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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1호] 우리가 정답입니다
밤 10시가 넘었다. 이 시간에 대학교 창업보육센터 한 모퉁이 사무실 불은 아직도 밝아 있다. 언제면 사람들이 거의 다 모이겠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밤 10시가 넘어야 가능하단다. 이런 우라질! 무슨 대단한 일 한다고, 이 밤까지 일을 하고 있고. 나는 또 무슨 대단한 원고를 쓰겠다고 이 밤에 여기까지. 누구는 열심히 이야기하고, 누구는 열심히 보드판에 판서를 하고 있고, 또 누구는 열심히 들으며 회의를 하고 있다. 밤 10시인데 이거 언제 끝나지?
11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어 커피와 사람, 혹은 사람과 커피 관련 글을 쓰는데 인터뷰 왔다고 인사하고는, 내가 바로 물었다. 도대체 이 밤에 왜 여기들 있냐? 이렇게 밤을 새게 하는 원동력이 뭐냐고 했더니, 큰소리로 사람이요, 한다. 그래서 확인사살 한 번 더 했다. 사람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어요? 하니 커피요, 라고 똑같이 대답한다. 그래서 와르르 깔깔 웃었다. 이런 센스라니.
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울타리를 둔 스타트업 기업을 찾아왔다. 한밭대학교 ‘다와’라는 창업동아리의 멤버들이 만든 회사이다. 올 4월에 만든 따끈따끈한 법인체이다. 대표를 비롯한 열두 명의 청년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다른 스타트업과 좀 다르다. 통상 1인 기업으로 시작하는데 여기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구성원들 대박 매력이다. 모두가 일당백이다. 그 힘이 무엇인가 궁금했다.
대표가 만들어내는 힘이 뭔가? 막말로 명망가도 아니고, 성공한 CEO도 아니고, 또래보다 몇 살 더 많은 그저 선배 같은 형이고, 오빠인데 도대체 무엇이 매일 이렇게 밤새게 하는가? 대표의 영향력도 있겠다. 한결같이 신뢰와 믿음을 이야기한다. 무슨 믿음? 페이스북에 본인보다 우리 이야기를 더 많이 쓰는 믿음이란다. 우하하, 나도 이 친구들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더 많이 쓰면 찬란한 믿음이 만들어질 모양이다. 열심히 쓰자. 하하.
어록이 나왔다. ‘우리가 정답이 되는 것’ 그게 꿈이란다. 와우, 그 감탄에 문장이 하나 더 나온다. ‘우리가 고유명사가 될 수 있는 것’ 궁서체로 이야기한다. 그게 꿈이란다.
구성원 열두 명 중에서 대표만 학부를 졸업했고, 나머지는 아직 학생이거나, 휴학생이다. 나이도 스물에서 스물아홉까지, 젊디젊은 청년조직이다. 이런 친구들이 모여서 소위 사업을 하고 있다. 그것도 법인체 만들어서 회계부터 기획, 마케팅까지 서로 업무 분장하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조직구성이 아니지 않는가. 그 학생들이 최근에는 투자도 받았다. 업력과 구성원 경력에 비하여 회사 가치를 높게 받았다고 하더라. 열정이 보였고, 정성이 보였으니 그 투자는 어쩌면 당연하다.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 IT를 통한 교육서비스 솔루션과 행사, 교육지원을 하는 청년벤처이다.
이 친구들이 날이면 날마다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행사를 꾸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각각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한다. 왜 밤새느냐고 물으니, 우리가 잘 하면 밤을 새겠습니까, 하더라. 못 하니 밤을 새고, 고민을 하고 논의를 하고 조율을 한다고. 그리고 돈이 아닌 우리들 가치를 만들고 있단다. 각양각색의 우리 구성원들끼리 서로 힘을 얻는단다. 복도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각각이 주는 떨림이 모두 달라서 주는 위로도 다르단다. 그래서 행복하단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부모에게도 못 들은 이야기를 동료에게 들었단다. 너 진짜 똑똑하구나. 자신감을 만들어 줬단다. 능력이 제 것인 것 같단다. 회사가 크면 나도 같이 성장하고, 우리가 뭉쳐서 무엇이든 보여 주자는 의지. 그리고 실천력. 와우 눈부셔라.
모두들 경쟁사회인데 이 안에 있으면 같이 가고, 같이 하는 것을 느낀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 혼자 일하는데, 같이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부가 끈끈해서 참 좋다. 회계하는 나도, 장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행사도 따라가고, 회의에도 참석한다. 그러면서 전체의 일을 같이 보고 있다. 이게 얼마나 좋은 경험이고, 재미있는 일인가. 매일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나도, 방법을 고쳐가면서 시나브로 소통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다듬어 간단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힘들었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참아야 하는 것들이 많았고, 쉬운 것이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무엇이든 기회가 만들어지고, 그 기회를 통해서 내 능력보다 더 한 것도 진행하고, 할 수 있단다. 그래서 무한재미를 느끼는 것이 좋단다. 기특한 친구들.
같은 대학교 동아리 친구와 다른 방법으로 합류한 친구도 있다. 소위 입학 성적이 높다는 카이스트 학생이었던 그가 다른 학교 친구들과 한 팀이 되었는데, 그 친구 포부도 대단하다. 보여 주고 싶단다. 사회적요구와 내 시선, 학력, 학벌, 핏줄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톱니바퀴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고 보여 주고 싶고, 다름을 정의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그 과정을 만들고 싶단다.
열심히 일했는데, 1년 후 혹은 5년 후에도 도시근로자만큼의 사이즈나 범주가 안 나오면 어쩔 거냐는 질문에는 다들, 괜찮단다. 여기에서 배운 것으로 무엇을 해도 살 수 있단다. 그리고 각각 다시 다른 일 하다가 모여서 우리 회사를 꾸리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대표에게도 강하게 물었다. 돈이 안 되어서 해산하게 되면 대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뜻밖의 대답. 6개월 동안만 나가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부른단다.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 말에 6개월이 아닌 3년도 기다린다는 순애보가 나온다. 이런.
이제는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어떻게든 성공을 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것은 제대로 회사를 만들고 싶다, 정식으로는 처음 회사라는 명칭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니 꼭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스물 다섯 청년의 목소리, 그 다짐은 놀랍게도 대표가 아닌 구성원의 다짐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여기는 주식회사 다른코리아, 이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부러움만 커지는 것이지. 아고 부러워라, 아고 배 아파라. 잘될 것이다는 내 촉은 또 스멀스멀 올라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나는 이들 청년에게 줄 서겠다, 그래서 보상금이 큰 보험 하나 든 것처럼 든든함을 얻겠다고 혼자 궁시렁궁시렁 했다
밤은 더 깊어서 자정을 넘었고, 가로수 불빛 따라서 나도 차를 끌고 나왔다. 이런 청년들과의 인연, 내가 복 터진 것이지. 그들에게 다시 축복하며, 또 건투를 빈다. 어, 그런데 나는 커피 한 잔도 못 하고 나왔네. 이번에는 오롯이 사람만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