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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0호] 3인을 만나다_책과 함께 사람을 만납니다
왼쪽부터 도어북스 박지선, 도시여행자 김준태, 30인의 서점 '까칠한 T'
서점 소개부터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언제 어떤 이유로 문을 열게 되셨는지요?
김준태 저희는 2011년 10월에 카페를 열었고 2013년 3월에 서점을 같이하게 됐어요. 오래전부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 고 싶기도 했고 때마침 1층 공간이 비어서 책이 있는 공간으 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어요. 처음에 독립출판물을 다루다 가,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도어북스도 생기고 런던의 스탠퍼 드 서점(여행책 전문 서점)에 갔던 기억이 많이 나서 여행 서 점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어요. 여행 서적 이외의 책도 많 지만요.
박지선 재밌게 살아야겠다 싶은 마음이 생겨 스스로에게 삶 의 가치에 대해 묻게 됐어요.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 생각하 게 됐고요.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월간 토 마토에서 일하며 지역에서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창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거든요. 이분 들의 활동이 계속될 수 있게 도우면서 나도 재미있고 가족 이나 친구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생각 의 쉼을 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 람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어 요. 저는 독립출판물들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했고 그걸 보 면서 편안해지기도 했거든요. 당시 독립출판이라는 콘텐츠 가 대전에 많지 않았으니 독립출판 서점을 만들어 보자 해서 2014년 6월에 도어북스를 오픈했어요.
까칠한 T 30인의 서점은 가게 계약을 올해 1월에 했고 책이 들어온 지는 한 달 정도 됐어요. 서점 내에서의 예명이 있는데 저는 ‘까칠한 T’이고 ‘J’와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J가 원래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하고 싶어 했는데 몸이 안 좋아졌어요. 30인의 서점은 그걸 극복하려는 의지와 관련이 있어요. 서점을 열기 전까지 J는 세상에서 많이 물러나 있었죠. 사람도 안 만나고 자신의 공간에만 있었어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J는 서점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처음에 반대했었어요. 차라리 독서 모임 같은 걸 하다가 커지면 그때 서점을 시작하는 게 낫지 않겠냐 했더니 그때까지는 못 기다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거예요.
각기 서점에 특색이 있는 것 같아요. 도시여행자는 여행을 콘셉트로 하고 있고요. 도어북스에서는 어떤 책을 주로 볼 수 있나요?
박지선 저희는 독립출판물 위주로 받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고르는 책 위주로 하려고 했는데 예상외의 판매율이 나타나는 책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입고 문의 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웬만하면 진행했어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변화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중복되는 분야의 책은 몇 가지로 한정을 짓고 입고 문의 주는 건 받긴 받되,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다른 비슷한 장르로 받는 형태로 진행해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예술 서적이나 디자인 서적들을 좀 더 취급할까 생각 중이에요.
까칠한 T 저희도 독립출판물이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일반 책들도 필요한 게 있어 사고 있고요. 헌책도 좀 있어요. 제가 팔고 싶은 것으로 책을 구성하기보다는 독자 몫으로 선택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도시여행자 김준태 대표
독립출판 서점 혹은 작은 서점은 책만 파는 곳만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활동들 하고 있으세요?
김준태 요즘에는 심야서점을 열고 있어요. 매주 금요일 자정 정도까지 문을 여는 거예요. 대흥동에 관한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요즘 대흥동의 소비패턴이 너무 강한 것 같아서 그 패턴 안에서 좀 더 생산적인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2주 전에 한 손님은 새벽 2시 40분에 나가시더라고요. 책을 보고 계셔서 계속 기다렸어요. 그걸 보면서 첫 차를 탈 때까지 사람들이 오면 좋겠다는 작은 꿈도 생겼어요. 또,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어요. 원래 토요일에 했었는데 금요일 심야 서점과 함께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또 저희 서점은 윈디와 윌, 북 디렉터 두 분과 함께 작업해요. 디렉터들의 가치관이 반영된 책을 고르죠. 손님이 오셨을 때, 문학 쪽은 윈디가, 대안적 삶과 스타트업 관련 분야는 윌이, 저는 여행이랑 스타트업 쪽을 담당하고 있어요. 전문적인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고 저희가 좋아하는 걸 나누는 정도예요. 저희가 경험한 이야기를 전하고 손님들의 이야기도 듣고요. 책을 매개로 손님들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박지선 저희도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지인들과 시작했는데 지금은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우쿨렐레 수업도 했고, 지금까지 ‘마인드북’이라고 책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어요. 도어북스에 자주 오는 손님이었고 작가로 활동하는 분과 같이 2년째 하고 있어요. 그분이랑은 외부 교육활동도 다니고요. 이런 식으로 이 공간에서 만난 사람과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기회를 만드는 게 좋아요. 올해부터는 ‘아티스트북’이라고 대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어요. 아티언스 프로젝트의 결과집을 만들면서 실현이 되긴 한 건데요. 대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예요. 작품보다는 작가 중심을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알 수 있는 단서들을 작게나마 책으로 만들어 모아 보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 영향력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관객이나 독자가 작가의 다음 작품에 관심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거 같아서 시작했어요. 이 공간을 통해 작가들이 또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일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워크숍이나 전시, 공연 등 자체 기획들은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어요. 조금씩 체계를 잡아나가야 하고요. 출판 일을 좀 더 중점적으로 해 보려 하고 있어요. 작가분들이 전시를 하면 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게끔 하려고 하고요.
