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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5호]2015년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들, 우울,행복에 관하여
사막여우 입사하기 전에 힘들었다. 올해 1월쯤에 석사 졸업 하고 소설 열심히 쓰겠다고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가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근처 도서관에 가서 영화 보고 책 읽고 돌아오면서 ‘도대체 인생은 뭔가.’ 싶었다. 또 친구가 죽은 일 때문에 굉장히 우울했다. 아무 소식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문자로 죽음을 알게 됐다.
어린왕자 나는 딱히 힘들었다고 꼽을 만한 것은 없다. 모든 것에 불만 갖게 되고 만족스러운 게 하나도 없던 게 우울했다.
장미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퇴사했을 때 그때마다 좀 힘들었다.
사막여우 작년에 친한 친구와 싸우고 나서 2015년 초까지는 친구가 미운 마음 때문에 힘들었다. 그 사람을 너무 촘촘하게 좋아해서 너무 촘촘하게 미워했던 것 같다. 힘들었는데 지금은 좀 편안해졌다.
뱀 사람을 미워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미움의 크기는 애정의 크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애정이 없어도 누군가를 미워할 수는 있는데 그 마음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사막여우 토마토 들어오기 전에 아는 사람 통해서 어디 면접을 봤다. 돈도 많이 준다고 해서 기대가 되고 설렜다. 어찌어찌 해서 계속 연락을 기다리게 됐다. 나중에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전화를 했는데, ‘괜찮은 데 있음 먼저 가시라.’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좌절감을 느꼈다.
뱀 힘들었던 게 무엇인지 딱딱 집어낼 수 있다는 건, 해소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집어내지 못하는 건 해소가 안 된다는 거다. 어린왕자나 장미, 나와 달리, 사막여우가 힘들었던 점을 집어낸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사막여우 어린왕자 차 사고 났던 거 힘들었지 않나?
어린왕자 그건 힘든 게 아니다.
사막여우 삶은 그런 디테일로 이루어져 있는 거다. 그런 이야기를 해야지.
뱀 편집국원 네 명 중 사막여우만 힘든 일이 있었다. 나머지는 행복하다는 건가? 그게 아니고 내가 볼 때는 사막여우가 가장 행복한 거 같다. 사막여우는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나?
사막여우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 받아들이는 거지.
뱀 어린왕자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린왕자 어렵고 힘든 것 속으로 침잠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우울한 음악 듣거나 영화 보거나 하면서 울기.
사막여우 치맥.
장미 나는 그냥 걷는다. 움직이면 나아진다. 그리고 그 어려움과 상관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취재 나가서 사람들 만나면 괜찮아질 때가 있다.
뱀 나는 천성이 어려움을 계속 쌓는 스타일이다. 계속 쌓여서 용량이 차면 옛날 것부터 없어지는 게 아니라 가상 저장 공간에 사라진 것처럼 들어가 있다가 어떤 상황에 다시 나오는 식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사회화되는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힘든 일을 거치면서 이겨내는 방법을 체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것을 배우지 못하고 참고 억누르고 모른 척했던 것 같다. ‘틈’을 갖지 못하고 살아왔다.
장미 그런데 이런 것들은 누구나 해결하지 못하고 사는 거 아닌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산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사막여우 20대 때 생각해 보면, 쌓아 놨다가 사표를 던졌다. 사표 날리고 여행 가서 많이 풀었던 것 같다.
뱀 힘든 게 해결되던가?
사막여우질문이 해결되는 건 아닌데, 다른 장소나 사람을 만나면서 약간 변주되면서 질문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진다.
뱀 나는 정신 없고 바쁜 와중에서도 무료함이 느껴지는 게 힘들었다.
장미 사람들은 왜 힘든 걸까?
뱀 넌 이해 못 하겠지. ‘행복이’니까.
어린왕자 언제라도 힘든 일은 생기겠지. 나는 그저 힘든 일이 생겨도 마음만은 편하기를 바란다.
뱀 각자 부러운 사람이 있나? 어떠한 사람이 부럽나?
어린왕자 큰 목적이나 동기가 있는 사람이 부럽다.
장미 다시 태어나면 미인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뱀 부러운 게 미인이라는 말은 부러운 게 없는 거랑 똑같은 거다. 어이없는 답이다.
장미 부러운 거 많다. 나이 들어서도 하고 싶은 게 명확할 것 같은 사람들이 부럽다. 쉰 살, 예순 살 됐을 때 뭐 해야 되지? 생각하면 어지럽다.
뱀 돌이켜 보면 나로서 살 수 있던 때에 행복했던 것 같다. 나로서 살고 있다는 확신이 안 설 때 불행하고 우울했다. 내가 내 삶을 콘트롤 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 때 말이다. 가장 부러운 사람은 자기 통제권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대부분 실현 가능한 것들일 때 말이다.
정리 어린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