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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3호] 보람 있습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ASIA DESIGN PRIZE)’는 아시아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컨셉디자인을 발굴하는 공모전입니다. 기상 이변, 양극화, 인종 차별, 식량 부족 등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 그녀들의 목표였습니다. 포스터디자인 영역에 참여했지요.
공모전에 나가기로 마음먹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시아의 사회적 문제를 알아야 했으며 해결방안을 포스터 한 장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죠. 도움을 요청하고자 사내 단체 채팅방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원자력 발전, 여성 인권, 젠트리피케이션 등 좋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월간토마토에서도 다뤄 왔기에 공감을 갖고 작업할 수 있는 주제인 젠트리피케이션을 골랐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였지만, 큰 맥락은 상업지역의 활성화와 급상승한 임대료로 인해 원주민이 밀려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며 거리의 고유성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단어를 떠올리던 중 문화백화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채로운 활기를 가졌던 공간이 철거되고 벽돌만 덩그러니 남은 도시. 오랜 시간의 이야기를 담았던 공간이 사라진 자리, 그 벽돌은 무표정한 회색을 띠고 있다는 뜻을 담아서요. 빛을 잃은 도시의 조각들에 색을 입혀 주는 것이 우리의 디자인 솔루션이었습니다. 획일화되어 버린 도시에 개성을 찾아 준다는 의미죠.
바구니를 챙겨 대흥동으로 나갔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오늘도 사라지는 오래된 건물들, 잃어버린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과 이야기를 생각하며 그 벽돌들을 주웠습니다. 철거된 건물 속에서, 계단 틈 사이에서…. 그리고 시멘트 벽돌을 나란히 세워놓아 개성을 잃은 도시를 형상화했습니다.
색을 잃어버린 도시에 우리가 다시 찾고자 하는 생명력과 개성을 주홍빛 물감으로 표현했습니다. 회색 벽돌에 물감을 입히고 다양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는 푸른 조각들을 흩뿌려 색을 잃어 가는 도시에 새로운 색과 빛을 부여하자는 의미를 담았지요. 바지와 신발에 물감이 튀는 것도 모르고 꽤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상상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손으로 만든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렇게 벽돌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우리에게 개성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포스터를 보세요. 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we need color!
공모전 당선은 안 됐습니다. 보람이 있어 다행입니다. 보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