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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4호] 일본의 아이돌_카일린의 일본 문화 탐방기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소녀시대, 원더걸스를 시작으로 아이돌 그룹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모는 물론 실력까지 겸비한 아이돌의 공연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죠! 일본 또한 아이돌 그룹이 오래전부터 유행했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는 일본의 아이돌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했지만, 일본으로 유학 온 후, 길거리 광고나 텔레비전에서 일본 아이돌을 자주 접하게 되어 조금씩 관심을 같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아이돌 그룹이라도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은 차이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일본의 아이돌은 동경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친근한 존재’에 의미가 있습니다. 모델처럼 겉모습이 완벽하지 않아도, 가수나 댄서처럼 노래와 춤 실력이 굉장하지 않아도 성장 과정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친근감을 형성해 가는 것이 일본의 연예인이지요. 완벽에 가깝게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아이돌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아이돌은 음악 방송은 물론 예능 방송,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매력을 뽐냅니다.
남성 아이돌을 전문으로 육성하는 ‘쟈니즈 사무소’는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켰습니다. 특히 1999년 결성된 5인조 그룹 ‘아라시’는 현재도 일본 연예계의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쟈니즈 사무소’ 소속이라면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인 쟈니즈 주니어도 주목을 받을 정도로 스타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AKB48
저에게 문화 충격이었던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에이케이비 포티에이트)는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멤버가 많이 재적해 있는 그룹입니다. 사회 현상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AKB48는 아키하바라를 거점으로 2005년에 결성된 그룹입니다.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모티브로 한 AKB48는 작은 무대에서의 공연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은 각종 음원 차트의 1위를 연속으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현재도 ‘악수하는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팬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멤버가 가입하기도 하고, 기존 멤버가 졸업하기도 하는 등 활동하는 멤버는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기 있는 멤버만 주목받는 걸 피하고자 1년에 한 번 가위바위보 대회를 하여 새 앨범에 참여할 멤버를 선발하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대중매체에 나오는 아이돌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아이돌인 ‘로컬 아이돌’도 있습니다. 로컬 아이돌은 전국에 1,000그룹 이상 있을 정도로 그 수도 많습니다. 로컬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는 건 연예기획사뿐만 아니라 민간단체, NPO 등 다양합니다. 로컬아이돌은 다른 아이돌과 같이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각 지방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젊은 층이 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생기면서 로컬 아이돌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해요.
로컬 아이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속 아이돌도 실존 아이돌 못지않게 인기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돌 마스터’라는 게임은 아이돌을 육성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가 프로듀서가 되어 오디션을 개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 키워 나가는 내용입니다. 이 게임이 크게 유행하여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한 성우들에 의해 매년 콘서트가 열리기도 합니다. ‘아이카츠’라는 게임 또한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이돌의 패션을 코디네이트 하고 리듬게임을 즐기는 아이카츠의 카드게임은 게임 센터에서 여자 초등학생이 줄을 길게 설 정도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아이돌 마스터>
원래 영어로 ‘동경의 대상’을 뜻하는 아이돌이지만, 일본의 아이돌은 독자적인 문화를 탄생시켰습니다. 실력이 완벽에 가까운 우리나라 아이돌과는 다르지만, 일본 아이돌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척 흥미로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떤 형태의 아이돌이 탄생할지 기대하며, 텔레비전 속 어떤 새싹이 꽃을 피울지 상상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