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5호]'It's Daejeon' 그 모호함에 손을 들다.


Interesting, Trandition and Culture, Science and Technology.
 
 
삶이 재미있고 풍요로운 도시, 전통과 다양한 문화의 도시, 과학과 미래의 도시. 그래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이 도시는 과연 어디일까? 바로 ‘It’s Daejeon’ 이다. 이 도시에서 나오는 물은 ‘잇츠수’다. 요즘에도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잇츠 대전’이라는 브랜딩은 이제 제법 입에 달라 붙는데, ‘잇츠’라는 영문자가 의미하는 것은 너무 복잡해 잘 와닿지 않는다. 흥미롭고 전통과 다양한 문화가 살아 있고 과학과 미래를 밝히는 도시라니, 정말 최상의 도시라 할 수 있다. 근데 공교롭게도 이런 버라이어티한 도시의 정체성 규정은 오히려 도시 색깔을 모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전마케팅공사(사장 이명완)는 지난해 하반기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관,산,학 협력 캠퍼스 프로그램’이다. 대전시와 대전마케팅공사가 동국대, 목원대, 성균관대, 우송대, 중앙대, 충남대와 협력 프로그램을 4개월간 진행했다.
‘대전 도시마케팅’을 주제로, 한 학기 동안 지도교수와 함께 대학생들이 대전을 심층 조사하고 연구하며 동시에 홍보 캠페인, SNS 마케팅 실습, 홍보 미션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의 끝은 지난달 4일 진행한 도시마케팅 아이디어 경진대회인 대전도시브랜드컨퍼런스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 대학에서 예선을 거쳐 두 팀씩 모두 열두 개팀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각 팀은 한 학기 동안 얼마나 많은 활동을 열심히 펼쳤는지 그 결과를 보고하고 도시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열두 개팀이 이야기하는 공통적인 부분 역시 현재 대전시가 지닌 모호한 도시 정체성이었다.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간 팀에서는 대전이 지닌 자원과 역량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거나, 인상적인 브랜딩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여러 팀에서 꼽은 것이 바로, ‘It’s Daejeon’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모호성이다. 이 말만 듣고서는 도대체 대전이 어떤 도시인지 연상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우송대 ‘우송송무릎탁(이하 우송송)’ 팀 역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대전을 켜다, ON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전문 심사위원과 시민 심사위원으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아이디어였다.



 

‘대전을 과학으로 켜다’

대전의 ___________과학으로 켜다

우송송팀은 대전시가 지금껏 주창했던 ‘과학의 도시 대전’에 집중했다. 우송송팀이 보았을 때 대전시는 이런 정체성을 주장할 만큼 충분한 인프라를 지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리감’이었다. 우송송팀은 애매모호한 도시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과학과 사람간의 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우송송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브랜딩 측면에서 접근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켜다’ 캠페인을 제안한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켜다’는 ‘사람을 위해 사람에 의한 사람들의 주체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과학도시 ON 켐페인, 대전을 과학으로 켜다’라는 깜찍한 슬로건도 함께 주창했다. 과학은 결국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과학이어야 하고 이 과학을 통해 우리 도시를 더욱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깔려 있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명제가 바로 ‘대전의   과학으로 켜다’이다. 네모 칸 안에는 다양한 말이 들어갈 수 있다. 우송송팀은 다음과 같은 목적어를 제안했다. 문화를, 여유를, 시야를, 재미를, 행복을. 확장성이 무척 넓다. 이 캠페인과 관련한 로고도 선보였다. 너를 위한 대전을 켜다. ‘DAEJEON on for you’다.

우송송팀은 ‘켜다 캠페인’을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인지, 참여, 확산이다. 인지는 비주얼 통합이 핵심이다. 각종 전자 제품의 on 버튼을 닮은 심볼을 제작해, 다양한 활용으로 비주얼을 통합하는 단계다. ‘켜다(on)’라는 개념을 이미지로 접하며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 두 번째는 참여다. 시민이 직접 켜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다. 우송송팀은 이 단계에서 횡단보도에 설치한 시각 장애인용 음향신호기 버튼을 on 심볼로 재디자인하거나 타슈 자전거에 on 심볼로 디자인한 버튼을 설치해 이용자가 누르면 어떤 특별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등 실제로 시민이 켜는 행위를 통해 과학(기술)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마지막은 확산이다. 우송송팀이 예로 제시한 아이디어는 맛집이었다. 인증 단계를 거치면 심볼을 활용한 간판을 제작해 주고 이 간판을 획득한 곳은 공식적인 대전 맛집이라는 개념이다. 이런 ‘켜다’ 심볼 획득 맛집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다양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문제인식단계에 비해 솔루션 부분이 약한 감이 있지만 이건 다른 전문가 영역에서 채워 주어야 할 부분이다. 과학의 도시 대전이라는 기존의 도시 이미지 마케팅에서 과학이 우리에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켜다’라는 개념으로 도시 이미지를 브랜딩한다는 아이디어는 무척 신선하다. 이를 풍성하게 할 콘텐츠를 잘 만들어 낸다면, 우송대학교 우송송팀이 제안한 ‘대전을 켜다, ON 캠페인’은 당장 정책 과제로 삼아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It’s Daejeon’은 왠지 좀 부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유성온천, 뷰티와 결합하라’
 
