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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2호] 2017제주한국지역도서전_로컬북의 시대를 열다
제주 그림책 연구회의 도서 전시
한라도서관 야외부스에 마련된 지역도서 마켓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은 2017년 5월이 되어서 독자들을 만났지만, 그 시작은 2013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수원 《골목잡지 사이다》, 인천 《옐로우》, 대전 《월간 토마토》, 광주 《전라도닷컴》, 부산 《함께가는예술인》 다섯 개의 지역잡지사가 한자리에 모여 ‘지역문화잡지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모색했다. 서울, 부산, 대전에서 지역 사진전 《촌스럽네》를 열었고 2015년 5월에는 도종환 의원실과 함께 ‘지역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도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 지역에서 문화잡지를 만들고 출판을 하는 이들이 연대해 모임을 꾸렸다.
한라도서관 지하 1층 동네방네 북적북展
한라도서관 1층 테마도서전
이들은 이후 다양한 모임과 컨퍼런스를 진행했고 일본 돗토리현의 도서전 <2015 Book in Tottori>도 답사했다. 일본의 작은 지역에서 오랜 시간 시민의 힘으로 진행해 온 도서전을 보며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의 모티브를 얻었고 지역출판사들을 모아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로 연대를 확장해 도서전을 준비했다.
제1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수상자들과 함께 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윤일호 저자, 허순영 독자, 이대건 책마을해리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권영란 저자, 김주완 피플파워 이사, 황풍년 전라도닷컴 대표
그렇게 진행된 제주한국지역도서전은 단순히 지역의 책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도서를 주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이었다. 25일부터 29일까지 한라도서관 지하 1층 홀에서는 지역출판사의 도서를 전시하는 동네방네 북적북展을 진행했고 복도에서는 지역에서 발행되는 문화잡지를 모아 지역문화잡지전을 진행했다. 1층 갤러리에서는 한국지역출판 천인독자상 및 제주를 주제로 하는 테마도서전을 진행했다. 야외부스에서는 2018제주한국지역도서전 개최지 수원시를 알리는 도서 전시와 다양한 지역출판사의 도서와 독립출판물을 살 수 있는 마켓을 열었다.
도서전에 맞춰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26일에는 한국출판학회와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의 제주공동학술대회를 열었고 27일에는 제주그림책워크샵, 한국전자출판학회의 2017년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지역출판인 5분 발언대와, 공선옥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도 이날 진행했다. 28일에는 제주그림책워크샵을 이어 갔고 팔도 사투리 책 읽기, 북무비토크, 귀로 듣는 그림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5일부터 29일까지는 제주 곳곳의 작은 문화공간에서 지역출판인과 저자가 독자를 만나 강연을 펼쳤다.
출판인 5분 발언대, 왼쪽 사회를 맡은 김외솔 대표, 오른쪽 박갑철 전라도닷컴 사진작가
제주 감귤 박스로 만든 하르방
27일에는 제1회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독자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천인독자상은 천 명의 독자가 주는 상으로 그 의미가 있다. 지역출판사 및 저자의 활동을 격려하는 목적으로 제정된 천인독자상은 서울, 파주, 제주(도서전 개최지) 발행도서를 제외하고 2016년에 발행된 도서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여덟 명의 심사위원이 지역성, 기획의 우수성, 작품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두 차례에 걸쳐 심사한 결과, 대상은 《남강 오백리 물길여행》의 저자 권영란 작가와 출판사 도서출판 피플파워가 차지했다. 공로상은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의 저자 윤일호 작가, 《돌그물》의 출판사 책마을해리가 받았다.
대상을 받은 권영란 작가는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은 큰 강이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평생 끼고 산 남강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강은 마을과 사람의 역사이기에 자료보다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든이 다 된 아버지와 함께 다니며 어르신들께 이야기 들었다. 아버지와 함께한 책이라 더 의미가 깊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도서출판 피플파워의 김주완 이사는 “도서출판 피플파워는 문화적으로 척박한 경남에서 지역 콘텐츠로 꾸준히 책을 내오고 있는데 경남 외부에서 가치를 알아줘서 감사하다. 그리고 《남강 오백리 물길여행》을 출간하기 전에, 86명에게 260만 원을 후원받았다. 펀딩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남강 오백리 물길여행》은 “지역의 작가와 출판사가 제대로 만난 사례”라는 평을 받았다.
2017제주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출판인들에게 역사적인 행사였다. 지역의 의미를 발견하고 지역출판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첫걸음이었다. 시상식을 시작하며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황풍년 대표는 “모든 지역이 가진 아름다움, 진실, 슬픔의 역사는 자본 시장이 해결해 줄 수 없고 지역출판인들이 사명으로 해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로컬북의 시대다. 내셔널과 글로벌은 우리의 치열한 삶을 승화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