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1호] 찾아가는 과학강연_과학자와 청중이 같은 언어로 말하다

A4용지에 매일 한 장씩 그림을 그리던 소년은 과학자의 꿈을 품었다. ‘무엇을 연구해야 할까?’라는 어른 같은 생각이 아니라 남보다 먼저, 잘할 수 있고 흥미 있는 것을 찾는 게 먼저였다. 소년의 끈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 신기전을 발견하게 했다. 4월 22일 토요일 오후 3시, 계룡문고 세미나실에서 채연석 박사의 강연이 열렸다.

“《인공위성》이라는 책을 읽는데 세계최초로켓이 중국의 화전이라는 불화살이라고 나와 있는 거예요. 구조가 복잡하지도 않고, 이 정도면 우리 선조들도 만들었을 것 같은데. 혹시 최무선 장군이 불화살도 만들지 않았을까? 로켓 무기도 만들지 않았을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께 물었는데, 역사 선생님께서도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대학에 가서 대학교수에게 물으라고 하셨죠.”

대학에 진학해 교수에게 물었더니 알고 싶으면 네가 연구해 보라는 답을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로켓을 공부했으니 로켓에 관한 건 자신 있었다. 끝없는 호기심이 결국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인 신기전을 발견하게 했다. 신기전은 1448년(세종 30년) 제작된 무기로 최무선 장군이 화약국에서 제조한 로켓형 화기인 주화를 개량한 것이다. 대신기전, 산화신기전, 중신기전, 소신기전 등 종류가 많다. 채연석 박사는 1474년 간행된 <병기도설>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대신기전과 산화신기전의 옛 모습을 복원해 발사하는 데까지 성공한다.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다 보니까 길이 생겼어요. 대학 때 신기전을 연구해 논문을 썼는데, 역사 교수님의 주선으로 학회에 발표할 수 있었어요. 20대 과학도가 4년간 연구해서 고려말부터 조선에 로켓이 있다는 걸 연구했다는 게 엄청난 이슈가 되었죠. 놀라운 건 우리 선조들이 만든 설계도의 세심함이었습니다. 로켓 설계는 ‘리’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1리가 0.3mm입니다. 1리까지 세심하고 정밀하게 설계도를 작성해 그대로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강연을 기획한 건 (사)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이하 벽돌한장)이다. 벽돌한장은 한 장의 벽돌이 모이고 쌓여 따뜻한 집도 만들고 거대한 성도 지을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대덕연구단지 과학자들의 모임이다. 과학을 대중화하고,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과학을 알리기 위해 ‘따뜻한 과학마을 이야기’라는 강연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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