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2호] 서울혁신로드_삶의 또 다른 가능성들을 만나다

언제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먼저 나오는 곳이 서울이다. 그렇기에 서울시에서 그리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 속에서 벌이는 다양한 정책들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정책’에 일반인들이 다가가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정책이 실현되고 있는 장소를 찾아간다면 더 쉽게 그 의미와 가치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2017서울혁신로드’는 서울시의 혁신정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의 관심사에 맞는 정책주제를 매칭하고 그에 따른 코스를 제안해 준다. 다양한 혁신기관들과 활동가를 만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연수 프로그램이다.

처음 방문한 곳은 서울의 상징이자 심장인 서울시청이었다. 서울시청에서는 ‘서울시청 통통투어-다섯 가지 길,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테마로 서울시청을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섯 가지 길 가운데 두 번째 ‘이야기의 길: 시민의 놀이터 시민청’이라는 테마로 가이드 선생님과 함께 둘러보았다. 시민청 지하 1층과 2층에 마련된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들을 보면서 서울 시민들이 부러웠다. 시민청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놀이터였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벌써부터 활기를 띠었다. 시민청을 둘러본 후 본관으로 올라갔다. 본관에 들어가는 순간 환한 빛과 함께 높은 유리 천장이 머리 위로 펼쳐졌다. 1층에서 7층까지 높이 28m의 실내 수직정원 사이에 있으니 숲에 들어온 것 같았다.

서울시청을 둘러보며 공간은 디자인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을 위한 서울시청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츠스테이 코어킹 인 문래’에서 설명 중인 나태흠 대표

오후에는 문래동의 문래창작촌과 그 일대를 안테나 나태흠 대표와 둘러보기로 하였다. ‘안테나’는 기존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넘어선 지역재생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한다. 문래역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커다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우리를 반겼다. 문래창작촌 입구 인포메이션에서 나태흠 대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문래창작촌은 철강단지에 예술인이 자리하게 된 곳이다. 철공소와 예술인 공방, 벽화와 조형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어울려 묘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나태흠 대표의 인솔로 문래창작촌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오래된 세월의 더께가 쌓여 있는 골목 곳곳에 예술가들의 흔적이 드러나 보였다. 벽화와 작은 조형물들이, 그을음이 묻은 벽과 붉은 녹이 쓴 철판 등과 대비되며 두드러졌다. 골목을 걸으며 개성 있는 가게들이 하나둘 보였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작은 식당도 있었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이 지역의 유명세와 더불어 상업 시설이 늘어나고 있었다.

우러져 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방문자들은 사로잡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불꽃 튀는 용접 작업, 소음과 함께 쇠를 절단하는 작업 등 그 생생한 삶의 현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과 맞닿아 있었다.

그다음 들른 곳은 안테나에서 운영하고 있는 ‘아츠스테이 코어킹 인 문래’였다.


철강단지 철문에 남아 있는 예술가의 흔적

3층에 자리한 아츠스테이 입구로 들어서기 전 복도 유리창 아래에는 커다란 샌드백들이 놓여 있었다. 이전에 이 공간은 오랫동안 복서들이 사용하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자 라운지 창밖으로 넓은 전망이 내다보였다. 그리고 칸칸이 나뉜 작업공간이 자리해 있었다. 이곳은 예술창작을 할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월임대료를 내고 입주하는 곳이었다. 작업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몰입 공간이자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의 교류 공간이기도 했다. 안테나 나태흠 대표는 문래창작촌이 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창작촌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가들이 작업하고 교류하며, 동시에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그는 노력하고 있었다. 아츠스테이 건물 지하 공간을 활용해 지역 사람들과 예술가가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구상하는 중이었다. 문래창작촌만의 개성이 지켜지기를 바라며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홍대 로컬스티치는 서교동 사거리 잔다리길에 자리했다. 붉은 벽돌로 된 로컬스티치 건물은 오래된 여관이었다고 한다.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은 코워킹, 코리빙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노란 불빛에 적당히 어두운 공간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건물 복도에 이 건물의 설계도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 지하에 이랜드 초기 사업장이 자리해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이주은 디자이너의 안내로 옥상에 올라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주거공간과 공동의 문화를 일구어 간다니, 매력적이었다. 2호점도 내기 위해 준비 중인데, 거주자를 먼저 모집한다는 것이 색달랐다. 사전조사를 통해 장기 주거를 원하는 사람들을 먼저 모집한다고 했다.

로컬스티치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알찰 수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있을까. 무엇보다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하는 활동가들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았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 그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과정이다.


로컬스티치 옥상에서 이주은 디자이너와 함께

글 사진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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