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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4호] 금지를 금지하다
최준서 작가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박예슬 작가의 작품 <스킨십>
청소년에게는 금지된 것이 많다.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금지되는 것은 많아진다. 그래서인지 ‘금지를 금지하다’라는 제목이 무더운 요즘 날씨에 시원한 청량감을 던져 준다.
여섯 명의 청소년 작가들이 ‘금지에 대한 고민’을 예술적 활동으로 풀어냈다. ‘하루전’ 세 번째 전시에서다. 지난 2017년 7월 22일(토) 일리아갤러리에서 낮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열린 하루전은 참가자들이 작가가 되어 작품을 만들고, 갤러리에 작품을 직접 설치했다. 〈금지를 금지하다〉는 7월 17일 월요일 작가와의 만남을 가져, 주제를 구상했다. 그리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작품 제작과 설치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윤필 작가가 기획했고, 강혁 작가가 함께했다.
<진흙>(한서연)은 억압받는 청소년을 진흙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시를 레코드 모양의 판에 둥글게 돌리며 적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한서연 작가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진흙 냄새, 꽃 냄새를 맡았던 기억을 작품에 담았다. <자유>(손지연)는 넘치는 자유가 오히려 자신을 억압하고 있다는 자유의 역설을 담은 작품이다. 자유를 상징하는 정글이 압도적으로 붉은 원피스를 입은 아이를 감싸고 있다. <스킨쉽>(박예슬)은 청소년의 사랑을 금지하려는 어른들에게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두 사람이 발을 맞대고 있다. “만약 열다섯 살인 자신의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과 자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학생의 질문이 관람객들을 당황하게 했다. 솔직한 질문과 청소년기의 성과 사랑에 대한 당당한 생각이 담긴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여섯 명의 청소년들 외에 이 전시를 기획한 윤필 작가의 <못 된 사랑>은 2011년 7월 22일 노르웨이 섬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청소년 캠프를 향해 총을 난사한 테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십자가를 연상시키는 못의 모습이, 종교의 양면적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금지된 것들, 그리고 그 금지된 것들 가운데서 끝까지 이어 가려는 꿈에 대한 바람이 돋보이는 전시회였다.
<금지를 금지하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