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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3호] 구름책방_모두의 마음에 단비가 내린다
“선생님 저 아직 책 못 골랐어요. 기다려 줘요~”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구름책방은 책을 구매하러 온 대동초등학교 아이와 선생님으로 붐빈다. 그림책을 한참 구경하던 아이들은 독립출판물을 뒤적이기도 하고 책방 벽면에 붙여둔 엽서를 한참 들여다본다. 재밌는 이야기를 발견한 듯 웃음이 뒤섞인 대화가 오간다
대동역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에 자리한 구름책방은 그림책과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서점이다. 대동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싶어 마련했던 공간 조각구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구름책방이 들어섰다. (조각구름 기사는 토마토 110호에.) 올해 2월부터 공간을 준비하기 시작해, 지난 5월 5일 구름책방이 문을 열었다.
“대동 주민이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이곳에 조각구름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대동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요. 참여하는 사람이 한정적이었어요.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들어와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는 없을까 고민 했죠.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던 조각구름의 바람을 이어 독립서점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구름책방을 운영하는 송봉규 씨와 조각구름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부모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고민하던 중 조각구름을 기획한 백호익 씨가 독립서점을 해 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봉규 씨에게 독립서점은 낯선 존재였지만, 백호익 씨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보자 구름책방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송봉규씨는 서점 운영을 위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어떻게 책을 서점에 들여놓는지, 회계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처음에는 어렵던 일이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좋은 정서를 갖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이 모두 그렇겠지만 대동 아이들을 만나면서 활발함 속에 불안한 정서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대동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는 분위기도 있었고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잖아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창의적인 생각도 가졌으면 좋겠고요.”
구름책방의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그림책과 독립출판물이다. 아이를 위한 그림책과 어른을 위한 일러스트 서적 등 모든 연령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선정한다. 그림책은 구름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안성주 씨가, 독립출판물은 송봉규 씨가 담당한다. 대형 출판사 작품보다는 독립출판사 작품을 선정해 숨어 있는 새로운 책을 소개하려 노력한다.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면 작가에게 직접 연락하며 발품을 팔아 책을 들인다. 두 사람의 노력 덕인지 공간이 생긴 지 한 달이 지나자 구름책방을 드나드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엄마도 책을 보며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른을 위한 그림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아요. 처음에는 인근 초등학교에서만 오셨는데요. 요즘은 알음알음 인근 동네에서도 많이 오세요. 점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 주니까 너무 감사하죠.”
구름책방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역 아이와 청소년을 위한 활동이다. 공간에 사람이 모이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구름책방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에는 서점 한쪽에 마련한 프로젝터로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상영해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과 소소한 모임을 즐겼다. 7월에는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 모임을 각각 운영할 계획이며, 드로잉 수업과 음악 모임도 진행할 예정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곡 만드는 일을 했어요. 대동 아이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을 피아노로 표현해 조각구름이라는 이름으로 곡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주민들과 이런 활동을 함께하고 싶어요.
구름책방
대전 동구 대동초등2길 21
042.322.1109
송봉규 씨의 바람은 구름책방이 모두가 편하게 오는 공간, 심심하거나 생각날 때 들리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손님이 많아지기보다는 놀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실 저는 아이들이랑 별로 안 친한 사람이었어요(웃음). 아이들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구름책방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편해졌어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여유도 생겼고요. 오래 있어도 좋으니까 아이들이 자주 놀러 왔으면 좋겠어요.”
송봉규 씨는 구름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안성주 씨도, 활동에 힘을 보탰던 조각구름 지인들도 모두 비슷한 성향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욕심내는 게 어색한 사람들, 사랑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생각을 토대로 공간을 열었고, 활동을 이어 나가다 보니 책방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조금씩 밝아지는 걸 경험한다. 아직은 틀을 만드는 과정이라 시행착오가 많지만, 아이들을 보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쌓이고 없던 힘도 생겨난다.
“구름책방의 수익은 지역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기금으로 사용합니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책방과 함께 커 가는 아이들에게 본보기도 되고 싶고요. 지금 내가 처한 경제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지금 내가 대단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런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아이들이 저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