 고파 편의점에 들러 요깃거리를 찾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삼각김밥입니다. 삼각김밥도 여러 가지 맛이 있는데 일본의 삼각김밥 하면 대표적으로 ‘우메보시’ 맛이 유명하지요. 일본의 특산품으로도 유명한 우메보시는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신맛이 특징입니다. 처음엔 너무 셔서 다신 못 먹을 것 같았는데, 밥에도 잘 어울리고 보존 기간도 길며 건강에도 좋은 우메보시의 매력을 점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메보시는 우리 집 냉장고에 꼭 들어 있는 식품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일본어로 ‘우메’는 매실을 뜻하고, ‘보시’는 ‘말림’을 뜻합니다. 즉, 우메보시를 말 그대로 번역하면 ‘말린 매실’이라는 뜻이 되지요. 우메보시는 6월경 수확한 매실을 소금에 절인 후 햇빛에 3일 정도 말려서 만들기 시작합니다. 햇빛에 말린 매실은 아직 붉은색이 아니라 옅은 살구색을 띠고 있어요. 붉은 자소엽과 함께 다시 한번 절이면 익숙한 붉은색 우메보시가 완성된답니다.

우메보시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중국에서 전해졌다는 설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때는 음식으로서가 아니라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멎게 하는 등 약으로서 수입되었다 해요. 우메보시를 현재와 같은 형태로 밥과 함께 먹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1603년~1868년)부터라 합니다. 나라시대(710년~794년)에는 귀중한 과자의 하나로서, 과일의 하나로 취급했다 해요. 헤이안 시대(794년~1185년)의 한 의술에 관한 책에는 우메보시가 약으로서 활약했다는 글도 있습니다. 또한, 가마쿠라시대(1185년~1333년)에는 우메보시가 엔기모노(縁起物)라 하여 좋은 운을 끌어다 주는 음식의 하나였다고 해요. 그래서 군인들이 전쟁터에 나가기전에 먹곤 했다 합니다.

우메보시를 먹으면 다방면으로 건강에 아주 유익하다고 합니다. 우메보시는 타액을 잘 생성하게 하여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고 해요. 우메보시의 신맛이 침샘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우메보시는 간 기능을 활성화해 숙취에도 좋고,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합니다. 암을 예방하는 성분도 들어 있지요. 또한, 우메보시에는 해열 효과도 있다고 하여 일본에서는 민간요법으로 우메보시를 찧어서 이마에 붙이기도 한다 해요. 우메보시는 항균 작용과 방부 작용도 합니다. 그러므로 도시락의 밥이 상하여 식중독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밥 가운데에 우메보시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메보시는 자두나 앵두처럼 비교적 큰 씨앗이 중앙에 들어 있어요. 딱딱한 표면을 깨 보면 안에 흰씨앗이 들어 있지요. 이 흰 씨앗을 ‘인’이라고 한답니다. 인의 별명은 ‘텐진사마’라 해요. 텐진사마는 텐진님이라는 뜻인데, 텐진은 신이라는 뜻이고, 신으로 받들어진 ‘스가와라 미치자네’라는 학자가 우메보시를 매우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스가와라 미치자네가 죽고, 서민들은 그를 섬기는 마음으로 우메보시의 씨앗을 텐진사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합니다. 이 텐진사마를 먹으면 천벌을 받는다는 미신이 있는데, 이는 미신일 뿐, 오히려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건강에 좋다고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를 볶음밥, 찌개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겨 먹듯, 일본 사람들도 우메보시를 각종 요리에 활용합니다. 탄산수를 탄 소주 ‘츄하이’라는 음료에 우메보시를 넣고, 그 우메보시를 얇은 막대 등으로 찧어서 즙을 내며 마시면 참 맛있답니다. 우메보시는 닭고기와도 잘 어울려서, 닭가슴살 안에 우메보시의 부드러운 부분을 넣고, 옷을 입혀 튀겨 먹는 것도 별미입니다. 물론 밥과 함께 그대로 먹거나, 밥 위에 올려 따듯한 차를 부어서 ‘오챠즈케’로 해 먹는 것도 맛있지요.

우메보시를 생산하는 지역에서는 우메보시를 홍보하기 위해 ‘우메보시 씨 멀리 날리기 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답니다. 우메보시 멀리 날리기 세계기록은 15m 76cm로, 이를 갱신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지요.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참가합니다. 이처럼 우메보시는 일본 생활에 있어 무척 친숙합니다. 처음엔 독특한 맛에 거부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점점 그 매력에 빠져 버리면 어느새 우메보시 삼각김밥을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글 사진 박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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