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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1호] "오늘이야." 조가 소곤거렸다_<오비랍토르> 부분
전이서 작가의 <밤의 드라이브>, 김주욱 작가의 <자갈>, 손도을 작가의 <회>, 오주훈 작가의 <한파>다.
그중 박은성 작가와 손도을 작가의 작품이 두 심사위원을 고심케 했다.
당선작은 박은성 작가의 <오비랍토르>다.
ㄱㅇㅎ 김운하 작가 1995년 문학사상 신인상 당선, 건국대학교 몸문화 연구소 연구원으로 문화연구와 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137개의 미로카드》,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 등을 발표했다.
ㄱㅈㅇ 김종일 작가 장르소설 작가 2004년 제3회 황금드래곤문학상에서 <몸>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장편 <손톱>, <삼악도>를 출간했고, 네이버 웹소설에 <마녀, 소녀>와 <나만의 스킨십 능력자들>을 연재했다.
ㅌㅁㅌ 작년과 달리 주제가 심오한 작품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옛날에는 작품 안의 세계와 폭력이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많았다면, 작품 전체에서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폭력이 굉장히 세게 느껴졌어요.
ㄱㅇㅎ 젊은 작가들이 장르문학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작품에도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습작을 하는 예비 작가는 경계 없이 많이 읽고, 접하다 보니까 이 런 게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순수문학에서는 고상한 사회문제 같은 것을 주로 다루고 있었거든요. 문학은 삶이나 세계를 탐구하고 진실을 인식하는 게 본령인데,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분노나 폭력적 실상을 그대로 표현하려는 것이 예전에는 눈치가 보였다면,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드러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고무적이라고 봐요. 경계를 넘어서 문학이 살아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는 거죠.
ㄱㅈㅇ 맞아요. 우리 애들은 밝은 것만 보고 자라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단련이 안 되는 거죠. 그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게 세월호 참사라고 봐요. 현실에서 일어난 일련의 대형 사건이 응모작에 반영된 느낌이었어요.
ㅌㅁㅌ 여섯 편을 본선에 올렸는데, 일단 총평을 먼저 하고, 전반적인 분위기나 느낌을 이야기해 볼까요.
ㄱㅈㅇ 작품 완성도면에서 상향평준화된 느낌이 컸어요. 그에 비해 눈에 확 띄게 ‘이거다!’ 싶은 작품은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문제의식과 작품 수준이 비슷하다 보니 한 작가의 작품집을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여섯 편 작품 모두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되는 것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더라고요. 대형사건부터 육아와 같은 일상과 밀접한 이야기 등 다루는 건 좋은데 문제 제기한 수준에서 멈춘 게 많아서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개중에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몇 편 있었고요.
ㄱㅇㅎ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세월호 참사나 길었던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작품집도 무거웠어요. 좋게 보면 사회 현실을 창작에 반영하려는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거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만큼 패기 있고 발랄한 유머 코드가 잘 보이지 않았어요. 작품집을 보고 다양한 감정이 들었어요. 신인을 뽑는 문학상에서 기성 문단 작가를 하나 더 뽑는 건 의미가 없거든요. 당연히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기반에 두어야 하지만 새로운 언어나 스타일, 상상력이나 가능성을 보고 작품을 선정해야 해요. 아무래도 여섯 편 모두 완성도는 높지만, 참신함은 부족했던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당선되신 분이 누구든 기성문단 작가와 차별화되는 전복적인 사고와 상상력, 새로운 언어로 보다 실험적인 사고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ㅌㅁㅌ 심사에 포함하지 않은 작품 중에서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어요. 참신한 아이디어로 쓰신 분도 많았고요. 읽었을 때 ‘재미있다’ 싶은 작품이 많았는데, 그것 외에 남는 게 없더라고요. 심사하면서 그런 고민이 들더라고요. 소재가 주는 참신함과 완성도 중에 어떤 걸 우선해야 하는가. 고심하다가 그래도 완성도가 높은 걸 고른 게 여섯 편이었거든요. 이 중에서 괜찮은 후보작으로 세 편은 어떤 작품으로 고르셨어요?
