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2호] 여행자들이 이 작은 마을을 찾는 이유

여기 동바이(Dong Bai) 마을의 전 이장님이자 농부이자 어부, 그리고 소수민족 중 몽족 출신인 티(Ty) 씨가 있다. 티 씨는 5년 전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여행자들이 이런 가난한 마을에 오는 걸 좋아하는 걸까? 우리는 가 난과 고난밖에 가진 것이 없는데.’ 마을의 다른 사람들 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수년 동안 벼랑 끝에 선 나날들 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와 마을 동료들은 이런 가난한 상 황은 절대 바뀌거나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동 바이 마을은, 사회에서 차별받는 베트남의 많은 소수민 족들이 모인 곳으로, 다양한 자선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 는 지역이다. 많은 마을주민들이 이러한 자선을 감사하 게 받는 한편, 계속되는 기부로 인해 그들 자신은 스스로 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고 믿게 되었고, 자신을 ‘빈곤하며, 교육 수준이 낮은, 뒤 처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 여행자들이 이런 가난한 마을에 오는 걸 좋아하는 걸까?’

5년의 시간이 흘러, 티 씨와 많은 그의 동료주민들은 이제, 그들 나름의 답을 가 지게 되었다. 마을에 호텔이나 리조트나 그럴싸한 레스토랑, 또는 테마파크는 없 다. 그럼에도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 유는, 마을사람들이 대문을 활짝 열고, 여 행객들이 머무는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티 아저씨의 팜스테이 입구


손녀를 안고 있는 티 아저씨

마을에 방문하면 만날 수 있는 티 아저씨 의 팜스테이(Uncle Ty’s Farmstay)는, 티 씨 의 가족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이다. 오 래된 베트남의 전통 사원건물을 옮겨와 최 대한 그 멋을 살린 채로 고쳐 건물을 만들었 다. 이곳의 모든 디테일한 장식들은 지역민 들의 손길이 닿은 수공예품으로, 실제 농민 들이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모티브 로 만들어졌다. 물건 곳곳에 그들의 이야기 와 혼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숙소로 사용되 는 2층은 최대 열여덟 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각 방에는 손님들이 조용하 고 평화로운 시골에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좋은 품질의 침구류를 구비하고 있다. 두 개 의 현대식 욕실은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 으며, 두 개의 화장실은 산골마을임에도 깨끗한 위 생시설을 갖추어 방문객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티 아저씨의 팜스테이에서는 따뜻하게 여행객을 맞이하는 마을사람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팜스테 이는 가족경영 형태이지만, 이곳이 문을 연 이래로, 50여 명이 넘는 마을 이웃들이 시간이 날 때 함께 이곳에서 일손을 도우며 추가적인 수입을 얻고 있 다. 음식을 준비하거나, 외부에서 체험프로그램(트 래킹, 자전거타기, 낚시, 공예체험, 트렉터 타기, 배 타기 등)을 진행하거나, 또는 전통무용을 선보이는 등의 활동을 함께하는 식이다.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문화와 환경은 풍부한 마을

블룸 마이크로벤처스가 처음 이 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어린아이부터 어르신, 여성, 남성, 마을이장부터 평범한 마을사람들까지, 다양한 마을주민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이 마을은 경제적으로는 가난할지라도, 문화와 환경적으로는 풍부한 곳임을 깨달았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마을 커뮤니티 자체의 회복력이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들의 믿음과는 달리, 마을주민들은 여러 위기를 극복해 오며 쌓은 힘을 갖고 있었다. 모든 주민 한 명 한 명이 자신이 겪어 온 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직 발현되지 않은 잠재력이 있었다.

우리는 이 마을사람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힘을 깨우치고, 자신감을 얻게 해 주기 위해 함께 활동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농촌관광 이니셔티브(이행과제)를 통해, 마을의 여러 농민들이 농업자원과 환경을 이용한 또 다른 방식의 경제활동, 그리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만나도록 돕기로 했다.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해 마련한 오리와 돼지

우리는 동바이 마을 사람들이 대안관광 이니셔티브에 대해 직접 배울 수 있도록 스터디투어를 진행했다. 마을 사람들은 스터디투어를 통해, 하롱베이의 에메랄드 빛 호수나 큰 바위산, 또는 다낭의 백사장이 없어도, 어떠한 장소나 소리, 농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아름답고 독창적인 여행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마을주민과 여행자가 연결되고 마을주민들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되었다.

깨달음이 있은 뒤, 쌀과 카사바 경작지(언덕)는 그 고유의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멋진 관광명소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일할 때 쓰던 트랙터와 낚싯배도 농가의 실제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의 훌륭한 소재로 활용되었고, 지역주민들이 늘 걷던 길은 트래킹 루트가 되었다. 마을자원이 각자의 역량과 잠재력을 한껏 발휘하여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마을주민들이 점차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적의 여행객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관광을 통해 부수적인 수입을 얻게 되는 기쁨만이 아니라, 외지인의 눈으로 본 마을을 경험함으로써 자신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아름다운 문화와 가치들을 다시금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크로크레딧 관광을 통한 여성의 역량강화*

지난 5년간 동바이 지역의 여러 지역주민은, 농촌관광 이니셔티브를 여러 다른 수준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이런 농촌지역에서 다양한 나라와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로, 또 다른 사람은 새로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티 씨는 마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 주는 지표라고 생각했고, 200여 명의 푸밍(Phu Minh) 꼬뮌의 여성농업인들은 (동바이 마을은 이 꼬뮌이 포함된 여섯 개 마을 중 하나) 마이크로크레딧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저리의 무담보 소액대출을 말한다. 200여 개의 소액대출의 일부는, 농촌관광 이니셔티브 하에서 마을을 방문하는 여행그룹들을 통해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지역 여성농업인들의 농업이나 또는 농업 이외의 활동에의 투자로 이어지게 되어, 여성들의 수입과 가족의 생계를 부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의식 있는 여행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제공하는 의미 있고 독특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방문하는 지역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이 가진 것을 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이니셔티브가 아직 작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지라도, 우리에게 변화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열어 주었다. 바르게만 된다면, 관광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만큼, 지역 공동체의 역량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역자 주 실제 투어 코스 중에 마을 여성농업인을 랜덤으로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원할 경우, 여행객이 직접 그 여성에게 소액대출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돈은 여행객에게 직접 갚는 것은 아니고, 여행객은 일종의 기부를 한 것이고, 받은 사람은 상환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글 사진 블룸 마이크로벤처스 사업총괄책임자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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