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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3호] 유카타_카일린의 일본 문화 탐방기
겨우 장마철이 지나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일본의 한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습하고 더워서 집에만 있고 싶지만, 더위조차 잊게 하는 여름 축제나 불꽃놀이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지요. 이런 여름의 이벤트에 일본사람들이 입고 가는 옷이 ‘유카타’입니다. 격식을 차리는 곳에서 입는 기모노에 비해 캐쥬얼하고 편한 복장이지요.
유카타는 헤이안 시대에 입욕할 때 입는 ‘유카타히라’라는 옷에서부터 유래했습니다. 헤이안 시대의 입욕은 현재의 일본처럼 욕조에 물을 담아 들어가는 것이 아닌, 사우나처럼 증기를 쐬는 형태였다고 해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목욕하는 경우가 많았던 헤이안 시대에는 땀을 흡수하고 신체를 가리기 위해 유카타를 착용한 것이지요. 그래서 유카타는 땀 흡수를 잘하는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잠옷으로 사용하기도 했던 옷입니다. 내복과 같은 옷이라 예전엔 유카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현재는 유카타를 입는 때와 장소가 다양화되어 유카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카타는 본래의 목적인 목욕 후에 입는 옷으로 현재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온천 여행지에 갖춰져 있는 걸 볼 수 있지요. 온천 이용 후에 입거나 잠옷으로 사용하라는 뜻입니다. 착용 방법도 일본 전통 의상 중 가장 간단하여 외국인도 쉽게 입을 수 있습니다. 몇 겹의 옷을 덧입는 기모노와 달리, 유카타는 가운처럼 생긴 옷을 걸치고 옷이 벌어지지 않도록 허리에 끈을 묶는 것이 전부이지요. 유카타를 입어 볼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온천을 여행하는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어떤 온천 시설은 다양한 무늬의 유카타를 준비하여 온천 이용자가 직접 유카타를 고를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으로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유카타의 쓰임은, 바로 평상복으로서의 쓰임입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친구들, 혹은 연인이나 가족들과 놀러 갈 때 즐거운 분위기를 한층 더 하기 위해 입는 사람이 많지요. 예전에 내의로 입을 때와는 달리, 내의를 따로 착용한 후에 유카타를 입기에 유카타만 입었다 해서 창피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현재 유카타는 무늬와 형태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본래 유카타에 서양식 스타일이 더해져 독특한 문화가 탄생하기도 했지요. 예를 들어, 기장이 무릎 위로 오는 미니스커트 풍의 유카타도 있고, 프릴이나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유카타도 있습니다. 하라쥬쿠 풍 유카타라 하여 별 무늬, 사탕 무늬 등 톡톡 튀는 무늬의 유카타도 유행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유명한 놀이공원이나 박물관, 스포츠 관람 시설에서는 유카타를 입고 오면 입장료를 할인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유카타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효고현의 한 지역인 ‘히메지’에서는 매년 유카타 축제를 합니다. 어린이들이 유카타를 입고 퍼레이드를 하기도 하고, 야외무대에서 뮤지컬이나 악기 연주를 하는 등 즐거운 코너가 많습니다. 이 이벤트에 유카타를 입고 오면 왕복 버스요금이 무료가 되고, 영화 관람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3일간 개최되는 이 축제는 2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축제입니다.
일본에 유학 온 후, 처음으로 맞이한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하지만 유카타를 입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유카타를 사러 가는 기쁨과 설렘이 앞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산 하얀색 바탕에 분홍색 꽃이 그려져 있는 유카타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답니다. 가까운 곳에서 불꽃놀이를 한다면, 올해 여름이야말로 다시 유카타를 꺼내 입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