ㄱㅈㅇ 일단 <회>라는 소설이 눈에 띄고, 다음으로는 <자갈>, 나머지는 비슷한데 <오비랍토르>가 괜찮았어요. 그런데 결말이 뻔해서 좀 아쉬웠어요. 나머지 두 작품은 뭐랄까, 무리수가 많고 완성도 면에서 좀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ㄱㅇㅎ 비슷한 것 같아요. 일단 <한파>는 북한 특권층 자제였던 탈북자 여성이라는 소재가 관심이 갔어요. 그런데 탈북자 여성이 화자였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다룰 때는 소재를 장악할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완벽하게 장악하기 힘들 때 아쉽죠. <오비랍토르>와 <밤의 드라이브>는 우리나라 중산층 가정의 보이는 점과 다른 위선이나 어두운 면, 이면을 드러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주제의식이 보였어요. 다만 <오비랍토르>는 SNS가 매개가 되어 폭력으로 연계시켜서 악의 문제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어요. <자갈>은 구조가 깔끔하게 표현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타일 조각>은 문제인식은 있었던 것 같은데 설득력이 떨어졌어요. 일단 여섯 작품 중에서 저도 <오비랍토르>, <회>, <자갈>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ㅌㅁㅌ 그러면 세 작품으로 더 이야기해 볼까요. 먼저 김종일 작가님은 <회>를 일순위로 꼽으셨는데요.
ㄱㅈㅇ 일단 서사적인 면에서 강렬한 느낌이 들고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스릴러가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다만 너무 나간 느낌은 들어요. 경계를 넘어섰지만 봉합하려고 애쓰는 게 보였어요. 또 결론을 내지 않고 바다에서 헤엄치는 수염고래가 된 것처럼 끝낸 게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 주는 상징이어서 좋았어요.
ㄱㅇㅎ <회>가 장르도 강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다고 생각해요. 잘 다루면 정말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는데 잘못 다루면 폭력만 전시하게 될 거라는 우려가 있어요. 엄마와 아이로 관계되는 인물의 설정 자체가 내적인 관계는 없고 자극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만 보여서 좀 무리가 있어 보였어요.
ㄱㅈㅇ 말씀하신 단점들은 충분히 동의해요. 분명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결말을 열어 둔다거나 직접적으로 보여 주지 않는 방법 등이 정말 좋았어요. 주인공 ‘수’로 상징되는 생명력이 작품 안에서 드러나는 점도 좋았고요.
ㄱㅇㅎ 당선작을 뽑는다면 <오비랍토르>가 맞다고 봅니다. 소설의 짜임새 면에서도 제일 안정감 있게 시작과 끝이 연결되어 있고, 주제 면에서도 <오비랍토르>라는 제목의 상징성이 잘 연결되어 있어요. 주인공 홍과 조가 연결된 관계나 설정도 짜임새 있고 설득력이 있었어요.
ㄱㅈㅇ 분명 완성도가 높은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주제로 보여지는 오브제인 오비랍토르와 주인공 조가 복수하는 것과 연결되는 면이 덜컥거리는 게 있었어요. 이 이야기와는 상충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과거와 현재, 결말로 이어지는 부분도 억지스럽다는 느낌이었고, 특히 결말은 교훈적이라고까지 느껴졌어요.
ㄱㅇㅎ 주인공 ‘조’가 죽음 직전까지 갔던 분노가 있는데, 그걸 억압한 채 평범한 삶을 살았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잠재되어 있던 것을 건드리면 극단까지 가 버리거든요.
ㄱㅈㅇ 그런 면을 저는 작위적이라고 느꼈어요.
ㄱㅇㅎ 기본적인 완성도를 볼 때 <오비랍토르>가 되어야 해요. 패기가 완성도를 보여 주는 건 아니에요. 기본기 위에 상상력이나 새로움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는 소재나 다루는 방법이 좋다는 건 인정합니다. 우리 현실의 느낌을 소재로 끌어들여서 이야기로 형상화시켰어요. 하지만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오비랍토르>가 당선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ㄱㅈㅇ <회>는 거친 부분이 아쉽지만, 좀 더 가다듬고 발전시키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비랍토르>는 너무 모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선될 경우 결말 부분을 좀 덜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