까칠한 T 저희도 책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지금 준비하는 건 J의 기획인데요. 자신은 왜 책을 읽는지 질문을 던져 보니, 책에서의 한 문장이 인생의 한 순간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대요. 서점을 찾는 분 중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30인의 경험을 엮어 보려 해요. 프로젝트 이름은 ‘책의 한 문장, 삶의 한 순간’이고요. 독자, 저자의 삶이 연결되는 순간을 기록하는 책과 서점을 만들고 싶어요.
또 저는 IT에 관심이 많아 코딩 관련 모임을 시작했어요. 저희 서점에서 같이 노는 거예요. 메이크 활동하시는 분들이 곳곳에 계시거든요. 그분들이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만들어 전시도 하고 결과를 잡지나 단행본으로 만들어 같이 즐기고 싶어요.
도어북스 박지선 대표
작은 책방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만, 여러 이유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김준태 대형서점의 애플리케이션을 아예 켜고 오시는 분이 한둘이 아니에요.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거죠. 윤리적 소비라든가 우리가 얘기해야 하는 게 많다고 느꼈어요.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경쟁력을 갖추고 이길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독립출판물을 다뤘을 때는 정산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현재는 다루지 않고 있고요. 저희는 80명 정도의 작가 작품이 들어왔는데, 두 달에 한 번 정산하는데도 계좌이체까지 3일이 걸리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 이후부터는 모든 출판물 입고는 받지 않고 있고 먼저 셀렉하고 연락해서 매입하고 있어요
박지선 실제로 저는, 작가분이 직접 와서 책을 빼 간 적도 있었어요. 미안한 부분이죠. 그럼에도 매번 재고, 정산이 맞지 않아요.
까칠한 T 저희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또 저는 서점을 열기 전에 작가분 찾는 게 어려웠어요. 독립출판 분야에 처음 접근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죠. 저는 고생을 했지만, 다음에 하는 분들은 수월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전에 제가 IT 쪽에서 프로그램 일을 했었거든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아보카도’라는 걸 준비 중이에요. 작가 정보, 재고 관리 등 여러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 하고 커뮤니티 역할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독자분들도 원하는 책을 찾으러 다니지 않고 검색해서 볼 수 있고, 작가분들도 자신의 책이 어느 서점에 얼마나 있는지 검색해 볼 수 있고요. 작가분들은 이런 플랫폼을 만들면 참여할 것 같은데 서점에서 참여하는 게 핵심이에요. 각 서점의 민감한 정보까지는 안 건드리려고 해요. 재고 현황 정보만으로도 가치 있을 것 같아요. 작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준태 그런 게 정말 필요해요. 손님이 찾는 책이 저희한테 없을 때 도어북스에 가 보라고 하는데, 이미 다녀왔다고 하실 때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손님이 먼저 알아보고 오면 좋죠. 그럼 저희도 덜 미안할 것 같고요. 서점 간의 격차가 더 커질 것 같긴 하지만요
까칠한 T 벌써 독립출판 서점들이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잖아요.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요.
김준태 저희도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어요. 입고 소식은 어차피 알려야 하니까 입고한 책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쇼핑몰에도 활용하면서 구매까지 이루어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30인의 서점 '까칠한 T'
앞으로 서점 운영하면서 계획하는 바나 지향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준태 공연이나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면서 이런 활동이 지속가능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해요. 작가와의 만남 할 때는 페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입장료를 8천 원으로 정했는데 음료를 포함시킬까 하다가 과감하게 뺐어요. 그런데도 독자들이 작가를 만나는 것에 메리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좀 더 지속해서 프로젝트로 해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공간이 좀 좁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공간에서 나가야 한다면 좀 더 넓은 곳을 구하려고 해요. 대학가 쪽도 알아보고 있는데 고민 중이에요. 여행 콘셉트로 갈 것인지, 파트너분들의 가치관대로 책을 소개할 것인지 등 내부적으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박지선 는 일단은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하는 게 목표고요. 많은 분이 와서 쉴 수 있고 자극이 되어 주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그래도 쉴 곳이 있어서 좋다거나, 활력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도어북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간이 몇 년 지나 손때를 입으면서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박지선 초창기에 왔던 손님이 얼마 전에 와서 공간이 가득해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많이 생겨서 그런 것보다 사람이 많이 온 만큼 채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까칠한 T 서점을 열지 말지 고민만 하고 있었을 때 도어북스 대표님이, ‘작지만 공간의 힘을 느꼈다.’라고 말한 게 와닿았어요. 저는 공간보다 내용이 먼저라고 생각했었는데, 대표님의 말에 공감이 많이 됐어요. 돈의 가치를 엎는 공간의 힘이 있어요. 공간을 유지하려면 수익이 나야 하는데 수익 모델을 찾는 게 쉽지는 않죠. 돈만 보면서 생각하면 답이 잘 안 나와요. 인터넷에서 편하게 주문하면서 마일리지도 쌓을 수 있는데 굳이 저희 서점에서 책을 살 이유가 없죠. 그걸 떠나서 우리가 할 수 있고 놀 수 있고 즐길 공간이 먼저 돼야겠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살 수도 있지만, 사람을 만나는 곳이 서점인 것 같아요.
까칠한 T 사람을 만나면서 상처도 받았지만, 또 사람으로 치유가 되더라고요. 앞으로 치유하는 만남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