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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1호] 골든 위크
연말연시나 추석 즈음은 쉬는 날이 연속으로 있어 1년 중 가장 기대되는 시기입니다. 먼 친척 집을 방문하거나 가족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 도로도 북적이고 거리도 들뜨고 어딜 가나 즐거운 분위기지요. 일본은 한국과 같이 연말연시에 휴일이 있지만, 추석 연휴는 없습니다. 대신 딱히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놀러 가기에 최고로 적합한 4월 말부터 5월에 걸쳐 ‘골든 위크’라 불리는 연휴가 있답니다.
골든 위크는 말 그대로 황금연휴라는 뜻입니다. 원래 골든 위크라는 말은 일본의 영화업계가 만든 말로, 연휴 때 영화를 보러 오라고 홍보하는 목적으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골든 위크의 앞글자를 따서 GW라 쓰기도 하지요. 오오가타렌큐(大型連休), 오우곤슈칸(黃金週間)이라고도 해요.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골든 위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오오가타렌큐라고 표현을 통일합니다. 가능하면 외래어가 아닌 순 일본어를 쓰고 싶다는 목적도 있다 해요. 게다가 그해에 따라 토요일, 일요일을 끼게 되면 일주일 이상 휴일이 이어지는데, 위크(주간)라고 불리는 것도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다 합니다.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로,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연휴입니다. 4월 29일은 쇼와의 날로, 쇼와시대 천황의 생일이었습니다. 천황이 바뀌고 난 후에는 본래 평일로 되돌리려 했으나 그렇게 하면 골든 위크가 줄어들고,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본래 자연을 사랑하는 쇼와 천황의 특징을 생각해 ‘초록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그대로 축일로 남겼다 합니다. 그 후, 법의 개정으로 인해 초록의 날은 4월 29일에서 5월 4일로 바뀌고, 4월 29일은 ‘쇼와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바뀌게 되었습니다. 5월 4일을 휴일로 하면 연휴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5월 3일은 헌법기념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제헌절과 같이 헌법의 제정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마지막으로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원래 5월 5일은 ‘단오 명절’로, 남자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전통이 이어져서 오늘날의 어린이날이 된 것이지요. 남자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코이노보리’라는 잉어 모양의 연도 4월 초부터 이날까지 장식합니다.
예상대로 골든 위크는 1년 중 국내외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 시기입니다. 비행기나 신칸센 표를 사려면 몇 달 전부터 예매하지 않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지요. 해외여행으로 인기 있는 곳 1위부터 5위는 타이완, 방콕, 서울, 하와이, 홍콩이라 합니다. 반면 집에서 편히 쉬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골든 위크 때에는 티브이에서 인기 영화를 많이 상영해 줍니다. DVD 대여 가게도 인기지요. 대학교도 골든 위크 때에는 대부분 휴강이므로 유학생들이 고향에 돌아갈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신 항공권 값이 평소보다 훨씬 비싸지만요!
유급 휴가가 많은 유럽의 나라들과는 달리, 일본은 골든 위크와 같은 연휴가 아니면 연속으로 쉴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두 이 연휴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일찍부터 계획을 짜지요. 아무리 도로가 막히고 주변이 붐빈다 해도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슬 올해 골든 위크는 어떻게 보낼지 저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