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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9호]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는_청년대전, 청년소통 '밤토'
대전시는 올해 시정의 1순위로 ‘청년정책 강화’를 택했다. 대전을 청년의 일자리, 설자리, 놀자리가 종합된 ‘청년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6일, 저녁 7시부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중앙로캠퍼스에서 진행한 ‘청춘소통 밤토(밤새토론)’는 대전시가 청년정책 추진과 관련해 다양한 청년과 의견 교류의 장으로 마련한 행사다. 권선택 시장 및 대전시 실·국장들과 청년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청년이 직접 일자리, 설자리, 놀자리와 관련한 의견을 발표하고 주제에 따른 토론이 이어졌다.
대전 청년의 설자리,
놀자리, 일자리를 말하다
청춘소통 ‘밤토’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밴드 ‘골드스톤’의 연주와 함께 도시락을 먹은 후, 권선택 시장이 인사를 시작했다. 권 시장은 “청년 하면 ‘3포’, ‘n포’, ‘청춘은 아프다’, ‘열정페이’ 같은 청년의 어려운 상황을 강조하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년이 대우받고 새롭게 조망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오늘 자리에서는 청년과 ‘파트너’로서 대화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참석한 이들의 짧은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자리에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창업가, 직장인, 커뮤니티 활동가, 예술가 등 청년들이 모였다.
먼저, 청년의 ‘설자리’와 관련해 대학생 김창헌 씨가 발표했다. 김창헌 씨는 “청년들의 설자리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의 사무실 등, 개인의 자유와 소통의 가능성이 동시에 보장되는 혁신적인 공간들을 소개하며,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국립중앙과학관 무한상상실 등 협업공간으로 사용하면 좋을 공간들을 활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아닌 제공자·운영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한편 그는, 얼마 전 구한 자신의 집을 친구들과 회의하고 협업하는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집으로 놀러 온 친구들이 함께 창업하는 ‘팀’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창헌 씨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에게 필요한 공간은, 자유롭게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다.
두 번째로 마술사 이경재 씨가 대전의 놀자리와 문화, 축제 등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먼저, 테마파크에 관한 이야기로 발표를 시작했다. ‘디즈니랜드’ 하면 미키와 미니마우스 등의 캐릭터가 떠오르지만, 대전의 대표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는 오월드의 캐릭터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이경재 씨는 “테마파크에는 이야기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또한, “오월드가 젊은이들의 놀자리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축제에 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청년들이 대전의 축제에 가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축제를 보러 다른 지역으로 가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문화재단의 예술 지원 사업에 관해서도 안타까움을 이야기했다. 이경재 씨는 “대관하기가 어려워 공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리가 아니라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게 장소 지원이 필요하다. 또 무엇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제작비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다른코리아’의 대표인 김진한 씨가 발제했다. 그는 창업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을 받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정 중심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보 문제로, “일자리와 관련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다.”라며 “대전의 일자리를 통합해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또, “일자리와 관련한 현실적인 공감이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사와 커뮤니티가 많아졌으면 한다.”라며 ‘공감’을 강조했다.
청년을 끄는 콘텐츠,
청년에 맞는 공간
세 청년의 발제 이후 자리에 모인 이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발표 때 문제 제기 된 내용, 또 일자리, 설자리, 놀자리 등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토론의 사회는 창조기업가 민광동 씨가 맡았다.
먼저, 축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민광동 사회자는, 놀자리에 관해 발표한 이경재 씨에게 좋은 축제에 관한 아이디어를 물었다. 이경재 씨는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아우르는 축제로 각 지역에서 축제를 보러 온다. 대전에서도 아트 페스티벌을 열어 많은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답했다.
김창헌 씨는 축제에 관해 다른 관점의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외부인 유치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지역인이 즐거울 수 있도록 해결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권 시장은 “대전에 축제가 많아 구조조정을 한 번 거쳐 꼭 필요한 대표 축제만 남겨 놓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권 시장 말에 따르면, 대전시는 대전의 대표 축제로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계족산맨발 축제, 대전효문화뿌리축제를 키워 나가고자 한다. 각각, 대전시, 민간기업, 중구가 주최하는 축제다. 한편, 권 시장은 “대전의 역사와 스토리를 간직한 대전만의 축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여러분이 킬러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시에서 실행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설자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됐다. 청년의 공간 문제는 다른 이들도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자리에 참여한 많은 청년이, 자유롭게 이용할 공간이 없어서 집에서 혹은 카페에서 일하거나 회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임묵 도시재생본부장은, 현재 대전의 청년 공간들을 소개하며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조사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이후에 권 시장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야 기회가 생기는 만큼, 공간이 중요하다.”라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기회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사업화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확보하겠다. 또한, 24시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청년대전'을 꿈꾸다
청년 예술가에 대한 지원 문제도 토론 주제로 등장했다. 이경재 씨는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차세대 아티스타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아는 예술가가 많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밴드 활동을 하는 봉송이 씨도 “행사비를 제때 못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다른 직장을 구하는 뮤지션이 많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나 이들 활동을 홍보할 수 있는 대표 사이트를 만들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창업가 박충수 씨는 “창업하는 청년에 관한 멘토링은 많은데 예술 멘토링은 적다. 예술에 관련한 멘토링 제도가 생기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창업 지원제도에 관한 문제도 지적됐다. 대학교에서 창업 지원을 받은 안소연 씨는 “지원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돈으로 선결제를 해야 해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의 맞춤형 청년창업 생태계조성 사업의 지원을 받은 허준혁 씨는 지원기관의 무관심한 태도를 지적했다.
청춘소통 ‘밤토’를 끝마치며 권 시장은 자리에서 나온 불만과 제안의 이야기들을 정리하며, 이를 개선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대전시는 현재 청년 활동 공간인 (가칭)대전청년의 전당 설립을 계획 중이다. 원도심의 청년 및 예술인 거점공간인 청춘다락은 오는 7월 개관을 계획한다. 창업과 관련해 창업공간 청년 창업 플라자 조성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22일에는 대청넷을 구성했다.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청년의 시정 참여를 유도하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다.
대전시는 다양한 세부사업과 정책 개발로 ‘청년대전’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 청춘소통 ‘밤토’는 대전시가 청년들에게 직접 그 의지를 표명한 첫 발걸음이었다.
글 성수진 사진 성수진, 오시내