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1호] 북한관광 재개방안 토론회_북한에 간다

‘북한에 간다.’라는 문장에 추억이나 이미지를 덧입힐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정한 장소에 ‘간다’는 문장만 보고 이미지화하는 건 추억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때 활자화된 문장만으로는 아무런 향도 맡을 수 없다. 지난 4월 19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북한관광 재개방안 토론회는 ‘북한에 간다.’라는 문장을 입체화하는 과정이었다.



01 발제자 이탁연 (주)공감만세 서울지사장




02 사회자 이원재 (재)여시재 기획이사




03 토론자 김기환 단국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04 토론자 박근수 배재대 여가서비스경영학과 교수




05 토론자 함보현 화우공익재단 상임변호사




06 토론자 강주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먼저 북한을 봐야 한다

“공정여행을 하는 여행사인 공감만세가 북한관광이라는 의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말에 기대를 품었습니다. 정치인의 입에서 한국의 핵무장론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때, 북한관광 재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된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를 맡은 (재)여시재 이원재 기획이사의 인사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주)공감만세는 동북아평화구축, 북한관광이라는 키워드로 ‘피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금껏 공감만세에서 이어온 공정여행에 두 키워드를 접목해 미래 공감만세가 나아갈 방안에 관해 고민한다. 지난 4월 열린 북한관광 재개방안 토론회는 앞으로 ‘북한관광’이라는 낱말에 이미지를 입히고, 색을 더할 작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발제를 맡은 공감만세 서울지사 이탁연 지사장은 북한관광 재개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이 지사장은 한국개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앞서 통일 비용에 관해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된 통일 비용을 산출했다. 연구 자료를 종합했을 때 남북 간 경제력 격차는 3.4~10.3배에 달한다. 만약 아무런 준비 없이 통일을 진행한다면, 향후 30년간 통일비용은 70여조 원에서 6,500여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과 북이 언젠가는 ‘통일’할 것을 전제한다면, 그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통일 비용을 줄이고 남과 북의 원만한 통일을 위한 다양한 노력의 하나로 이 지사장은 ‘관광’을 꼽았다.

어떻게 볼지 생각한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은 외국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2017년도 100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 교시를 내리기도 했죠. 남한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관광을 추진했으나 비싼 비용,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관광객 안전 보장의 어려움, 남북관계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결국 중단하기에 이릅니다. 오랫동안 북한관광이 중단되었던 만큼 북한과 남한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텐데요. 그 모델로 부탄의 관광산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부탄은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하는 여행을 해야 한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현지인 가이드 동행 여행을 권장하며, 여행자는 1인당 하루 200~250달러의 여행 경비를 납부한다. 여행 경비에는 가이드, 교통, 식사, 숙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관광객이 낸 200~250달러는 부탄 국립은행을 거친 후 부탄 정부로 들어간다. 그중 50~60달러가 세금으로 걷히고, 나머지 비용이 여행사로 돌아간다. 정부는 이 비용을 교육 및 의료서비스, 지역 발전 등에 사용한다. 1974년도부터 외국인 관광을 허용한 부탄은 무조건 관광객이 많다고 국가나 국민이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국민총행복에 기반을 둔 여행 정책을 고민해 여행 경비를 부과해 국민 전체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부탄 국민 대부분 부탄의 관광정책으로 수혜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있으며, 이는 곧 많은 국민이 관광객에게 우호적인 구조로 이어진다. 이 지사장은 북한관광 재개를 고민하며, 부탄의 관광산업을 모델로 북한 관광산업을 재개해 북한의 경제자립도 향상과 통일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을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전에 북한을 알아야 한다

<2010년 대북제재(관광) 이후, 한국 사회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주원 객원연구위원은 이탁연 지사장의 발제 내용 중 관광을 통한 남북 간 정서 교감 확대에 관해 이야기했다. 강주원 객원연구위원은 ‘한국인이 금강산과 개성 여행을 통해 북한과 만났다고 해서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 사회가 인식하는 북한의 현실은 1990년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보도하는 매체도 없고, 제대로 알 수 있는 길도 많지 않다. 심지어는 출판된 북한 여행 관련 서적에서도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남과 북이 만났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려면 정확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 북한여행 재개나 남북이 관계 맺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논리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이어 공감만세 고두환 공동대표와 단국대 김기환 초빙교수, 배재대 여가서비스경영학과 박근수 교수, 화우공익재단 함보현 상임변호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이탁연 지사장의 발제에 동의하면서, 일부 확장할 것을 짚었다. 공정여행의 관점에서 본 북한관광, 정치적 상황에서 바라봐야 할 북한관광, 남한에서 러시아까지 횡단이 가능해지는 때 생각해야 할 북한관광, 법률 부문에서 바라본 북한관광 등 북한관광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이하 공감만세)가 주최하고 (사)피스윈즈재팬이 후원하는 이번 토론회는 북한관광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토론회다. 두 달에 한 번 북한관광이라는 주제를 구체화하는 토론회를 지속할 것이다. 다음 토론회는 6월 중 열릴 예정이다.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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