우송송팀 이외에 눈길을 끌만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두 팀은 동국대학교 ‘큐브팀’과 충남대학교 ‘너무급하조’ 팀이었다.
‘큐브팀’은 ‘뷰티인사이드, 아웃대전’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대전하면 떠오르는 것은 성심당, 유성온천, 카이스트, 엑스포, 경부고속도로, 둔산동, 한밭수목원 등이었다. 이들이 보기에는 대부분 오래되고 추상적인 이미지만 가득했다. 대전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중에서 이들이 주목한 것은 ‘유성온천’이다. 유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숙박 및 관광 관련 시설이 밀집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효과적인 홍보 부족이 문제라고 인식했다. 특색 있는 지역 이미지를 부여하고 대전이 갖고 있는, 카이스트를 비롯한 과학 관련 인프라와 자연 휴양림, 한밭 수목원 등의 자원과 연계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았다.

최근 불고 있는 ‘뷰티’영역의 관심 증대라는 트랜드와 접목해 과학과 유성온천, 뷰티를 더한다면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위락형 온천시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천수를 활용한 피부 관리, 온천수 함유 성분이나 수액을 활용한 뷰티용 제품 개발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유성은 유흥과 모텔로 점철되어 대외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유성온천 안에서 다양한 뷰티 사이언스 체험 및 관광을 할 수 있다’는 컨셉 아래 뷰티 체험을 한번에(all in one) 할 수 있는 콤플렉스(complex)형으로 건물을 구성한다면, 이미지 개선과 더불어 관광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 큐브팀 발표자료 중

 
이런 개선을 위해 서울시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유성에 산재해 있는 부정적 이미지의 모텔을 질 좋은 숙박업소인 부티끄나 비즈니스 호텔로 시설 개선을 하도록 유도해 숙박 시설을 확충한다면 이미지 개선과 관광객 유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큐브팀은 일본 오이타현에 있는 유후인 온천의 사례를 들어 다양한 문화예술과 건강, 뷰티 등을 과학과 접목한 유성온천만의 차별화된 이미지 전략으로, 도시를 대표할 관광 영역을 구축할 것이라고 보았다.
대전시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 ‘유성온천’이 다른 도시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에 의해 재조명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때 신혼여행지로도 각광을 받았던 유성온천 지역의 거대한 리뉴얼 프로젝트 제안에 한 번쯤 귀기울여 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최근 요커 방문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유성의 한 호텔 관계자 인터뷰나, 의료 관광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은 대전광역시의 현 정책 지점 등을 놓고 볼 때, 전폭적인 국가적 지지를 끌어내 뷰티, 과학, 의료, 건강, 온천, 자연 등이 어우러지는 ‘맥락을 지닌 도시’로 리뉴얼 하는 작업은 무척 현실성 있는 제안이었다.



 
'게임이 도시의 미래다'
 
충남대학교 ‘매우급하조팀’은, 대전에 다른 도시에 비해 경쟁력 있는 자연환경이나 유적지, 문화재, 관광명소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 산업에서 도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과정을 통해 도출한 것이 ‘게임 산업’이다. 카이스트와 대덕연구단지 등 대전의 과학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대학에 APP창작센터나 게임아카데미, 게임 시나리오 개발자 과정을 개설하는 것 등이 방법이다.

그런데 사실 ‘매우급하조팀’이 제시한 아이디어중 가장 귀를 솔깃하게 만든 것은 ‘게임페스티벌’이었다. 신작발표회와 게임리그 결승전, 코스프레 퍼레이드와 함께 한국게임대상 시상식을 펼치는 게임페스티벌이다. 이 기간에는 유아, 애니, 게임 타임라인과 캐릭터샵, 상시전시 등을 제안했다. 독특한 것은 여기에 EDM 페스티벌과 록 페스티벌을 접목한 아이디어였다. 게임과 음악의 썩 괜찮은 궁합은 게임페스티벌의 확장성을 더욱 높여 줄 것으로 보았다.
이미 대전에서는 스물세 번째 ‘디쿠페스티벌’을 열었다. 중부권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미 탄탄하게 자리잡은 만화축제다. 다양한 만화 캐릭터를 흉내 내는 코스튬플레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게임페스티벌과 연계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
발표 과정에서 ‘매우급하조팀’은 외국의 게임페스티벌이나 EDM, 록 페스티벌 사례를 들며 그 엄청난 부가가치와 트랜드를 설명해 설득력을 높였다.
‘매우급하조팀’은 이런 게임페스티벌을 통해 대전시를 게임시티로 분명하게 이미지화 한다면 관련 마이스사업의 확장에 영향을 미치고 젊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 효과를 예상했다.
컨퍼런스 현장에서 듣는 여섯 개 대학 열두 개 팀의 발표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다. 긴 시간 이어졌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대전마케팅공사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라는 걸 고려할 때 이 프로젝트에서 이야기하는 ‘도시 브랜딩’은 판매를 위한 브랜딩이다.

관광객을 불러 모아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거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살고 싶은 도시라는 측면을 명확하게 하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 도시가 지닌 한계를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는 계기였다. 그 한계 인식 위에 20대 청년이 제안한 대안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아직 설익고 그 자체로 당장 실행하기에는 한계도 있지만 완벽한 정책보고서를 요구한 것도 아니니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열두 개 발표 내용이 담은 문제 인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용원
사진 대전 마케팅 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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